이민 41년... 내 나이 마흔한 살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41년 전 오늘

캐나다로 이민을 와서

새로 태어난 내 생일입니다
한 달 두 달 되고
한 살이 되었다고 했는데 열 살이 되고

스무 살, 서른 살이 넘어
어느새 불혹이 넘어

마흔한 살이 되었습니다


마흔 한살이면 한창나이
펄펄 뛰는 꽃다운 나이입니다
무서운 게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아무거나 입어도 멋있고 예쁜 나이
먹지 말아야 할 나이를
공짜라고 신나게 먹으며

세월따라 오다보니

지금을 만났습니다

나이는 잊고
숫자도 잊고
거저 주는 나이도
먹어보니 맛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은 멋진 마흔한 살
50이 되려면 아직 멀었으니
40대를 즐기면 됩니다

부모형제를 떠나온 날은
이별의 눈물을 뿌리던 날
이민 가방 두 개에는
몇 벌의 옷과 고추장 한 병에
멸치 한 봉지와 미역 한줄기
만삭에 언제 나올지 모르는
아기를 뱃속에 안고
캐나다에 도착한 날
하늘은 맑고 푸르렀습니다

고국이 그리우면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울던 날들이
41년의 세월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해마다 오늘이 되면
그날의 내가 보입니다


41년 전 고국을 떠나올 때
타국에서의 삶을 알지 못하고
사랑하는 남편만 믿고 따라온 나
금방 돌아갈 줄 알고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세월 속에 나는 이곳이 고향이 되고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길어진 이곳의 삶은 풍요롭습니다
이민 가방 두 개로 시작한 이민 생활은

우리에게 온
세 아이들과 두 며느리와 사위
그리고 네 명의 손주들로

아름답게 채워졌습니다

이별이 뭔지도 모르고
철없이 떠나 오던 날의
공항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하루가 열흘이 되고
일 년이 십 년이 되고
강산이 네 번 변한 세월이 지나갑니다

마음은 여전히
고국 산천을 그리워하고
해마다 오늘이 오면
그때의 내가 되어 고국을 떠나오고
캐나다에 태어난 생일을 맞으며
오늘 나는 마흔한 살의 젊은이로 살아갑니다


보이지 않는 손길로 축복받고

이곳에 자자손손 뿌리를 내리고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이민 1세

이곳에 온 지 24일 만에 태어난

큰아들과 우리는 마흔한 살 동갑내기


역경과 고난의 고개를 오르내리며

비바람 눈보라 치던 날들은 지나가고

꽃 피고 새가 노래하는 봄이 왔습니다

마흔한 살 생일을 자축하며

남은 여생 지금처럼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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