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배추 겉절이로... 입맛을 되찾는다

by Chong Sook Lee



봄동 배추 겉절이가 먹고 싶다.

새파란 색이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운다.

싱싱한 봄동을 자주 살 수 없는 이곳에서

어쩌다 나오는 봄동배추를

사다가 물에 씻으면 싱싱하게 살아나는

연둣빛 봄 색깔이 눈부시다.

먹고 싶을 때 금방 무쳐먹는 봄동 겉절이는

김치로 익혀서 먹을게 아니기 때문에

마음도 가볍다.


잘 씻어서 물을 빼고 고춧가루와 파 마늘

그리고 소금과 약간의 설탕, 액젓으로 간을 하여

식초 한 방울 넣어 먹으면 된다.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는

봄동 배추 겉절이 하나면 충분하다.

한통만 담가도 몇 번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담을 필요 없이 자주 담아 먹으면

입맛 없는 봄에 입맛을 살려준다.


봄동배추는 된장 한 숟갈 넣어

끓인 된장국도 별미다.

오래전 셋째를 가졌을 때 먹던

봄동 된장국을 잊을 수가 없다.

친구네 가족과 함께 체리를 따러

켈로나에 간 적이 있다.

하루 종일 차를 타고 가서 몸이 아주 피곤했다.

어린아이들 둘을 데리고

그 친구의 친정 언니 댁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때가 다 되었다.


하루 종일 입덧 때문에 먹지 못하고

차를 타고 오느라고 지친 몸이

땅속으로 가라앉을 듯 무거웠다.

그래도 남의 집에서 밥을 준다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부엌을 서성이는데

그 언니가 끓이고 있던

봄동 된장찌개의 환상적인 냄새가

나의 미각을 자극하였다.




음식 냄새만 맡아도

다 토해내던 내가

갑자기 배가 고프고 먹고 싶어 졌다.

오랫동안 밥을 먹을 수 없어서

얼굴도 몸도 피골이 상접했었는데

오랜만에 식욕이 생겨서

입안에 침이 고였다.


배도 고프고 몸도 피곤하여

눕고 싶었는데 잃었던 미각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하얀 쌀밥에 봄동 겉절이와

봄동 된장국으로

그동안 곯았던 배를 채웠다.

남의 집이라 눈치가 보였지만

너무나 맛이 있어서

네 그릇을 먹고 났더니 그제야 배가 불렀다.


아이들하고 시달리고 입덧에 시달리며

기운이 없어 잃어가던 입맛을

되찾게 해 준 봄동 배추 된장국이었다.

워낙에 겉절이를 좋아하고

멸치육수로 만든 심심한 된장국을

좋아하던 나였는데

아무도 만들어줄 사람이 없어

그냥 굶고 있었는데

친구의 언니가 만들어 주었던

봄동 겉절이와 된장국을 잊을 수가 없다.


38년이 지난 지금도 봄이 오면,

봄동김치를 보면

그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봄이 오면 새콤 달콤한 봄동 겉절이와

심심하게 끓인 봄동 된장국이 먹고 싶다.

봄동이 귀한 이곳에

파란색 야채는 겉절이로 먹고

된장국을 꿇여 먹는다.


유채는 봄동과 모양이 비슷해서

자주 사다 먹는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쳐먹기도 하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시금치처럼 소금에 무쳐먹기도 하고

된장국을 꿇여 먹기도 한다.


봄동이 아니지만 나름대로 맛있다.

봄동이 없는 곳에서

비슷한 것을 찾아

한국식으로 해 먹으며 향수를 달랜다.



(이미지 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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