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끊어진 실은... 이어도 매듭을 남긴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사람의 관계는 참으로 복잡 미묘하다. 생김새처럼 생각도 달라서 관계 또한 다르지만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간관계이다. 우연히 알게 되어 친하게 되고 가까워지는 듯하다가 멀어지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외면하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관심을 주고받으며 믿을만하면 괜한 오해가 끼어들어 방해를 하고 사이를 갈라놓는다. 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 조금씩 멀어지며 돌아서기도 하고 돌아선 듯 소식 없이 살다가 뜬금없이 연락을 하기도 한다. 관심과 사랑이란 꾸준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경우다. 나름대로 바빠서 연락을 못하고 살겠지 하면서도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뜸하면 나 역시 주춤하게 된다. 친한 사람이 갑자기 소식을 끊어 버리면 신경이 쓰이지만 모르는 척하고 일방적으로 몇 번 연락도 해보지만 한번 떠난 사람의 마음은 돌아오기 쉽지 않다.


좋았던 감정과 친했던 관심은 이미 떠나 멀어졌기 때문에 돌이키기 힘들다. 설령 인내하고 기다리며 관계가 다시 이어진다 해도 예전처럼 뜨겁지 않다. 기다리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한도가 있다. 마냥 기다리고 있으면 상처만 더 깊어질 뿐 아무런 진척이 없다. 사람과의 관계에 무관심이 되면 할 말도 없어지고 같이 있는 시간도 무료하고 시시하다. 남은 감정이 있다 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게 사람의 감정이다. 오랜 세월 친구라 믿었던 사람도 세월 따라 안 만나게 되고 연락이 뜸하게 되면서 끊긴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이 사람 저 사람 챙기며 살기란 힘들기도 하다며 이해를 하면서도 연락 없는 사람은 자연히 잊힌다. 전화 하나에 모든 것이 들어있는 살기 좋은 세상에 마음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 전화 한 통 하여 안부를 묻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새로운 물건이 좋고 새로 사귀는 사람이 좋고 모르는 곳에 여행하며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한때 좋아했던 사람도 소중한데 잊고 살게 된다.


가까운 부모 형제도 자주 연락하지 않고 사는 세상이기에 뭐라 할 수는 없는데 인생이 참 허무한 생각이 든다. 영원한 것이 없고 만나면 헤어지고, 살다가 이사를 가고 직장을 옮기고 떠난다. 거리가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지만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 안에는 그리운 사람의 전화번호도 있고 미운 사람의 전화번호도 있는데 그냥 지우지 않고 놔둔다. 필요에 의해서 또는 관심이 있어 주고받은 전화번호일 텐데 마구 지우기가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형편에 따라 전화번호를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연락 없이 오랜 세월이 지난 사람은 앞으로도 무심하게 지낼 것이다. 여러 사람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데 지금껏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과는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떠난 사람을 정리하는 것은 무관심한 사람에 대한 예의다. 옛날 사진을 보다 보면 지금은 소식조차 없는 사람이 많다.


한때 친해서 사진도 찍고 웃으며 오가던 사람인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잊고 산다. 내게 도움을 준 사람도, 나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도 세월 속에 묻혀서 잊혀간다. 그저 마음속에 그때의 기억을 담고 연락을 할 수도 없는 경우도 많듯이 사람의 관계는 이어지고 끊기며 잊히는 것이다. 부모 자식이나 형제도 헤어져 사는데 하물며 남들과는 당연한지도 모른다. 좋고 싫고 미워하며 그리워하고 늙어가며 잊히는 것이다. 좋았던 사람, 그리고 고마웠던 사람과 미웠던 사람도 세월이 가면 희미한 추억 속에 묻히는 것이다. 무관심한 사람을 생각하고 친했던 사람을 그리워하기보다 가까이 소식을 주고받는 사람이 소중하다. 오래전 친했던 사람도 소식을 주고받지 않으면 사진 속의 추억일 뿐 이미 마음은 떠난 사람들이다. 다시 돌이킬 수도 없고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


사람은 어제에 살고 내일에 살지만 오늘이 중요하다. 오늘 없는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다. 모르던 사람끼리 친하게 되고 친하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더라도 다 이유가 있다. 내 잘못도 있고 상대의 잘못도 있다. 오해는 오해를 낳고 이해는 이해를 낳는다. 세상살이 용서 못할 것도 없고 이해 못할 것도 없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아침이 있으면 밤도 오는 것이다. 인연이 남았으면 다시 만날 것이고 인연이 끝났으면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 세상사 모든 것은 흐르는 물 같아서 한번 만나 같이 흐르다가 다른 길로 흐르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만사 억지로 되는 것도 없고 강제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끊어지면 끊어지는 대로 이어지면 이어지는 대로 살아간다. 싫어도 해야 하고 좋아도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살이다. 하물며 사람과의 관계란 더없이 복잡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봄을 기다린다고 봄이 오는 것도 아니고 때가 되어야 온다. 사람의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은 어렵다. 열고 닫는 것 또한 인연이 하는 것이니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이 되고 비가 오는 날은 비가 되어 살면 되리라. 자연이 할 일은 자연에게 맡기면 된다. 한때는 선물이었던 인연이 때로는 짐이 되고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헛다리를 잡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라'라는 명언이 생각나는 날이다. 한번 끊어진 인연은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고 언젠가 또 다른 이유로 헤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뜨개질을 하다 끊어진 실을 이으면 매듭이 남아 속으로 집어넣어 숨겨도 보인다. 싹둑 자를 수도 없고 끊어버릴 수도 없는 인연이 만들어 낸 매듭은 어딘가에 영원히 남아 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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