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인생을 만납니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지나가다 보니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없고 놀이터는 쓸쓸하게 혼자 놉니다.

놀이터에 있으니 나도 아이가 되어 그네도 타고 미끄럼도 타고 싶습니다. 빨강 파란 노랑의 무지개색으로 예쁘게 칠해놓은 놀이터는 나를 잡아당기며 놀다 가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었지만 마음은 아직도 그네 뛰고 미끄럼 타던 아이로 돌아가 못 이기는 척하고 그네에 앉아서 흔들어 봅니다.

파란 하늘 아래 아무도 없는 놀이터는 내 세상입니다.

유치원에서 그네를 타고 보던 하늘과 똑같이 맑고 고운

5월의 하늘입니다.


놀이터에는 신나게 두줄을 잡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제비 같은 그네도 있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신나게 내려오는 미끄럼틀도 있고 온몸에 힘을 주며 매달리고 뒤집어 제자리로 돌아오는 철봉대도 있습니다.


오르고 내려가는 층계도 있고 동그란 손잡이를 붙잡고 뱅글뱅글 돌다 보면 세상이 어지러운 것도 있습니다.
그네를 타고 높이 높이 하늘로 올라가 봅니다.
저 언덕 너머에 동네가 보일 때까지 높이 높이 타 봅니다.

어릴 적 그네를 타다 떨어져 다친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주면 더 높이 올라가지만 아무도 밀어주지 않으면 혼자 힘으로 그네를 타야 합니다.

밀어줄 사람 없이 홀로 서야 했던 이민 생활이 떠오릅니다. 두 손으로 양쪽 줄을 잡고 발을 오므리고 힘을 가하면 조금씩 움직입니다. 계속해서 열심히 구르면 탄력을 받아 높이 높이 올라갑니다. 너무 높이 올라가면 뒤집어지고 떨어질 수도 있어 어느 정도에서 속도를 늦추어야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역경을 참아가며 힘든 고비를 넘겨야 합니다. 높이 올라가면 내려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높이 오르다 보니 인생이 보입니다. 올라갈 때는 기분이 좋고 내려갈 때는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됩니다. 오를 때나 내려올 때나 늘 조심해야 살아남습니다.


그네 옆에 구불구불한 미끄럼틀이 보입니다.

미끄럼을 타려면 여러 개의 층계를 올라가야 합니다.

하나씩 둘씩 오르다 보면 다리가 아픕니다.

중간쯤 올라갔더니 세상이 내 눈 아래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최고인 것 같아 날아갈 듯합니다.
더 올라가다 보니 너무 높아서 겁이 납니다.
내려갈까 생각하면 너무 높이 올라왔고
더 올라가려니 떨어질까 봐 무섭습니다.


올라가는 것만 생각했는데 너무 높이 올라왔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까마득하지만 올라왔으니 한 번은 내려가야 합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구름을 따라가 봅니다.

차가운 바람이 내 몸을 흔들고 지나갑니다.

손을 뻗으면 하늘이 닿을 것 같습니다

올라올 때 무서웠던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내려가야 하는데 너무 가파르고 다칠 것 같아 무섭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서 있으니 너무 외롭습니다.

양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조금씩 내려가 봅니다.

내려가다 보니 저절로 내려가고 생각보다 괜찮아서
손에서 힘을 빼며 내려갑니다.

매끄럽게 내려오며 땅이 보입니다. 너무 세게 내려와서

땅에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벌떡 일어납니다.

조금 아팠지만 너무 재밌습니다.
몇 번을 올라가고 내려오며 미끄럼을 탑니다.
힘들고 무섭고 두렵기도 하지만 괜찮습니다.


미끄럼을 타며 높은 하늘도 보고
높은 데서 땅도 보며 넘어져서 아프기도 하지만
재미있어서 아픔도 두려움도 다 잊을 수 있습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그네를 타고 철봉대에서 매달려보고

미끄럼을 타고 높이 올라가서 하늘도 보고 세상도 봅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곳에서 돌아보며 어지러운 세상도

구경합니다.

세상은 놀거리가 많은 놀이터
우리가 살아가며 놀아야 하는 놀이터라
힘들어도 겁나도 재미있게 놀며 살아갑니다.

처음엔 힘들고 조금은 어지러워도 너무 급히 내려와서

엉덩방아를 찧어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멀리서 아이들이 오고 놀이터는 그들의 차지가 됩니다.

아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정신없이 신나게 놉니다.

무섭지도 않은지 뒤집기도 하고 거꾸로도 내려옵니다.

친구들과 함께 놀으니 신나는 모양입니다. 서로 더 재미있는 놀이로 경쟁을 하며 보여주고 자랑도 합니다. 놀이터에도 인생살이가 있어 밀어주고 끌어주고 경쟁하며 웃고 재미있게 놉니다.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도와주며 이끌어줍니다.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쓸쓸한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친구가 오는 놀이터는 우리가 사는 인생 같아서 자꾸만 가서 놀게 됩니다. 놀이터처럼 우리네 삶도 재미있습니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외롭고 힘들어도 하늘도 만나고 구름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며 즐겁게 살아갑니다.

놀이터에서 노는 듯이 살아갑니다.


놀이터에서 인생을 만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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