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하는 지구... 우리가 보듬어 주자

by Chong Sook Lee


민들레가 곱게 피었다.(사진:이종숙)


하루 종일 비가 온다. 그제 밤에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어제는 바람과 비가 동행하며 해를 구름 속에 숨겼다. 지네들끼리 꿍짝을 맞추고 신나게 세상을 돌아다니더니 결국 밤새 온통 비를 뿌리며 세상을 다 적셔놓았다. 덕분에 나무들은 이파리가 더 많아지고 잔디도 파래져서 완연한 봄이다. 아직도 하늘은 구름이 껴서 온 세상이 어둡고 비가 계속 온다. 나무들은 좋아라 하고 사람들은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추운 날씨를 탓한다. 다른 곳은 봄이 왔다 가고 여름이 온다고 하는데 해마다 5월에 한 번씩 다녀가는 폭설 대신에 비가 온다 생각하니 하루 종일 오는 비가 고맙다. 며칠 전부터 아프던 허리가 비가 오니 조금 편해졌다. 몸이 비가 올 것을 알고 미리 아픔을 주어 준비하게 한 것을 알았다. 옛날 노인들이 비가 오려고 오만데가 다 아프다던 말이 생각이 난다. 자연과 사람의 몸은 어쩌면 알게 모르게 서로 소통하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불이 났는데 불은 다 꺼졌지만 고맙게도 밤새 온 비 덕분에 더 이상 번질 염려가 없어졌다. 산불이 나는 뉴스를 보니 5년 전 북쪽에 있는 커다란 도시에 불이 나서 막심한 피해를 입었던 생각이 난다. 해마다 산불로 인한 손해는 엄청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불씨가 원인이 되어 산을 태우고 마을을 태운다. 5년 전 화재는 8만여 명이 불을 피해 집을 떠나야 했고 2400채가 되는 집이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 5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불나는 냄새가 나면 몸서리치던 그때가 생각난단다. 자연재해로 인한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커서 그런 아픔과 슬픔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 갑자기 번져오는 불길을 피해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나야 했고 불을 다 끈 집에 돌아온 그들의 눈에는 참혹한 현장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복구를 시작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을 때 얼음이 한꺼번에 녹아 내려가던 물이 넘쳐서 다시 그들을 덮치는 상항이 되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집과 살림이 물에 떠내려가는 상황에 할 수 있는 일은 지켜보는 일밖에 없었다. 구조대원이 오고 다시 살기 위해 또 뛰었다. 서로 위로하고 힘을 합쳐 이제 조금 살만한데 다시금 코로나가 덮쳐 긴급재난 상황이 되었다. 사람들은 또다시 암담한 시간을 보내야 함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재해에 지쳐간다. 지금 세계가 코로나로 중병을 앓고 있어 검사를 하고 방역지침을 강화하며 백신을 접종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좀처럼 줄지 않아 걱정이다. 사람 사는 게 무엇인지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이 지지고 볶는다. 전쟁과 전염병으로 그리고 백신 전쟁과 자연재해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사고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입고 산다.


나쁜 일이 많은 세상살이지만 몇 안 되는 좋은 일로 사람들은 용기를 가지고 희망하며 살아간다. 병고에 시달리며 더 이상 살 수 없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산 목숨 어쩔 수 없어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오기에 기다리고 산다. 뉴스로 보는 삶의 모습은 일부에 불과하고 실제 상황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비참하다. 몇몇 사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국민들은 희생하며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그들을 처벌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식을 잃고 남편과 형제를 잃고 애통하는 그들은 누구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백신을 맞고 난 며칠 후 골치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던 한 50대 여인은 별일 아니니 진통제나 먹고 쉬라는 의사 말을 듣고 집에 갔다. 증상은 심해지고 진통제도 말을 안 들어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보았더니 뇌에 혈전이 되었다는 결과를 받고 얼마 있다가 사망했다.


딸은 너무나 황당해서 울먹이던 생각이 난다. 사람의 목숨이 몇 개라면 죽었다 살았다 할 텐데 사람을 잘못 만나 순식간에 저세상으로 갔으니 억울한 건 그 사람과 가족이다. 의사도 그렇게 될 줄 몰랐지만 세상일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 같다. 하늘은 여전히 비를 뿌린다. 비가 와서 더럽혀진 자연을 씻어 코로나를 없애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구름 안에 들어있는 비속에 코로나를 죽이는 백신이 들어 있으면 한꺼번에 모든 사람들이 비를 맞고 치유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기에 떠 다녀 숨만 쉬면 들어오는 산소인데 산소를 들이마실 기능이 없음에 놀란다. 당연할 것으로 생각하던 건강을 잃었을 때 우리는 건강을 생각하고 가족을 잃었을 때 가족의 소중함을 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월은 가고 뒤돌아갈 수 없음을 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데 아슬아슬한 위험을 피하며 지금껏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이고 숨 쉴 수 있고 움직이며 하늘을 보고 살아가는 것도 기적이다.


지난겨울에 그토록 많은 눈이 왔는데 벌써 자연은 가뭄에 시달린다. 어제오늘 온 비로 해갈이 되어 어떤 산불도 나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작년에 호주에도 산불이 오래도록 꺼지지 않고 번져서 많은 산짐승들이 죽고 새끼 캥거루가 까맣게 탄 채로 구조되던 것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구는 오염되고 자연재해로 시도 때도 없이 자연이 파괴된다. 우리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로 인하여 지구가 아파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지만 하지 않는 것들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아무리 현대문명이 좋아 편하게 살아간다고 하지만 지구라는 커다란 인간의 집이 건강해야 그 안에 사는 인간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비는 계속 내리고 목말랐던 대지는 촉촉해지고 세상은 녹색으로 새 옷을 갈아입는다. 비가 와서 밖에 나가지는 못해도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아름다운 초록의 계절이다. 자연이 하는 일에 감사하고 순응하며 살아야겠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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