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쓰레기를 만들고, 쓰레기를 남긴다

by Chong Sook Lee
(이미지 출처:인터넷)


만들어진 물건은 언젠가는 쓰레기가 된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귀한 물건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버려지는 날이 있다. 누구에게나 아끼는 물건이 있고 귀한 물건이 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물려주며 명맥을 이어간다. 그런데 내게 귀한 물건이 누군가에겐 쓰레기가 되고 누군가의 쓰레기가 내겐 귀한 물건일 수 있다. 어쨌든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죽고 물건은 언젠가는 쓰레기장으로 버려져 소각하거나 아니면 재활용품으로 세상에 다시 나온다. 하지만 재활용품이라 해도 없어진 것은 아니고 모습을 바꾸었을 뿐 언젠가는 또다시 쓰레기가 된다. 사람들은 재활용이 될 수 있는 물건을 지향한다. 좋아하고 편리하며 오래 쓰고 나중에 싫증이 나도 재활용이 될 수 있는 자연재료를 쓸려고 노력한다. 참 좋은 생각이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물건보다 훨씬 좋은데 사람들이 취향이 다르다 보니 취향에 맞게 수많은 것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알게 모르게 일반 쓰레기로 버려져서 없어진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세계는 지금 쓰레기 대란으로 쌓아놓을 장소도 땅도 없다. 홍수나 쓰나미로 밀려온 쓰레기의 양은 엄청나다. 바닷가 곳곳에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버릴 곳이 없는데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쓰레기를 매일 생산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쓰레기 수거 날에 버려지는 물건이 어디에서 그렇게 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먹고 남은 음식부터 쓸데없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청소하고 정리할 때마다 어디선가 나온다. 살면서 열심히 쓰레기를 사들였다. 기분 좋아서 사고 기분 나빠서 사고 외로워서 사고 슬퍼서 사고 스트레스 때문에 사며 위안을 했다. 사기 위해 벌고 쓰기 위해 벌지만 돈을 벌어 쓰레기를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물건은 쓰레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쓰레기인 줄 모르고 열심히 사서 집안을 채워놓고 싫증이 나거나 이사를 가면 새로운 것으로 바꾸며 행복해한다.


나는 자주 이사하거나 직장을 바꾸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다. 지금 사는 집에서 32년을 살고 있고 식당도 한 군데서 22년을 운영했다. 요령도 없고 주변도 없는데 사람들은 다들 대단하다고 한다. 한 군데서 살다 보니 여러 가지 쓰레기가 많다. 언젠가 한번 쓰게 될지도 모르는 것을 위해 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열심히 쓰레기를 사 와서 쓰레기 더미에 살고 있지만 쓰레기를 버릴 때가 되어 열심히 버리고 산다. 쓰레기가 될 줄 모르고 사서 모으고 살아왔다. 선물을 받으며 좋아하고 선물을 주며 행복했다. 결국 모든 것들이 쌓여 쓰레기장으로 가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차를 사서 운전하는 순간에 차값은 떨어지고 물건을 사는 순간에 물건은 헌 것이 된다. 거의 비슷한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인데 모양만 바꾸고 색깔만 바꾸어 거금을 주고 사고 조금 쓰다가 버린다. 아이들 장난감도 소비를 줄이기 위해 빌려주는 곳이 생기는 듯하더니 요즘엔 없어졌다.


금방 버릴지라도 빌리는 것보다 소유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한다.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고 공간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다. 큰 공연을 위해 멋진 빌딩을 짓고 실내 장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던 문화가 없어지고 줌으로 관중과 소통한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팔고 사람을 만나고 인공지능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를 안 가고 재택근무로 집에서 일한다. 빌딩과 학교가 필요 없는 세상에서 온라인으로 만사를 해결한다. 편하기 위해 만든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고 사람들에게 명령하고 사람들은 복종하며 산다. 말을 안 들으면 뒤죽박죽 되고 중요한 것이 없어지기도 하니까 손가락도 조심스레 움직여야 한다. 가성 화폐가 생겨서 코인이 돈으로 둔갑해서 시장을 점령하는 세상이다. 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손으로 세어보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주고받는다.


부정부패를 하고 세금도 내지 않고 남몰래 쌓아놓은 부자들의 현금은 쓸 수 없어 휴지가 되어 소각되는 날도 머지않았다. 돈도 보석도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가상 재산 일뿐이다. 그동안 사람들이 사들인 쓰레기들이 갈 곳을 잃고 세상을 부패시키고 세균을 만들어 낸다. 코로나는 또 다른 질병을 가져다주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집안에 갇혀 지내며 우울증에 시달린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여 생기는 병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무엇이 하고 싶으냐고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해보았더니 사람들을 만나 파티를 하고 여행을 하고 먹고 마시며 살고 싶단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포옹하며 살고 싶단다. 지금껏 살아온 이기적인 삶이 너무 후회스럽다며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코로나는 고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 주고 사랑과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지 가르쳐 주었다.


소통과 공감이 간절하게 기다려지는 세상이다. 벽을 쌓고 등을 지며 혼자만 살겠다고 살아온 현대인들은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통감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으로 절실하게 돌아가고 싶어 한다. 겉으로 보이는 세상은 깨끗하고 아름답지만 보이지 않게 꼭꼭 숨겨놓고 감추어놓은 쓰레기가 없는 나라는 없다. 나라마다 화려하고 멋진 곳이 있는 반면에 더럽고 어두운 뒷골목이 있다. 세상을 여행하며 버려질 쓰레기를 사고 가방을 배불리며 행복해한다. 여행을 금지하고 외출을 금지하게 되니까 온라인으로 쓰레기를 산다. 사야 하고 있어야 하지만 없어도 되는데 그냥 산다. 돈이 없어 쩔쩔매면서도 있는 것 또 사고 필요 없는 것 또 사고 쓰던 것은 것은 멀쩡한데 쓰레기가 된다. 이렇게 말을 하는 나도 다음엔 어떤 쓰레기를 살까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인간은 쓰레기를 만들고, 쓰레기를 사고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다가 쓰레기를 남기고 죽는다. 자연은 생명이 있어 스스로 생성하고 발전하며 인류를 위해 헌신하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하찮은 나무도 때가 되면 이파리를 달고 꽃을 피고 열매를 만들며 갈 때가 되어 죽어도 땔감이 되고 집 짓는 재료가 되고 버섯이 자라기도 한다. 그 자리에서 살다 죽고 썩으며 뿌리를 내려 다시 세상에 나와 사람들과 세상을 위해 살아간다. 쓰레기를 만들지도 남기지도 않는 자연이 좋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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