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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나누는 대화로 행복을 찾는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할 말이 없을 때가 있다. 누군가를 만나 할 이야기가 없을 때는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서 아무 말이나 해본다. 만만한 날씨 얘기부터 시작을 하기 시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말이 없는 사람이나 말을 조심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야기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약간씩 농담을 해가며 대화를 하다 보면 속마음까지 이야기가 되어 의외로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 입이 무거워서 부담 가는 사람도 있고 너무 가벼워서 거리를 두게 되는 사람도 있다. 만나면 신나게 떠들어대고 나중에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고 말은 얼마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말 만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는데 선자는 가벼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게 되는데 후자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조심한다고 해도 실수를 하게 되는데 하나하나 일거수일투족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치고 들어오는 사람과의 대화는 한마디로 겁난다. 기억을 못 하는 사람은 책임이 없어 아무 말이나 해놓아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발뺌하기 일수이니 믿을 수 없고 자신의 말은 뒤로하고 상대의 말만 기억했다가 추궁하는 사람도 상대하기 어렵다. 대화란 서로를 알리고 신뢰하며 소통하는 도구인데 그런 식의 대화는 하지 않음만 못하다. 자신의 말은 100퍼센트 맞고 확실하다고 생각하며 남의 실수나 단점만 찾아내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한다면 당할 사람이 없다.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충 성격을 파악하게 되어 조심하며 관계를 이어간다. 주위에 평소에 말이 없고 입이 무거운 사람이 있어 만나면 조금 부담스러운 사람이 있다.


만날 때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신경이 쓰이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나 자신이 말 수를 줄인다. 만나지 않고 살 수 없기에 만나기는 하지만 좋아서 만나는 사람이 아니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자꾸 거리가 생겨 불편해도 가까이 살아 만나게 되지만 되도록 만남을 회피하고 싶어 진다. 매사를 계산하며 손익을 따지고 이로운 사람을 찾아다닌다. 생색내기 좋아하고 손해 보기 싫어하며 상대의 잘못을 이해하지 않고 오해하는 경향이 많은 성격이 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라도 상대방을 이용하며 부려먹으려고 하는 사람임을 알고 사람들이 오래 견디지 못한다. 세상에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만나고 싶지 않지만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만날수록 오래 하고 싶고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만날 때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나를 믿어서 하는 말이겠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사이가 나쁘다 하여도 상대방 모르게 대화의 내용을 녹음하는 경우는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때 매번 녹음을 했다고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너무나 깜짝 놀랐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거나 전화통화를 하다 보면 가벼운 농담도 하고 남의 흉도 보는 게 세상사 인생사인데 그 모든 것을 녹음해 놓았다고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어느 날을 위해 녹음을 해 놓았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는데 마치 '너도 말조심해'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뒤로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당연히 조심하게 되고 말을 안 하게 된다. 그 사람은 나를 믿는다고 한 말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하듯이 나 몰래 내가 한 말을 녹음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의심을 하는 것은 나쁘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는 그 사람이 다시 보이게 되었다.


서로를 다치지 않게 배려도 하고 조심도 하면서 살아가는 게 인생이고 만남인데 선입견을 가지고 만나게 되어 거리는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다. 실수하고 오해하며 살다가 또 대화를 통해 풀어지고 용서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상대의 잘못만을 가지고 물고 늘어진다면 상대하기가 힘들다. 세상 살기 힘들어도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살 맛도 나고 용기도 나는 법인데 상대의 잘못만 따진다면 만남의 의미가 없다. 그런 반면에 만나도 또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이 있다. 만나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삭삭하고 친절하여 만날 때마다 최선의 대우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 받기보다 주기를 좋아하기에 더 많이 주고 싶고 남의 잘못으로 돌리기 전에 자신의 부족함을 미안해한다. 상대에게 바라지 않고 늘 감사하며 겸손한 그 사람을 만나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진다. 상대를 이기고 내 사람을 만드는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들고 헤어져 있을 때는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소식이 궁금하고 만나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진다. 사람의 마음은 서로 주고받는 무선 통신이다. 보이지 않아도, 만날 수 없어도 서로가 통하고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수를 이해하며 웃음으로 포옹할 수 있다. 서로 행복하고 기쁘기 위해 만나는 것인데 하나하나 신경 쓰면 어렵다.


만나서 좋고 만남을 기다리며 만남 속에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좋아도 상대가 싫어하면 어쩔 수 없지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누군가와도 좋은 만남이 될 것이다. 마음을 열고 주고받는 대화는 빡빡한 인생살이에 희망을 가져다준다. 친구끼리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다면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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