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버리지는 않고 쌓아 놓으려고만 할까 비우지는 않고 채우려고만 할까 배우려고는 하지 않고알고 싶어 하는 걸까 가지는 않고 오기를 바라는가 열지는 않고 열어주기를 하는가 보려 하지 않으면서 안 보인다고 할까 들으려 하지 않으면서 안 들린다고 할까 노력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기다리는가 부족한 걸 알면서도 완벽하기를 원할까
나는 왜 나는 왜 생각해보니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다 아는 줄 알고 잘하고 잘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조목조목 따져보니 부족한 것 투성이다. 별것 아닌 것에 서운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후회하고 미련이 많다.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온 인생이다 어제 하지 못한 것은 해야 하는 오늘이 와도 여전히 내일로 미루며 산다. 오늘이 가면 다시 오지 않을 오늘 이건만 오늘을 시시하게 그냥 보낸다. 삶이 언제 끝일지 모르는데 영원할 것처럼 내일 내일 하며 산다. 사람들은 열심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정신 바짝 차리고 악착같이 사는데 나는 그냥 되는 대로 산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산다. 지금이 중요하다는 말을 골백번 들었는데도 또 다른 지금이 올 거라 믿으며 산다. 가만히 있어도 행운이 찾아오리라 생각하고 하늘만 바라보고 산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춤을 추는 나무가 되어 산다. 우산을 쓰고 비바람을 피하지 않고 살아간다.
기회를 잡고 요행을 바라며 살면 편한데 그냥 산다.
조금 참으면 만나는 평화가 얼마나 좋은지 안다.
기다려보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음을 본다. 작은 것의 의미를 잊고 산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이듯이 세상의 모든 것은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람이 불행한 것은 작은 것을 무시하고 큰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작은 것은 시시하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행복은 깃들지 않는다. 작은 시냇물이 흘러 바다를 이루고 작은 돌멩이가 모여 산을 만든다. 내가 바라는 것을 비울 때 원하는 것을 채울 수 있다. 지나간 인연들이 아름다운 것은 더 이상 만날 수 없기에 소중한 것이다. 매일 만나는 작은 만남에서 아무런 것도 얻지 못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소중한 마음으로 대하다 보면 언젠가 희망이 되어 돌아온다. 내가 보낸 날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될 줄 모르고 살았다. 오늘 이 시간도 어느 날 그리운 날이 될 것을 알면 그냥 버릴 수 없는 귀중한 순간이다.
거리를 보면 젊은이들의 활기차고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을 텐데 하루하루 살다 보니 지금의 나와 함께 산다. 산 정상을 찍고 하산하고 있다. 정상을 향해 갈 때 보지 못하던 것을 보면서 순간순간 기쁘게 산다. 더 많이 갖기 위해,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지나치며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이 행복하다. 내가 산에 오르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을 내려오면서 본다. 지금의 나는 지금껏 살아온 나의 모습이다. 지금부터라도 그동안 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들을 하며 살아야 한다. 작은 것에 행복해하며 버릴 것 버리고 비울 것 비우고 이전의 나로 돌아가야 한다. 욕심 없이 하늘을 보고 소풍 온 아이처럼 기쁘게 살아야 한다. 김밥 한 줄에 삶은 계란 두 개, 사이다 한 병에 행복해야 한다. 나비를 쫓아다니고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집에 갈 때까지 신나게 놀아야 한다. 없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소꿉장난 하며 마음 편하게 살아야 한다.
나에 대해 모르던 것을 알려들지 말자. 지금껏 살아온 대로 그렇게 살면 된다. 왜냐고 따지지 말고 생긴 대로 살자. 앞서지 못한다고 화내지 말고 뒤쳐진다고 안달하지 말자. 나에게 맞는 옷을 입고 내게 어울리는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살면 된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만족하며 살면 된다. 인연이 아니면 놓아주고 내게 온 인연에 감사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