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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조차... 잊게 한 콩국수의 맛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더우면 너무 덥다고 추면 너무 춥다고 불평한다.

추운 겨울에는 그립던 더운 여름이 오니 뜨거운 여름을 그리워할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더워도 너무 덥다. 영상 31도의 온도에 바람조차 없으니 체감온도는 34도로 불쾌지수는 하늘을 찌른다.


더운 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무 더우니까 밥맛도 없다.

그렇다고 안 먹으면 기운이 없고 밥은 먹어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다.

이런 날은 잘 익은 열무김치에 비빔밥을 해 먹어도 좋고 국수를 삶아서 열무김치에 시원하게 말아먹어도 좋지만 그중에 제일은 콩국수가 최고다.





콩을 불려서 삶고 곱게 갈아서 면포에 싸서 나오는 뽀얀 국물은 콩국수를 해 먹고 콩 건더기는 신김치 조금 넣고 비지찌개를 해 먹으면 그것도 진미다.


뜨거운 여름에는 콩국수를 해 먹고 비지는 얼려 놓았다가 날씨 궂은날이나 바람 부는 날에 쌀뜨물을 넣고 비지와 새우젓 한 숟가락 넣고 심심한 비지찌개를 해 먹어도 좋다.


며칠 동안 계속되는 더운 날씨에 무엇을 해 먹으면 좋을까 하던 차에 내 마음을 알기나 한 듯이 지인이 곱게 간 뽀얀 콩국물을 커다란 병으로 하나 가득 가져왔다.


(사진:이종숙)


어찌 그리 내 마음을 알았느냐 하니까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생각이 나서 만들었단다.

더우면 만사가 귀찮고 힘든데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보통 성의가 아니다.


식구들을 위해서 만들어 먹기도 힘든데 내가 좋아한다고 이렇게 해 가지고 왔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오랜만에 큰아들 네 식구가 왔는데 날씨는 덥고 마땅히 해 먹을 것이 없었는데 정말 마침 잘됐다


콩국물이 있으니 국수를 삶아 건져 놓고 오이를 채 썰어 삶은 계란과 고명으로 얹어 놓으니 기가 막힌 특별한 요리가 되었다. 다른 반찬 없어도 시원하게 먹으니 영양도 만점이고 맛도 만점이다.


너무 맛있다. 더위도, 코로나도 다 잊힐 만큼 시원하고 상큼하다. 가슴속으로 내려가는 콩국물이 온몸을 짜릿하게 만든다. 뽀얀 콩국은 우유빛 아기 살결만큼 곱고 사각사각 씹히는 채 썰은 오이가 더욱더 입맛을 돋운다.


인스턴트 음식들로 인하여 옛날부터 내려오는 조상님들의 음식들이 사라져 가는데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콩국수의 매력은 바로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조금 번거롭고 힘들어도 해 먹으며 자손 대대로 전승되는 맛있는 콩국수로 더위를 이기며 여름을 지낸다.


더운 여름에 식욕이 떨어지기 십상인데 이렇게 맛있는 것을 해서 가져다준 지인에게 너무 고맙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준 그 마음은 이렇게 내 마음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한다.


오랫동안 계속된 코로나로 인하여 만남도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만나서 함께 식사도 하고 시원한 뒤뜰에서 오손도손 이야기는 하지 못했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우정으로 삶의 맛을 느낀다. 더운 여름날 가슴속까지 시원한 콩국은 그 어느 음식보다 기쁨을 가져다준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그리운 모든 이들과의 다정한 만남을 소망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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