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좋다. 밥도 친한 친구와 같이 먹으면 더 맛있고 여행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하면 더 좋다. 혼자서 보는 영화보다 가까운 누군가와 함께 보는 영화가 더 재미있다. 쇼핑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좋다. 친한 친구가 아니더라도뜻을 같이하며 한 곳을 향해 같이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좋다.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가 옆에서 조용히 동행을 해준다면 많은 의지가 될 것이다. 카페에서 다정한 두 사람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보기 좋고 누군가 정답게 길을 걸어가는 것도 보기 좋다. 팔짱을 낀 모녀가 쇼핑을 하는 것도 보기 좋고 연인과 영화를 보는 모습도 좋다.
어제는 남편과 동네 가까이 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공원 근처에는 오래된 요양원이 하나 있다. 2층 빌딩인데 2층에는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머물고 아래층 에는 혼자서 움직이며 외출도 가능한 사람들이 산다. 가족이 오면 근처에 있는 공원 길을 함께 걷는 사람이 있고 요양원 뜰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한때 한 집에서 살던 사람이 나이가 들고 건강이 나빠져 시설에 들어가면 좋든 싫든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창문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면서 지난날들을 떠올린다. 자식들과 친구들과 바쁘게 살던 때를 생각하며 홀로 외로워 그리움에 울기도 하고 추억 속에서 좋은 날들을 만나기도 한다.
젊을 때는 시간이 없고 나이 들으면 사람이 없다. 가족들도 조금씩 멀어지고 친하던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난다. 매일이 같은 날들이 계속되며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날들의 연속 속에 망각과 체념의 세월은 간다. 남편과 걸어서 공원 입구를 향해 가는데 멀리서 남자 둘이 걸어오는 게 보이는데 부자 같기도 하고 조카와 삼촌 같기도 하다. 나이 든 사람은 걸음 보조기를 밀며 걸어오고 다른 남자는 옆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가볍게 걸어온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지만 무척 다정해 보인다. 아마도 기다리던 가족이 와서 같이 걸으니 기분이 좋은지 웃음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나이가 들었지만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노인 앞에서 장난을 치며 깔깔대고 웃는다. 행복해 보인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가족이 찾아와 함께 걸을 수 있음에 기쁨이 넘친다. 나이가 들고 가족을 떠나 왔지만 어쩌다 만나도 함께 걸어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걸음을 걷지 못하는 날이 와도 서로 추억을 이야기하며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영원히 함께 할 것 같았던 날들이 세월 따라 둘 중에 하나는 먼저 가고 나중에 남은 사람은 그리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 여행을 하던 음식을 먹던 영화를 보던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좋다. 같이 먹고 같이 보고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옆에 있어주며 위로하고 기대며 웃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언젠가는 혼자가 된다. 옛날에는 그나마 손편지가 있어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핸드폰을 쓰지 못해 메시지를 주고받지 못하는 나이권 사람들은 외롭게 산다.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주소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는 어찌 보면 고독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다 알아서 해주기에 몸은 편한지 모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점점 줄어든다.
카드가 알아서 해주고 컴퓨터가 다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도 전화와 카드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다. 현금을 쓰지 않는 세상이 되어 쓰리꾼이 없어졌다는 말을 들으니 한편으로는 잘된 것 같지만 그만큼 또 다른 방법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눈에 보여 행복하게 했던 돈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쓰지 않아 없어지고 현금거래라는 게 사라지고 있다. 월급도, 주식도 숫자가 오고 갈 뿐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다. 쇼핑센터에서 현금을 내는 사람을 따로 분류하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과도 대면보다 비대면이 더 많아져 아무리 멀리 살아도 영상 통화로 만남을 대신할 수 있어 다행이다 생각하다가도 왠지 서운하다. 만나지 않고 얼굴만 보며 웃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세상이 발달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후퇴를 하고 있기도 하다. 아는 사람은 점점 더 편하게 되고 모르는 사람은 뒤처지는 세상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기계로 모든 것을 하는 것을 보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부모 자식이 함께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없어 한편으로는 두렵다. 집안에 있다가 오랜만에 시내라도 나가보면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놀란다. 내가 변한 건지 사람들이 달라진 건지 모든 게 너무 빨라졌다. 여유도 없고 기다림도 없다. 신호가 바뀌고 총알같이 가지 않으면 뒤차가 난리가 난다. 기아를 바꿀 시간도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성질이 급한데 나는 정 반대가 되어 천천히 살아간다. 그래서 끼리끼리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성질 급한 친구나 배려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불안하다. 비슷한 사람끼리 동행하게 된다. 만나서 좋고 편하고 부드러운 사람과의 만남이 좋다.
한 곳을 바라보고 한길을 걸어가며 한마음을 가지고 살 수는 없어도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으로 소통하고 살면 된다. 다른 점은 인정하고 부족함을 보완하며 잘했다고 칭찬하고 사과하며 살면 된다. 있는 것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동행할 때 세상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