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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파리한테 배운 인생의 지혜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이게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주 작은 날파리들이 집안을 돌아다닌다. 어찌나 빠른지 잡을 수가 없다. 밥을 먹으려면 어디선가 날아와 반찬 주위를 돌아다니고 앉아서 있으면 내 얼굴 주위에서 약을 올린다. 너무 작아서 잡으려고 하면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고 보이는 곳으로 가면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나쁘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더러운 곳이 있나 해서 여기저기 찾아봐도 모르겠다. 혹시나 이곳에서 생기나 해서 집안 구석구석 돌아가며 청소를 해도 여전히 날아다닌다. 청소한 날은 더 많이 날아다니는 것 같아 약이 더 오른다. 그렇다고 집안 전체를 뒤집어 볼 수 없으니 작은 날파리 눈치 보는 날들이 길어진다.


어찌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내가 하는 방식 외에는 특별하지 않다. 병에 주스를 조금 넣고 비닐로 뚜껑을 만들어 구멍을 하나 뚫어 놓으면 벌레들이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게도 해놓았는데 안된다. 집안에 있는 화초에 물을 너무 주면 그런다고 해서 며칠 동안 주는 둥 마는 둥 했더니 화초들이 목마르다고 비실대며 쓰러져서 그것도 그만두었다. 없어졌나 하고 안심하면 어디선가 나타나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날아다닌다. 어떻게 저놈들을 몰살시키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이 크다. 크면 파리채로 잡을 텐데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하며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그냥 저러다 없어지겠지 하다가도 하나 둘 보이면 다시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한다.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아야 잡던지 몰살을 시키던지 할 텐데 살살 약만 올리고 도망가는 날파리를 잡을 방도가 없다. 옛날에 빵가루 뚜껑을 안 닫아서 날파리가 생긴 적이 있는데 그때 너무 고생해서 날파리만 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별것을 다해도 찾을 수 없어 집안에 모기향까지 피어놓고 온 식구가 기침을 하는 지경까지 갔었다. 가까이에 있는 문제를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으려 했기 때문에 고생한 것이다. 어쨌든 그 날파리 하고는 다르게 생겼지만 혹시나 해서 찾아봐도 이번엔 빵가루가 아니다. 분명 화초에서 나오는 날파리인데 근원을 모르겠다. 남편 친구네도 화초 벌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단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없어지지 않아 속상해서 집 안에 있는 화초를 다 갖다 버렸더니 없어졌다고 한다.


화초가 많지는 않지만 버리기는 뭐하고 날파리는 여전히 집안을 날아다녀서 답답했다. 아이들이 끈적이를 여기저기 붙여보라고 해서 화분마다 붙여 보았는데 몇 마리가 붙어있을 뿐 별 효과가 없었다. 아무것도 아닌 날파리가 왔다 갔다 하는 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시간이 가면 없어지리라 생각하며 잊을만하면 눈앞에서 날아다닌다. 봄에 생겼으니 여름이 되었으니 없어질 거라 생각했는데도 안 없어지고, 이유도 모르고, 답도 없다. 아무래도 이대로 놔두다가는 신경이 쓰여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화분 흙을 갈아주기로 했다. 마침 화분 두 개가 화초에 비해 흙이 더 필요한 것 같아 흙을 더해줄까 하다 아주 이참에 새 흙으로 갈아주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날파리 생각에 답답한 마음에 화초를 보고 있는데 작은 화분이 두 개가 겹쳐 놓은 것이 보였다.


지난번에 화초가 너무 크게 자라 조금 큰 화분으로 꽃을 옮기며 화분을 그냥 다른 것과 겹쳐 놓은 것을 잊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길래 나중에 뭐라도 심어야지 하며 무심히 놓아둔 것이 잘못이었다. 밑에 있는 화분 아래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몰랐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유는 여러 가지 일 것이다. 빈 화분에서 날파리가 생길 줄 모른 채 시간이 가면서 아래 화분에 있던 물에서 날파리가 생겼는지 아니면 흙에서 생겼는지 흙도 갈고 날파리도 없어졌으니 일석이조다. 별것 아닌 것에서 생겨난 문제로 이곳저곳 청소를 했지만 생각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해결되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화초 옆에 놓아둔 화분에서 생겨난 것을 찾으려고 집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본 것을 생각하면 약이 오른다.


그날 화분을 갈아 주지 않았다면 지금도 여기저기 날아다닐 날파리들이 흙갈이로 없어졌는지 조금남은 물에서 생겨 났는지 알 수 없지만 없어져서 정말 좋다.


해결 방법을 찾으면 간단한 문제가 답을 찾기 전까지는 망막한 인생살이와 다름없다. 조그만 문제를 크게 만들어 덕분에 집안 청소를 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바로 옆에서 생겨나는 날파리를 멀리서 찾으려고 했던 것이 나의 어리석음이다. 세상 모든 일이 가장 가까운 데서 생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아는 곳, 아는 사람, 아는 이야기 속에 해결책이 있다. 날파리 덕분에 다시 한번 인생을 배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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