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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야... 나는 네가 싫어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한다. 생전 알레르기를 모르며 살아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생긴 알레르기로 눈물 콧물이 나오고 눈이 가려워서 쩔쩔매다 못해 알레르기 약을 먹고 산다. 다행히 약을 먹어도 졸리거나 하지 않아 아침 식사를 하고 하나씩 먹으며 견디게 되었다. 어쩌다 잊어버리고 산책을 가던지 장을 보러 가면 휴지를 달고 살아야 한다. 알레르기를 모르고 살았는데 이민 온 몇 년 뒤에 남편이 아프지도 않고 열도 없는데 눈물 콧물이 나고 재채기를 수도 없이 하였다. 감기 증상하고 꼭 같은데 몸져눕지도 않고 활동을 하는데 이해가 안 되었다. 어느 날은 좀 덜하고 어느 날은 심해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남편이 의사한테 갔더니 알레르기라고 약을 사 먹으면 된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알레르기가 흔한 병이 아니라서 약도 그리 발달하지 않아 약을 먹으면 졸음이 쏟아져 맥없이 누워 자야 했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리를 쳐도 약기운 때문에 죽어 자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 뒤로 두 살배기 큰애를 데리고 고양이를 키우는 서양 할머니 댁에 방문하고 집에 오는데 큰애 얼굴에 동전만 한 두드러기가 여기저기 생기고 가려워서 쩔쩔매었다. 깜짝 놀라 의사한테 데리고 갔더니 고양이 털에 의한 알레르기 증상이라고 해서 깨끗이 씻어주고 조금 있으니 가라앉았다. 남편과 큰애는 알레르기로 고생했지만 둘째와 셋째 그리고 나는 다행히 알레르기 증상 없이 잘 지냈다. 그 일이 있고 몇 년 뒤에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가서 말 목장을 하는 동생 친구네에 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말을 태워준다는 말에 신나서 마구간에 가서 말에 올라타기가 무섭게 큰애와 둘째의 눈이 가렵고 빨갛게 충혈되어 바로 알레르기 증상임을 알고 약을 먹고 가라앉혔다.


알레르기 증상은 남편과 두 아들을 괴롭혔고 딸과 나는 아무 증상 없이 잘 지냈는데 이상하게 올해 들어 딸도 나도 봄 알레르기에 시달리게 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콧물이 나고 눈이 가렵고 재채기를 하기 시작하면 여러 번을 연달아하며 눈물 콧물에 난리가 난다. 같은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도 몸은 변하는지 예전에 없던 알레르기로 고생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나오는 약은 졸리지 않아 아무 때나 먹어도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진정시키는 약이니 속이 빈 상태는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구가 더러워지고 온도가 올라가며 없던 병이 생긴다. 사람의 몸이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면역력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유행병이 세상을 뒤집고 있다. 우리가 모르며 살던 세균들이 어느 날 인간의 세계에 침투해서 삶을 짓밟는 것이다.


(사진:이종숙)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음식으로 인하여 생명을 위협받는 예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땅콩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견과류의 알레르기는 순식간에 숨통을 막아 고통을 주고 생명까지 앗아간다. 어린아이들이 멋도 모르고 먹었다가 당하는 사고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살다 보니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알레르기도 정말 많이 있다. 무슨 일인지 작년에는 모기가 너무 극성을 부렸다. 크기도 하거니와 물렸다 하면 부풀어 오르고 가려워서 어린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4살짜리 손자가 여름에 더우니까 옷을 벗고 마당에서 노는데 모기가 다리를 몇 군데 물었다. 가려우니까 자꾸 긁고 긁으니까 빨갛게 부풀어 오르며 다리를 절며 걸어 다녔다. 나중에는 염증까지 생긴 것 같아 염려를 했는데 다행히 염증은 없었고 약을 바르고 나았는데 알고 보니 모기 알레르기였다.


조심한다고 없어지지 않고 싫다고 안 생기는 게 아닌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 현대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다 일종의 현대병일지도 모른다. 음식이 달라지고 환경이 달라지며 인체도 달라진다. 좋은 환경에서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면역력이 약해져 어떤 상황에 나타나는 알레르기 증상이다. 오래전 나는 버터나 마가린 알레르기가 있는지 모르고 맛있어서 무심코 먹었는데 어느 날부터 이유 없이 온몸이 여기저기 가려웠다. 이유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 안 먹다 보니 몸은 약해지는데 여전히 가려운 증상은 멈추지를 않았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기에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물어봐도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버렸지만 나아지지 않아 결국 버터나 마가린을 끊고 조금씩 증상이 호전되어 지금은 완치가 되었다. 사람의 몸은 정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아픈데 없는 것 같아도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늦게라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면 다행인데 그것을 찾기는 쉽지 않기도 하다. 팔뚝에 많은 주사기를 꽂고 알레르기 테스트를 해보면 대충 무슨 알레르기가 있는지 결과를 알 수 있다. 삼한 알레르기도 있고 경미한 알레르기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일단 조심해야 한다. 서양 음식에 주로 쓰이는 버터 종류는 피하기가 어려워도 가려웠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진저리가 쳐져서 눈을 감고 모른 채 한다.


마음이 싫어하는 사람은 안 만나고 살듯이 몸이 싫어하는 음식도 먹지 말고 피해야 한다.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몸이 하는 소리를 귀여겨 들어보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꽃피는 며칠만 고생하면 되니까 열심히 약 먹으며 견뎌보자. 알레르기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버텨 보다가 결국 두 손 들고 약을 먹기로 했으니 여름이 무르익을 때까지 참아야 한다. 알레르기야... 나는 네가 싫어.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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