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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세상
by
Chong Sook Lee
Jun 12. 2021
(사진:이종숙)
그 많던 세월은 어디로 갔는지
몇 개의 기억만 희미하게 남겨놓고 갔다.
그토록 기뻤던 날도
그토록 아프고 슬펐던 날도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봄이 여름에
묻혀버리고 있다.
그 설레던 봄은 없어졌고
풍요로운 여름이 영원할 것처럼
앞에 펼쳐져 있다.
그토록 기다려온
봄의 모습은 찾을 수 없고
가버린 곳도 모른다.
여름은 언제나 있었던 것처럼
자리를 지키고
나뭇잎을 팔랑거린다.
영원할 것 같던 세월은
계절 따라 자리바꿈을 하며
어제의 나는 없고
오늘의 나를 남겨 놓았다.
어제의 나를 잊지 못하듯이
언젠가는
지금의 나를 그리워하고
돌아갈 수 없어 안타까울 것이다
봄은 다시 오지만
내가 보낸 어제는 다시 오지 않는다
여름은 여기 있지만
가을이 오면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세상은 돌고 돌아
오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생겨나고
가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은 없어진다
기쁨도 슬픔도 계절처럼
자리를 주고받으며
한 사람의 삶을 오고 가고
좋든 싫든 장단을 맞춘다
봄 속에 여름이 태어나고
여름 속에 가을이 자리 잡으며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는 것처럼
아이가 어른이 되고
다시 아이가 되어 간다
육신은 영혼을 따라가지 못하고
영혼은 육신을 떠나고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날아간다
삶은 또 다른 곳에서 이어지고
없던 이들의 세상으로 채워진다
돌고 돌며
시작은 끝이 되고
끝은 다시 시작이 되어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 된다
내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은
누군가의 것이 되고
삶은 영원히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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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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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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