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햇살이 밖에 나와서 같이 놀자고 불러내는 맑은 아침입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행복합니다. 날씨만 좋아도 이렇게 행복한데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바라고 삽니다. 좋은 날씨는 당연히 오는 거라 뒤로 밀려납니다. 하는 일이 안되는데 날씨만 좋으면 뭐하냐고 좋은 날씨를 타박합니다. 비가 오면 비까지 오느냐고 눈총을 주고 바람이 불면 날씨가 미쳐 돌아간다고 짜증을 냅니다. 날씨는 우리가 자연에게 준 것을 자연이 우리에게 되돌려 주는 것인데 다 날씨 탓을 하며 살아갑니다. 아무 죄도 없는 날씨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탓하는 것을 들어야 합니다. 어른들이 욕하는 것을 보고 들으며 아이들도 다 날씨 탓을 합니다.
소풍 가는 날에 비가 오고 싶어서 오는 것도 아니고 차 닦은 날에 비가 내리고 싶어서 내리는 것도 아닌데 만만한 날씨한테 다 뒤집어 씌웁니다. 비가 오는 것도 바람이 부는 것도 좋은 날을 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세상은 메말라서 타버릴 것이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식물은 자라지 않을 것인데 머리가 헝클어진 다고 바람 부는 날을 싫어합니다. 자연이 하는 일을 하는데 인간은 날씨마저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합니다. 해님을 따라 뜰을 걸어봅니다. 심심할까 봐 그림자를 나에게 선물을 주는 해님이 고맙습니다. 그림자 덕분에 외롭지 않습니다. 그림자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내가 구부리면 같이 구부리고 걸어가면 같이 걸어갑니다.
해님은 세상을 골고루 비춰 주어 양지에 있는 것도 음지에 사는 것도 돌아가며 비춰 줍니다. 아침에는 동쪽으로 저녁에는 서쪽으로 돌아가고 남쪽에 머무르며 남은 빛은 북쪽에 넘겨줍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비하고 신기합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자연이 다 알아서 해주니 참 좋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일일이 사람들이 물을 주어야 하는데 하늘이 알아서 비를 내리니 정말 좋습니다. 한쪽에는 비가 오고 다른 쪽에는 맑고 또 다른 곳에는 바람이 불며 세상을 돌봐주는 자연이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해님이 쉬고 싶을 때 구름이 와서 포근한 잠자리를 만들어주고 뜨거워진 구름은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와 세상 사람들의 삶을 구경합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사람 사는 모습을 봅니다.
가난한 사람을 보고 부자들의 모습도 봅니다. 행복한 사람도 불행한 사람도 보입니다. 사람들이 웃고 울며 떠들며 살아갑니다. 아침에 파란색 옷을 입었던 하늘이 지금은 회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처럼 순간순간 잘도 변하는 하늘이네요. 해가 없어지니까 그림자도 어디론가 숨어 버렸습니다. 그림자 없이 혼자 놀고 있는데 바람이 와서 같이 놀자고 합니다. 옷을 흔들며 머리를 헝클며 심술을 부립니다. 땅을 뒤집어 먼지를 일으키고 나뭇가지들이 춥을 춥니다.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온몸을 마구 흔들어 댑니다. 잘못하다가는 바람이 데리고 멀리 갈 것 같아 집으로 들어옵니다. 창가에 앉아서 바람 부는 밖을 내다봅니다. 회색이던 하늘이 검은 옷으로 갈아 입고 땅을 향해 천둥 번개로 고함을 치더니 이내 굵은 비가 후드득 땅으로 낙하합니다.
소나기가 급하게 지나가더니 하늘은 다시 다시 맑아지고 파란 옷을 입습니다. 햇볕을 다시 집안으로 들여보내며 같이 놀자고 합니다. 꽃들이 물을 마시고 해맑게 웃고 서 있습니다. 바람도 어디로 가버리고 세상은 또다시 포근해집니다. 나를 찾아온 그림자가 손잡고 나를 따라옵니다. 하루는 그렇게 왔다가 갈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오늘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내일을 데려다 놓고 어제가 됩니다. 내일은 어떤 날이 될지 모르지만 오늘 같은 날이라도 행복합니다.
아무런 일이 없어도 좋고 하늘과 비와 바람과 해님 하고 그림자와 함께하는 날이면 행복합니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마음을 열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있는 그대로 다 내어주며 함께하는 자연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