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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다. 봄은 봄대로 설레고 여름은 여름대로 푸짐하고 가을은 가을대로 풍요롭고 겨울은 겨울대로 눈부시다. 설렘 속에 외로움이 있고 푸짐함 속에 차분함이 있고 풍요로움 속에 쓸쓸함이 있고 눈부심 속에 고독함이 있다. 어느 하나 완벽하지 않지만 부족함 또한 없음이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기쁨 속에 슬픔이 있고 아픔 속에 치유가 있는 것처럼 고통 뒤에는 환희가 있기에 더없이 소중하다. 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다시 모여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다 사라지고 바람 또한 오고 가며 세상을 들썩인다. 마음은 수없이 바뀌고 생각이 달라지며 행복 안에 불행을 감추고 산다. 사람이 사는 동안 아프지 않고 좋은 일만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사 그리 안된다.


원하는 것들은 쉽게 얻을 수 없고 하고자 하는 것 들은 마음대로 안된다. 원하는 것도, 하고자 하는 것도 나의 욕심이고 나의 뜻일 뿐 자연의 뜻은 아니다. 꽃이 피고 지고 비와 바람이 오고 가며 계절의 할 일을 하듯이 자연이 다 알아서 한다. 가야 할 때도 알고 와야 할 때도 아는 자연처럼 인간에게도 때가 있는데 그것을 우리는 알지 못하고 안달한다. 버릴 줄도 모르고 비울 줄도 모른다. 뜻대로 안 된다고 불평을 하고 기다리지 않고 속상해한다. 꽃봉오리는 때가 되어야 열린다. 꽃봉오리를 강제로 열려고 하면 그 꽃은 상처만 남긴 채 시들어 죽고 만다. 큰애가 한 살이 되었을 때 다른 또래 아이들은 그 나이에 이가 났는데 우리 애만 이가 안 나서 입안을 들여다보며 걱정을 했다.


사람마다 성장 과정이 다름을 알면서도 하필 내 아이만 이가 늦게 나오나 엄청 기다렸다. 치아라는 게 늦게 나오면 더 좋다는데 그걸 못 참고 안달을 했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조금 작다고, 조금 늦다고 기다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이다. 셋째가 한꺼번에 키가 훌쩍 커서 둘째가 기가 죽었던 적이 있었다. 일찍 크고 나중에 크고의 차이인데 그 당시에는 둘째가 억울한지 할머니를 닮아서 키가 작다고 했었다. 그러더니 딸은 성장이 일찍 멈추고 아들은 나중에 키가 커서 180센티미터로 자랐다. 다 시간이 해결해주는데 그걸 못 참고 사는 게 인간이다. 일찍 핀 꽃 일찍 진다고 부러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언젠가는 핀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추하게 지기도 하고 초라하게 피었다가 고귀하게 지기도 한다. 아름다워도 악할 수 있고 시시해 보여도 배울 게 있다. 타 도시에서 이사 온 여자분이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어디를 가도 구석에 서 있다 가곤 했다. 아무도 가까이 가서 말을 거는 사람이 없을 때 우연히 가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과 친분이 생겨 잘 적응한 뒤에 그분이 그때 정말 고마웠다는 말을 했다. 나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그때가 그분은 사람들이 가장 절실할 때였던 것이다. 다행히 그분과 이야기를 하게 되어 지금껏 다정하게 지내지만 그때 내가 그분을 지나쳤다면 그녀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겠지만 인연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자연처럼 다가온다. 오늘 내가 살았다고 내일도 살 가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은 내일을 향해 살아간다.


암으로 생존 가능성은 2%밖에 안되는 사람이 있다. 그래도 그 사람은 0퍼센트보다 많은 거라며 희망을 걸고 산다. 없는 1퍼센트 보다 있는 2퍼센트를 가지고 긍정으로 살아간다. 남에게 충고는 잘하지만 자신의 고통에는 인색한 게 인간이다. 조금도 기다릴 줄 모르고 참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완벽하기를 바라고 부족함을 용서하지 못한 다. 나쁜 일은 용납하지 못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고 이름을 알리려고 하고 유명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화를 내고 별것 아닌 것에 실망한다. 겨울이 오면 봄이 오는데 봄이 빨리 오지 않는다고 우울해한다. 자연이 알아서 계절을 데려다주는데 미리 걱정하며 산다. 해가 뜨면 해가 지고 해가 지면 해가 뜨는 것처럼 다 알아서 한다.


달이 기울고 별이 지는 모든 것들이 다 자연이 한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자연을 따라 살아간다.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욕심내지 말고 살아야 한다. 아픈 것도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실패하는 것도 성공하기 위한 것이다. 사랑해도 미움도 생기는 것은 더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고 또 용서 속에 사랑으로 피어날 것을 알기에 이해하는 것이다. 생각나는대로, 쓰고 싶은 대로 말하고 싶은 날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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