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만나고... 소풍 나온 인생도 만난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해당화가 곱게 피었다. 오랜만에 숲 속으로 소풍을 나갔다. 며칠 동안 보지 못한 숲 속의 오솔길은 더 좁아졌고 풀들이 자라고 나무들이 우거져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낮에 온도가 올라간다고 해서 일찍 산책을 나와서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모기들은 아직 잠들었는지 덤벼 들지 않고 까마귀가 나무 위에서 깍깍대며 소란을 핀다. 어린 새끼 까마귀가 아직 나르지 못해서 나뭇가지에 앉아서 가지를 오르내린다. 새끼 까마귀를 다치게 할까 봐 어미 까마귀는 인기척이 나면 멀리서 보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경고를 한다. 지난여름 집 앞에 있는 소나무에 새끼 까마귀가 며칠간 기거하던 때가 생각난다. 사람들이 새끼를 해치기라도 할까 봐 전봇대 꼭대기에서 지켜보다가 사람들이 지나가면 난리를 치던 모습도 생각난다. 해치지 않는 것을 알지만 머리 위에서 깍깍 대는 소리가 들리면 기분이 나빠서 그 자리를 떠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면 난리를 치던 까마귀도 조용히 있는다. 새끼를 건드릴까 봐 조바심치는 모성애가 느껴진다. 숲이 떠나갈듯한 까마귀 소리를 뒤로 하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데 나뭇가지에 다람쥐가 앉아서 꼼짝 않고 쳐다본다. 너무 더워서 가만히 있나 보다. 살인적인 더위도 며칠만 견디다 보면 지나갈 것이다. 햇볕은 뜨겁지만 숲 속이라 그런지 그리 더운 것 같지 않다. 망초와 엉겅퀴를 비롯하여 온갖 풀들이 내 키만큼 자라 있고 바람 따라 몸을 흔든다. 해마다 피었다 지는 풀들인데 올해는 더 새삼스럽게 많아 보인다. 며칠 지나면 망초꽃들이 하얗게 피어 들판을 덮을 것을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좋다. 남들은 망초나 개망초를 질겁하지만 내 눈에는 그 꽃들이 예쁘다. 어느새 해당화가 여기저기 피어 꽃냄새로 온 숲이 향기롭고 이름 모를 열매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계곡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눈이 녹아 계곡물이 넘쳐날 정도로 물이 많았는데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아 물이 별로 없다. 숲 속의 모든 나무와 풀들이 빨아먹으니 물이 없어질 만도 하다. 어느새 6월도 며칠 안 남았다. 눈을 뜨면 온갖 사고와 사건들이 넘쳐나는데 특별한 일 없이 조용히 왔다가는 세월이 고맙다. 까딱 잘못하면 떨어지는 외줄 타기에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가는 기적 같은 삶이 너무 고맙다. 코로나로 인하여 힘들었던 상황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다. 확진자도 줄고 여러 가지 방역 제재도 많이 풀어졌다. 더 이상의 희생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본다. 일단은 백신 접종을 많이 했으니 아무리 변이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려도 어두운 터널 끝이 보이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나무집이 보인다. 커다란 널빤지를 어떻게 그 높은 곳까지 올려놓았는지 양쪽으로 단단하게 묶어놓고 편안한 원두막처럼 만들어 놓았다. 올라가서 한숨 자고 내려와도 될 정도로 큼직하게 만들어졌다.




(사진:이종숙)

숲 속에는 무궁무진한 볼거리들이 있다. 비바람에 쓰러져 누운 나무들이 가로질러 있고 넘어진 지 오래된 나무들이 아무도 모르게 뽀얀 버섯을 키우고 있다. 죽은 나무에 싹이 나오지 않아 올려다보았더니 우윳빛 버섯이 나와서 예쁘게 자라고 있다. 식용인지 독버섯인지는 알 수 없지만 뽀얗게 자라는 버섯이 먹음직하여 사진을 찍어 본다. 아무짝에도 소용없어 보이는 죽은 나무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 버섯이 자란다. 멀리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딱따구리가 죽은 나무에서 구멍을 뚫고 벌레를 잡아먹느라 바쁘다. 무수한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숲을 걸으며 창조주의 오묘한 뜻을 생각한다. 어느 누구에게나 소중한 생명을 주고 그들이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크고 작은 미물부터 보이지 않는 땅속에 사는 여러 가지 생물들이 들락날락하며 한때 바쁘게 살다 간다.


백 년을 살아도 부족해서 더 살기를 원하는 욕심 많은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때 멋지게 살다 간다. 걷다 보니 온도가 올라가고 모기들이 하나둘 깨어 기지개를 켜며 구역을 침범했다고 여기저기 물어댄다. 귓속말을 하며 속삭이다가 순식간에 물어 피를 빨아먹는다. 모기를 피해서 계곡을 지나 주택가로 걸어보니 사람 사는 모습이 다 다르다. 온갖 꽃을 심어놓고 뒤뜰을 깨끗이 꾸며 놓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고 엉망으로 해놓고 사는 사람도 있다. 숲과 붙어있어 새들이 많이 온다. 여러 가지 새 먹이 통이 나무에 걸려있다. 저 들 나름대로 먹을 것 걱정 않고 사는 새들이지만 친절한 사람들이 먹이를 가져다 놓는다. 숲 속에서 몸을 숨기고 고운 목소리로 짝을 찾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숲을 가른다. 애절하게 부르기도 하고 방울 소리를 내기도 하는 새들이 나뭇잎 때문에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먹이를 가져다주면 때때로 날아와서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다 보니 식구가 많은 집인지 뒤뜰에 커다란 텃밭에 온갖 종류의 채소를 기른다. 파와 마늘 그리고 부추도 있고 토마토와 고추도 보인다. 인도 사람들이 사는 동네인데 내가 모르는 채소들이 눈에 띈다. 맛있는 인도음식 냄새가 진동하여 배가 고파진다. 더워지기 전에 다녀가려 했는데 여기저기 걸으며 자연과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숲 속에 있는 오솔길에는 나무들이 많아 더운 줄 모르다 주택가로 나오니 금방 더워 견딜 수가 없다. 어서 빨리 집으로 가서 국수라도 시원하게 말아먹을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 세상 소풍 끝내고 가는 날도 오늘처럼 발걸음이 가벼웠으면 좋겠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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