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을 해소한 세상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그토록 맑고 푸르던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와 덮는다

어디선가 숨어있던 바람이

불어온다

세상은 바람에 뒤집히고

깜깜하게 어두워진다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바람과 구름과 비가

해를 숨겨놓고

세상에 비를 뿌린다


소나기 몇 줄기에

뜨거웠던 대지는

숨을 쉰다

몇 방울의 비로

흙들은 살았다고

흙냄새를 풍기며 기뻐한다


숨쉬기 조차 어렵던 며칠간의 폭염은

비가 그리운 시간이었다

무서운 더위는 꺾이지 않고

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았다

바람은 뜨겁게 불고

나무들은 메마른 채 기운을 잃어간다


비 한 방울 물 한 방울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금방이라도

타버릴 듯하던 지구는

소나기 몇 줄기로 식어간다


땅도 나무도 풀도

하늘이 내려주는 물을

받기 위해 두 팔 들고

만세를 부른다

기다려오던 비가

대지를 적신다


시원한 물줄기가 세상을 씻는다

기다림이 준 차가운 빗방울로

지구는 다시 제자리로 오고

사람들은 삶이 계속된다

뜨겁던 태양은 구름 속에 덮이고

세상은 차분히 고개 숙여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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