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곳에서 시작된 여정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떠나는 것은 돌아오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3박 4일 동안의 캠핑을 갈 준비를 하며 집안을 정리한다. 음식을 사다 놓은 것들을 차곡차곡 쿨러에 집어넣고 가서 잘 침낭과 세면도구를 챙기고 옷과 필요한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본다. 무언가라도 빠지면 불편하기에 최소한의 준비로 최대한 편리하게 준비를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필요한 물건들은 다 챙겼다. 두 아들과 두 며느리 그리고 네 명의 손주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 남편은 빼놓은 것이 있나 일일이 점검하느라 땀을 뻘뻘 흘린다. 뒷자리까지 뉘어놓고 차곡차곡 종류대로 쌓아놓았는데 꽉 차있다. 간단히 간다고 했는데 하나둘 넣다 보니 뒤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차 한 대에 다섯 식구가 타고 여행을 다녔는데 지금은 3대의 차로 출발한다.


각자 기호에 맞게 필요한 물건을 챙기고 좋아하는 음식을 챙기고 맘에 드는 옷과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챙긴다. 겹치게 되면 짐이 많을뿐더러 남기고 버려지기 때문에 각자 준비하는 음식을 얘기하며 낭비를 줄인다. 나는 냉동고에 여유로 사놓았던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 차로 운전하며 가는 시간이 5시간 반 정도 걸린다지만 어린 손주들과 가다 보면 가면서 먹기도 하고 쉬기도 하여야 한다. 아침에 떠나면 오후에 도착할 것이라는 계산으로 집을 떠난다. 아이들 각자 준비를 했는데도 3박 4일의 여행인데 준비하고 정리할게 너무 많다. 한 달 전에 예약한 이곳은 B.C. 주에 있는 마을이다. 록키산맥을 통과하며 제스퍼를 지나 1시간 반을 더 운전하고 가야 하는 곳이다. 하늘은 맑고 파랗다. 며칠 동안 연기로 고생했는데 오기 전날 퍼부은 소나기로 연기가 가라앉아 지금은 공기가 아주 깨끗하다.


두 아들의 차를 앞세우고 뒤를 따라간다. 아이들이 장성해서 우리는 꼴찌가 되어 따라가지만 마음이 뿌듯하다. 아이들이 손주들 나이에 캠핑을 데리고 다닌 것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 많은 세월이 매일 오고 가는 하루하루로 흘러갔다. 코로나로 인하여 꼼짝을 못 하며 살았는데 이렇게 가족여행을 간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름대로의 삶에 적응하고 여행도 다니며 살았는데 코로나는 세상을 정지시켰다. 꼼짝없이 갇혀서 아이들도 못 보고 어디 가지도 못하고 살았는데 세월이 약이라고 모든 것들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며 검사를 받고 백신을 맞으며 기다려온 시간들이 다가온 것이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린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는 밀이 자라 바람 따라 춤을 춘다. 소와 말들도 무심한 듯 평화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다.


(사진:이종숙)


세상은 한없이 평화롭다. 언제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휩쓸고 갔나 할 정도로 많은 여행용 차들이 줄을 이어 간다. 간절히 원했던 날이 온 것이다. 마스크도 필요 없이 거리두기를 하며 차분히 순서를 기다린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깨끗이 닦고 거리를 두고 상대를 배려하며 살아야 함을 다시 느끼게 해 주었다. 지난날 어쩌면 우리 인간들은 지나친 생활을 하며 살았는지 모른다. 떼로 몰려다니며 자유를 넘어 방종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면서 옛것을 잊고 새것만 받아들이고 살았는지 모른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살기를 원하다 보니 너무 지나쳤던 것인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보기 좋아도 속으로 곪아가는지도 모르고 생활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도중에 차에 기름도 넣고 식당에 들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잠깐 멈추었다. 사람들은 마스크 없이 오고 가고 담소하며 음식을 먹는다. 잃었던 일상을 다시 찾은 것은 좋은데 한편 걱정은 된다. 아직까지는 코로나의 정체를 잘 모르는데 이래도 되는지 하는 생각에 마스크를 쓴다. 록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디언 추장의 얼굴을 한 바위가 누워서 하늘을 본다. 크고 웅장한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거대하다. 여러 번 온 곳이지만 올 때마다 감탄한다. 침엽수가 촘촘히 자라고 물색은 초록색으로 수정처럼 맑고 깨끗하다. 끝도 없이 보이는 호수는 마치 바다처럼 넓다. 캐나다가 워낙 큰 나라이고 물이 많은 나라이라서 어디든 가면 크고 많음을 실감한다. 고속도로 옆에 작은 관광도시를 지나간다. 강이 보이고 첩첩산중에 지어진 통나무집 캠프장 모습이 차츰 보이기 시작한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작은 도시에 들어섰다. 조촐하지만 필요한 것들은 갖추어 있어 분주하게 돌아간다. 가면 갈수록 더 가고 싶게 만드는 끝없이 펼쳐진 정경에 폭 빠진 채 몇 시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안내소를 지나 소나무와 전나무숲이 우거져있고 통나무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캠프장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이미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편하게 앉아서 담소하고 있다. 열쇠를 받아 들고 예약한 통나무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경이다. 짐을 내리고 캐빈 앞에 텐트를 치며 이곳에서의 휴식을 즐기기 시작한다. 집을 떠나와 우리는 이곳으로 돌아와 다시 생활을 한다. 먹고 자고 아이들 노는 것을 바라보며 3박 4일의 여정은 시작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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