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곳에서 이어지는 여정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크고 작은 캐빈이 서로 마주 보지 않게 여기저기 놓여있다. 아담한 작은 단층 통나무집 3채를 빌렸다. 현관에 의자와 벤치가 양쪽으로 놓여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냉장고와 마이크로 오븐이 있다. 창문이 3개 있고 2층 침대와 식탁과 세 개의 의자가 있다. 밖에서 보기에는 아주 자그마해 보였는데 들어와 보니 의외로 넓다. 4 식구가 충분히 쓸 수 있는 공간인데 남편과 둘이 쓰니 아주 충족하다. 대충 물건을 정리하고 나갔더니 아들들은 캐빈 앞에 있는 피크닉 테이블 위에 모기장 텐트를 치고 며느리들은 식사 준비에 바쁘다. 주위를 돌아보니 강물이 흐르는 깊은 산속이다. 네트워크도 안 되는 곳에서 며칠을 살아야 한다. 나야 견디지만 젊은 애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밥을 하고 집에서 끓여 온 곰국을 덥히고 돼지 불고기와 삼겹살 그리고 쌈장에 쌈을 싸 먹고 김치와 깻잎으로 저녁을 먹었다. 한국인은 어디를 가도 한국음식을 배신하지 않는다. 양식도 좋고 중화음식도 좋지만 역시 한국음식이 최고다.


저녁을 먹고 나니 아직도 초저녁이다. 햇살이 곱게 내리쬐는 강가를 향한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흘러가고 바람도 따사롭다. 아들 며느리 손주들 열 식구가 한 줄로 강가에 있는 오솔길을 걸으며 계곡을 내려다본다. 깊이 흐르는 강물을 따라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급하게 내려가는 물살이 어지럽기까지 하다. 어디로부터 흐르는 물인가? 강은 강인데 산속으로 흐르는 강은 도시의 강과 다르게 엄청 거세게 흐른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오래 지속된 가뭄으로 도시에 있는 계곡은 말라가는데 산속을 흐르는 강물은 넘쳐흐른다. 강으로 내려가니 아주 고운 모래사장이 나온다. 모래와 강물이 만나고 야트막하게 걸어가는 길이 만들어져 맨발로 걸어본다. 손주들은 모래로 성을 쌓고 발자국을 만들며 모래를 파서 이쪽저쪽으로 옮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물은 차지만 몇 발자국마다 모래섬이 있어 서서 흐르는 강물을 본다.


언제 적부터 흐르기 시작한 저 강물은 앞으로도 바다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흐를 것이다. 가다가 헤어지고 다시 어딘가에서 만나 흐른다. 강이 깊어 물이 얼음처럼 차서 뼈까지 시리다. 멋모르고 수영한다고 물에 뛰어 들어갔다간 심장마비를 일으킬지도 모를 정도고 계곡이 너무 깊어 아찔하다. 발 한번 잘못 디디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물살로 빨려 들어가 자취도 없을 것 같다. 한참을 강가에서 놀다가 강기슭을 따라 걸으며 1953년에 만들어진 다리를 건넌다. 25톤을 견디는 튼튼한 다리는 68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차가 다니고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다리 아래로 콸콸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빨려 들것처럼 짜릿하다. 자연은 위대하다는 말이 맞다. 어느 순간 순한 양이 되고 무서운 야수가 되기도 한다. 봄처럼 아름답고 겨울처럼 앙상하며 가을처럼 허무하기도 하다.


(사진:이종숙)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강물은 반짝인다. 누군가의 캐빈이 강가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나무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고 어디선가 이름 모르는 새가 짝을 부른다. 삼대가 어우러져 강물을 걸어 다니며 아이들과 손주들과 놀았다. 아이들처럼 발이 시리다고 동동거리며 어린아이로 잠시 돌아갔다. 아이들이 함께 가자고 모든 준비를 한 여행이라서 우리는 몸만 온 것인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온다 해도 망설임 없이 또 올 것이다. 가까이 사는 둘째 아들이 형과 동생과 함께 계획하고 예약하며 시작한 여행인데 빅토리아에 사는 딸은 대형산불로 인하여 길이 막혀 오지 못하고 아들들과 손주들과의 여행이 되었다. 딸이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로 미룬다. 사랑스러운 손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하며 잘 따르고 아들 며느리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삼대가 함께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두들 협력하면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형의 말을 듣고 동생을 이끌어주며 서로서로 배려하면서 도우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 물어보며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다. 둘째가 먼저 결혼을 해서 아이들이 크지만 사촌들끼리 정말 잘 논다. 핵가족이 되어 형제들이 별로 없다 보니 사촌들도 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낸다. 어쩌다 만나는 사촌들인데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코로나를 잊고 자유롭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친하며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세월이 가면 형편과 환경이 달라진다 해도 몇 안 되는 형제들이 오래도록 우애 있게 살기를 바란다. 한 살 터울인 아들들은 형제이자 친구이고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행자이다. 나이차가 없기에 형 친구, 동생 친구 가리지 않고 친하게 지내며 청년기를 지냈기에 더더욱 돈독한 형제지간이다.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기에 서로를 위하여 희생하며 배려한다.


강 가운데에 돌섬이 하나 있고 강물에 떠내려오던 죽은 나무들이 섬에 앉아서 쉬고 있다. 언젠가 이곳을 지나간 폭풍우가 데려다 놓은 나무다. 뿌리째 뽑힌 나무는 바위에 앉아 하늘을 보며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고는 그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으로 정착한 것 같다. 산속에 산이 있고 그 안에 또 산이 있다. 겹겹이 쌓인 산들이 서로를 포옹하며 유구한 세월 동안 의지하며 기다린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듯 봄이 오고 여름이 간다. 계절의 속삭임을 들으며 순응하고 순명하며 자연의 진리를 배운다. 구름이 몰려오고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며 하루가 저물어간다. 온 길을 돌아서 걷는다. 강물은 여전히 힘차게 흐르고 강기슭에 핀 꽃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며 밤을 맞는다. 떠나온 하루는 그렇게 끝이 나고 내일을 꿈꾼다. 하늘에 해와 구름도 산을 넘어가서 휴식을 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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