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오늘 같은 날이기를 바라는 여정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날이 밝았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에 잠이 깨어 밖을 보니 조용하다. 새들도 다람쥐들도 자는지 정말 고요하다. 하루를 시작한다. 먹고 자고 놀기 위해 온 캠핑이니 신나게 먹고 놀자. 내 도움이 필요하던 아이들은 이제 손주들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천방지축 철없는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사고 나지 않게 일일이 살피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밥 먹는 도중에 화장실 가고 싶다면 데려가고 먹다가 나가서 놀면 데려와서 먹이며 정신을 뺀다. 그런 시간이 지나 나에게는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식사 준비가 시작된다. 배이컨과 소시지를 굽고 빵과 감자튀김 그리고 계란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챙기고 먹이고 저희들도 먹어야 하니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정신없는 아침식사가 끝났다. 아이들은 손주들을 데리고 강가에 가고 자전거를 타고 돌에 페인팅을 하며 바쁜 아침을 보낸다.


아직 어린 세 살 짜리 손녀딸은 손과 얼굴에 온통 페인트를 묻혀가며 한몫을 한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오빠 언니들이 하는 대로 흉내를 낸다. 남편과 나는 의자에 앉아 그들이 노는 것만 보고 있어도 즐겁다. 둘이 와서 불어난 식구들을 보니 지난 세월이 흐뭇하다. 딸과 사위가 오지 못해서 서운한 마음이지만 기회는 또 있다. 이번에 같이 온 아들 식구들과 함께하며 즐겁게 놀다 가면 된다. 아이들 데리고 놀며 말을 들어주는 아들 며느리를 보며 어떻게 삼 남매를 키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세상이 더 단순했겠지만 아이들 하나하나에 쏟는 정성이 갸륵하다. 해달라는 것 다 해주고 못해주고 안 해주면 설명을 하고 이해시키며 아이들이 공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손주들이 생기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고 식구들도 새로운 이름이 생기며 따르고 보살피며 사랑을 주고받는다.


캠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캠프파이어인데 산불로 인해 금지령이 내려 못내 서운하다. 불은 없지만 간이 의자와 간이침대를 놓고 돗자리까지 깔아 놓고 놀아보니 오히려 위험하지 않아 불 없는 캠핑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매사에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마시멜로를 나무 꼬챙이에 껴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지 못하는 대신 포터블로 만든 작은 가스 화로를 이용해서 구워 먹으며 기분을 낸다. 없으면 없는 대로가 아니고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하며 사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캠프파이어가 없어 서운한 것보다 없기에 더 좋은 것들을 생각한다. 둥그렇게 앉아서 놀고 이야기하며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간다. 중간중간 간식을 먹지만 때가 되니 배가 신호를 보낸다. 햄버거를 굽고 샐러드를 만들어 각자 기호에 맞게 만들어 먹으며 담소한다.


(사진:이종숙)

어린 손주들은 우리 모두를 한마음으로 이끌어준다. 웃게 하고 뛰게 하고 놀라게 한다. 10살, 7살, 5살, 3살짜리 손주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이 참 좋다. 통나무집 앞에 커다란 잔디밭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고 자전거도 타며 다칠 염려 없이 잘 논다. 조금 걸어가면 강가가 나와 흐르는 강물을 볼 수 있고 그 뒤로는 산들이 겹겹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다. 완벽하게 서로가 기대고 있는 자연을 보며 창조주의 손길을 생각한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거대한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15분 정도 차로 운전하고 도착한 곳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아름다운 폭포이다. 폭과 깊이가 거대할뿐더러 폭포의 물살은 웬만한 빌딩도 휩쓸 정도로 거세게 흘러내린다. 엄청난 소리와 물살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겁이 나서 가까이 갈 수 없게 만들고 멀리 서 있어도 물방울이 튀어 비가 오는 것처럼 옷이 젖는다.


쇠줄로 된 손잡이가 있어 사람들이 잡고 다니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곳에 식구들이 모두 앉아 기념 촬영을 하고 산길을 걸어가니 강가에 앉아서 물장난을 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크고 작은 돌들이 강가에 놓여있어 간식도 하고 물장구도 치며 쉬었다. 누군가가 작은 돌로 예쁜 탑을 쌓아놓았다. 강물에 돌을 던지고 한참을 놀다가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호수로 낚시를 하러 가기 위해 작은 마을에 가서 먹을 것을 사 가지고 비포장 도로를 운전하고 도착했다. 끝없이 펼쳐진 호수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것이 강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넓고 크고 깊은 호수에 하우스보트가 하나 서있고 강가에는 낚싯대들이 드리워져 있다. 사람들은 호수를 보며 식사도 하고 휴가를 즐긴다. 낚시를 하고 물놀이를 하면서 싸가지고 간 간식을 먹으며 끝없이 펼쳐진 산과 호수를 본다.


반대쪽에 있는 호수에 발전소가 있어 물이 강처럼 흐른다. 호수에서 어떤 생선이 잡히는지 모르지만 호수 중간중간에서 생선들이 뛰는 모습이 보인다. 손주들과 예쁜 돌멩이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맨발로 물속에서 자갈을 밟으며 물장구를 치며 놀다 보니 해가 저문다. 다시 자갈길을 따라 캠프장으로 도착했다. 여전히 손주들은 뛰어다니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무언가를 하느라 바쁘고 어른들은 저녁을 준비한다. 한식과 양식으로 이런저런 음식을 준비하여 식사를 끝내고 강가로 향한다. 7월에는 며느리들 생일이 있고 손녀딸 생일도 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이곳에서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 케이크를 가지고 강가에 앉아서 생일 노래를 불러주며 다시 한번 축하하니 새롭다. 어느새 밤이 깊어지고 우리는 피곤해 방으로 들어왔는데 애들은 텐트 안에서 웃음꽃을 피운다.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잠 속으로 빠져든다.


나날을 새롭게 하는 창조주의 작품을 즐기는 하루였다. 비가 오는가 하면 해가 비취고 덥다가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면 스산한 날씨가 너무 좋다. 내일도 오늘 같은 날이기를 바라며 오늘 내게 온 하루를 보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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