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바라보고 강가를 걸으며 보낸 여정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좋다. 나무들은 더욱더 푸르르고 강물은 더 힘차게 흐른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아침을 먹고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들을 올려다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무런 규제가 없는 퇴직 생활이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이 생활이 새삼스레 좋아진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동안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잊었던 것을 기억하게 된다. 옛날 추억을 꺼내서 다시 웃고 그때로 돌아가기도 한다. 짝을 만나 서로에게 적응되어 살아가며 가족을 만들고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음식도, 습관도 다른 사람이 만나 서로 맞춰가는 게 처음에는 힘들어도 어느 날 하나가 되어 간다. 구름이 하늘을 덮고 바람이 분다. 모기들은 바람 따라 날아와서 얼굴이고 머리고 가리지 않고 물어댄다. 둘째 손자는 모기 알레르기가 있어 모기한테 물리면 부풀어 오른다.


여기저기 물려 가려워서 쩔쩔매면서도 놀기 바쁘다. 어른들이 아이들처럼 놀면 피곤해서 어쩔 줄 모를 텐데 지칠 줄 모르고 논다. 낮잠 한번 자고 나면 피로가 다 풀리나 보다. 뛰고 넘어지고 울고 다치고 모기한테 물려도 금방 웃는다. 그들은 울어도 슬프지 않고 힘들어도 행복하다. 그들에게 어른들은 많이 배워야 한다. 어른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별것 아닌 것에 질투하며 산다. 조그만 손해에도 분개하고 남을 이용하기 위해 머리를 쓴다. 살다 보면 별것 아닌 인생살이인데 악착을 떨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다. 캠핑 온다고 좋아했는데 하룻밤만 남았다. 기다리고 계획하며 설레는 시간을 보내며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짐이 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오지 않으면 손주들과의 추억도 없이 자라 버릴 것이다.


손주들을 쫓아다니고 울면 달래며 먹을 것을 챙겨주고 젖은 옷을 갈아 입히는 자잘한 일이라도 옆에서 도와주고 힘이 되어 줄 수 있어 좋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큰 아들은 강변에서 낚시를 하고 나머지는 돗자리를 펴놓고 놀며 흐르는 강도 보고 산을 바라본다.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멀기는 하지만 록키 한가운데서 자연을 마주하며 여행을 자주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지만 이렇게 새로운 곳을 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산다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온다. 캠핑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코로나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실감한다. 마스크 없는 세상이 이처럼 자유로울 줄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이다. 뉴스상으로 들었던 대형 산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마냥 평화롭기만 하다. 가물었다고는 하지만 강물은 넘쳐흐르고 나무들은 울창하게 숲을 이룬다.


(사진:이종숙)


잔디도 새파랗게 잘 정리되어있고 캐빈과 화장실은 특별히 깨끗하게 잘 되어 있고 캐빈 바로 앞에 수돗물이 있어서 이것저것 닦고 씻기에 아주 편리하다. 산속에 지어진 크고 작은 통나무집에 며칠씩 머물기도 하고 여행용 차를 가지고 와서 장기간 머무는 사람들도 많다.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니 빨랫줄도 있고 여행용 차 앞에 화분도 놓아두고 집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먼길을 가다가 하룻밤 머물고 가기도 하고 잠깐 쉬었다 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 옆집 젊은이들은 하룻밤 자고 갔고 앞에 머물던 세 사람은 오토바이를 타고 오늘 아침에 떠났다. 오고 가고 만나는 인연들이라서 그런지 아주 친절하다. 화장실 앞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비 좀 시원하게 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우리는 비가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한바탕 웃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 위주로 생각하며 산다.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하지만 아직 비는 오지 않는다. 어제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놀아서 모두들 피곤했는지 오늘은 모두들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쉬고 있다. 큰아들은 주변에 드라이브를 한다고 나갔고 작은 아들 내외는 손녀와 함께 퍼즐을 하더니 큰아들과 큰며느리도 합류해서 1000조각짜리 퍼즐을 완성했다. 우리는 산책을 하며 강을 보고 산도 보며 이렇게 좋은 곳에 오길 참 잘했다고 이야기한다. 퇴직 후에는 여기저기 여행이나 다니자고 했는데 코로나로 발이 묶여 있다가 이렇게 아들들하고 오니 참 행복하다. 순서를 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돌아가면서 식사 당번을 하며 요리와 설거지를 번갈아 한다. 스테이크와 돼지갈비를 구우며 샐러드와 캔에 들어있는 옥수수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어른들은 밥 늦도록 못다 한 이야기들을 한다.

1000조각 퍼즐 완성(사진:이종숙(

어리다고만 생각한 아이들이 이제는 우리를 걱정한다. 길을 걸을 때 혹시 잘못될까 봐 조심시킨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텐트 안에서 차를 마시고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고 있을 때 남편과 나는 동네로 산책을 나갔다. 비 온 끝이라 그런지 구름이 산허리에서 쉬고 있다. 운무의 모습이 신선이라도 내려올 듯 신비롭다. 하얗게 내려앉아 산을 감싸는 모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답다. 창조주는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을까? 눈에 보이는 자연은 내가 지금껏 살면서 보지 못 한 것들이 너무 많다. 눈으로 보고 또 보며 감탄한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운무가 눈을 호강시킨다. 동네길을 걷다 보니 가정집 앞에 여러 가지 물건으로 장식을 해 놓은 집이 있다. 아주 오래된 물건들을 집 입구에 늘어놓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슨 뜻이 있으리라.


마당 한편에 닭을 기르는 집이 있는가 하면 스키장 입구를 표시해 놓은 곳도 눈에 뜨인다. 길도 물건도 조촐하고 화려하지 않아 더욱 정감 있다. 남편과 함께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강가의 캐빈으로 향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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