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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되어주는 숲 속의 죽은 나무
by
Chong Sook Lee
Jul 11. 2021
(사진:이종숙)
내가 걷는 산책길엔
힘들 때 쉬어갈 수 있는
의자가 없어요
걷고 또 걸으며
다리가
아플 때는
쓰러져 죽은 나무에
앉아서 쉬어야 해요
다람쥐도
쉬었다 가고
참새도 쉬었다가는
오래전에 죽은 나무에
앉아서 쉬다 가야 해요
죽은 나무에는
버섯이 자라요
맛있는
게 있는지
이름 모르
는 뽀얀 버섯이
겹겹이 자라요
너무 예뻐서 그냥 보고
또 보며 사진을 찍어요
몇 년
을 살다가
죽은 나무인지 몰라도
예쁜 버섯을 키우며
보란 듯이 서 있어요
가다 보
면 망초 밭이 있어요
아무것도 없어 보였는데
하나 둘 나오더니
개울가를 다 덮었어요
색이 파랗고 부드러워
바람결에 살살 흔들리며
자리를 지키던 망초가
예쁜 꽃을 피워요
보는
이 없는데도
예쁘게 피어 지은이에게
말없이 감사하며 살아요
오르고 내려가는 오솔길은
나무와 풀들이 살아요
해와 달과 별과 바람을
나누며 옹기종기 모여
재미나게 살아요
옆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새들을 만나고
다람쥐도 오르내리는
숲 속의 오솔길에서 아기자기
행복을 찾아가며 살아 가지요
한참을
걷다 보면
다리가 아파요
오래도록
오르내리면
땀도 많이 나요
의자가 없는 산책길에
내가
쉬는 곳은
넘어져 죽은 나무나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에
앉아서 쉬다 가요
버섯과 이야기하고
참새들과 다람쥐가 쉬어가는
넘어진 나무에 쉬었다가요
죽어서도
넘어져서도
누군가에게 몸을 내어주며
쉬어가게 하는 나무가 있어 좋아요
의자가 없어도
힘들 때 앉아 쉬었다 갈 수 있는
죽은 나무가 있어
오늘도 숲을 걸어요
의자 없는 숲에는
누워있는 나무가 있어
앉아서 쉬었다가요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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