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사는 가족들

by Chong Sook Lee


파란 하늘 아래

예쁘게 자라는 야채들이

텃밭에서 옹기종기 살아갑니다



제일 먼저

봄을 만나겠다고

얼은 땅을 밀고 나오던 파들이

왕관처럼 씨를 머리에 쓰고

꿀벌에게 온몸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뽀글뽀글 파마를 한 상추는

쑥갓 친구와 사이좋게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말려놓았던 단호박 씨를

흙 있는 화분에 그냥 묻어 놓았는데

세상을 구경하러 나왔습니다



여기저기 구덩이를 만들어

심었더니 땅 넓은 줄 모르고

자꾸만 퍼져서

옆에 있는 상추를 덮어주어

상추랑 같이 살아갑니다

호박잎을 뜯어서

박박 문질러 살짝 삶아서

초장을 찍어 먹으니 맛있습니다



다 뽑아먹고

개 남겨놓은 유채는

노란 꽃을 피우고

혼자 잘난 체하며

서 있습니다

그 옆에 게으름 피우는 고추하고

키재기 하

사랑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텃밭을 지킵니다



맞은편에 작은 텃밭에서

혼자 자라는 고추나무는

고추를 4개나 매달고

늠름하게 잘 자라고

옆에 있는 깻잎과

사이좋게 살아갑니다



손톱보다 작았던 깻잎 모종이

어느새 손바닥만 하게 자라서

다른 야채들과 함께 섞어서 먹고

양념해서 찜을 쪄서

밥하고 먹어보니 꿀맛입니다



깻잎 옆

호박 하나도 같이 사는데

쑥쑥 잘 자라고 있습니다

어느 날 피어 날

노란색 꽃도 기다려집니다



해마다 혼자 나오는 부추는

연분홍색 꽃을 피며

갈 준비에 한창입니다

부추는 장미와 원추리와

사이좋게 서로를 아껴주며

기대고 살아갑니다



남쪽과 동쪽에서 햇볕을 받으며

사랑받는 앵두나무는

새빨간 앵두를 한 아름 안고

누군가가 따 먹어주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립니다

며칠 있으면 손자 손녀가 와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따 먹기를 기다립니다



몇 년 전부터

앵두나무 앞에 자리 잡은 들꽃은

수많은 꽃을 피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뿌리 하나에 여러 가지에서

어쩌면 그리도 꽃이 많이 피는지

꽃을 세기도 힘듭니다

피었던 꽃은 지지도 않고

봉오리들이 수없이 맺혀 있습니다

볼 때마다 신기해서 들여다봅니다



작은 텃밭에서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야채들이 올 한 해도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어서

덩달아 나도

한여름 즐겁게 살아갑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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