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로 바쁜 동네가 새 단장을 한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여기저기 공사로 정신이 없다. 동네길을 재포장하는 공사로 차를 타고 나가기도 힘들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어렵다. 한쪽을 먼저 공사하고 다른 쪽을 한 다음 양쪽이 다 마른 다음에 가운데를 한다. 벌써 일주일이 지나간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며 해마다 시에서 하는 공사인데 올해는 우리 동네 차례이다. 오래된 동네에 새로 단장을 시킨다. 떨어져 나간 곳을 채우고 갈라진 곳을 메꾼다. 울퉁불퉁한 곳을 갈고 밑으로 내려간 곳은 살을 붙이며 기초공사를 한 다음 위에 까만 타르를 부어 매끈하게 한 다음 하루 동안 말린다. 한번 하면 오랫동안 쓰기 위해 온 정성을 다 한다. 눈으로 보고 검사를 한 다음 며칠 뒤에 다시 재 검사를 한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라는 말대로 이곳은 '급하게 빨리'로 하지 않는다. 사회 시스템이 느려서 처음에는 무척 답답했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느긋하게 기다린다.



급한 마음에 나 혼자 안달하다 보면 나만 손해다. 살다 보니 성격도 달라졌다. 빨리빨리를 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나중에는 기다려야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같이 일하고 같이 쉬며 같이 기다리며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좋은 결과를 가져옴을 배운다. 먼저 혼자 잘하는 것도 좋지만 삶이란 함께 걸어가는 동행이다. 이민 초기에 한국사람들이 빨리하는 습성으로 매사를 급하게 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곤란을 겪었다. 빨리하고 완벽하게 할 수 있어도 혼자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어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을 분담하고 일정한 시간을 정해 끝내야 하는데 빨리하는 사람이라 해도 먼저 집에 가서 쉴 수 없고, 앉아 있을 수도 없으니 일찍 끝내도 지루하여 동료들과 맞춰서 일을 하면 더 행복함을 배운다.


앞서가던 토끼는 거북이를 기다리다 심심해서 잠을 자고 늦게 오던 거북이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걸으며 목적지에 토끼보다 먼저 도착해서 시합에 이겼다는 이야기를 생각하며 도로공사를 하는 것을 본다.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완벽하게 하는 모습이 보인다. 겨울은 눈이 많이 오고 춥기 때문에 공사를 못해서 여름에 여러 가지 공사를 하는데 마침 길건너에 있는 개인 건물도 지붕과 도로를 공사한다. 지붕을 올리는 하청업체가 아침 일찍부터 지붕을 뜯기 시작한다. 퉁탕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남녀가 한조가 되어 열심히 한다. 여자라고 봐주거나 뒤처지지 않는다. 하청 받은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손발을 맞추며 뚝딱거리고 헌 지붕을 뜯어내고 느슨한 못을 다시 박아 고정시킨다. 그 와중에 우리 집도 공사를 한다. 집 앞과 옆으로 나 있는 시멘트 블록이 자꾸 집 쪽으로 기울어져서 레벨을 잡기 위해 아침부터 집 밖이 시끌시끌하다. 시멘트 블록을 들어 폼을 집어넣고 레벨을 맞춰 자리를 잡아준다.


(사진:이종숙)

고르게 만지고 갈았더니 보기 좋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번 손자가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고쳤는데 잘했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되었지만 다시 다치지 않으면 된다. 살다 보면 미루다가 더 큰일이 생긴 뒤에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있지만 늦어도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영상 30도가 넘는 뙤약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땀을 흘린다. 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하필 이렇게 더운 날 일을 시키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그들은 일거리가 있어 다행 이란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자영업자들은 힘겨운 상황이고 사람들은 새집을 사기보다 집을 고치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기술이 있기에 힘겨운 시기를 잘 넘기는 그들에게 더 좋은 날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간단한 공사라서 우리집 공사는 금방 끝났지만 건너편 빌딩 공사는 아직 뚝딱 거리며 거의 마무리가 된다.


여름에는 공사로 길이 막히고 겨울에는 쌓인 눈으로 길이 막히는 곳이지만 공사가 끝나면 더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을 생각하니 좋다. 공사가 끝난 도로는 새 도로가 되었고 우리 집 시멘트 불럭도 깨끗하게 정돈되었고 앞 빌딩의 지붕도 새 지붕이 된 모습을 보니 새동네가 된 듯 멋있다. 오래될수록 신경을 쓰고 잘 고치면 새것이나 다름없다. 시멘트 블록을 새로 하면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옛날것 만큼 견고하지 않고 수명도 짧다. 세상은 좋아져서 가볍고 멋지고 편리한 물건들도 많이 만들지만 견고한 걸로 치면 옛날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옛날에는 물건을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서 한번 사면 대를 물릴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면 물건을 만들어서 팔고 나면 자주 살 필요가 없어 회사가 망하는 지경이 되었다. 옛날에 유명하던 회사는 없어졌지만 아직도 가정에 옛날에 만든 튼튼한 물건들이 많이 있다.


세상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하여 상상하지 못하던 물건들이 넘쳐난다. 이제는 옛날 물건이 다시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무겁고 불편한 옛날 물건을 살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요즘 짓는 집들은 정말 멋있다. 생활하기 편하고 예뻐서 당장에 사고 싶은 구매욕이 생긴다. 그래도 막상 사려고 하면 여기저기 허술한 곳이 보여 망설여져 이사를 못 간다. 집장사들이 한 채라도 더 짓기 위해 최소한으로 길을 만들기 때문에 집과 집사이의 간격도 좁고 뜰이 작아 답답하다. 반면에 우리 집은 오래되긴 했지만 집도 넓고 뜰도 넓어 좋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살 수 없어 떠날 때가 오겠지만 아직은 아무 불편 없이 산다. 주위의 공사로 며칠 동안 소음에 시달렸는데 공사가 끝나면 다시 조용한 동네가 된다. 새것이 헌것이 되고 고치며 새것처럼 쓰며 산다. 새것도 좋지만 옛것을 고쳐서 쓰며 재활용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것이다. 고쳐서 반듯이 누워있는 시멘트 불럭 위로 손자가 스쿠터를 신나게 탄다.


(사진:이종숙)

#동네 이야기 #공사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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