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도 좋고... 비 오는 날도 좋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까? 30도가 넘는다는데 바람이나 좀 불었으면 좋겠다. 어제는 31도에 습한 날씨라서 더워서 혼났다. 점심을 먹고 무조건 수건 몇 개 챙기고 간식거리 몇 가지 가지고 손주들과 동네 물놀이터로 갔다. 이미 발 디딜 틈도 없이 만원이다. 큰 아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소리 지르고 왔다 갔다 하니까 어린 손주들은 어리벙벙해서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멀찍이 서서 구경하던 손자들이 물놀이터는 싫다고 한다. 날씨는 덥고 햇볕이 뜨거운데 정신없이 노는 곳은 싫단다. 다행히 그 옆에 놀이터가 있어서 그쪽으로 데려갔더니 재미있게 잘 논다. 미끄럼도 타고 여러 가지를 타고 오르내리며 다른 아이들 노는 것도 보아가며 신나게 논다. 우리 집 앞에 있는 학교에도 놀이터가 있어서 하루에 한 번씩 데려가는데 그곳하고 조금 달라 더 재미있는지 신발도 벗어던지고 논다.


한참을 놀더니 건너편에서 물장난을 하며 노는 아이들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그곳에 가서 놀겠다고 한다. 처음에 싫다고 하던 꼬맹이들이 내 손을 잡고 한발 두발 물 놀이터로 들어가 걸어보니 시원하고 좋은지 놀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모양의 분수로 만들어져 걷다 보니 조금씩 옷이 젖는다. 여전히 날씨가 뜨거워 물에서 놀으니 나도 시원하다. 물을 퍼 담으며 놀기도 하고 바닥에 난 물구멍을 막아 보기도 한다. 아래서 나오는 물을 막으면 다른 구멍의 물이 더 세계 나오는가 하면 다섯 개의 구멍을 다 막았더니 갑자기 다른 곳에서 물이 쏟아진다. 2년 전에 아이들이 왔을 때 김밥을 싸가지고 놀러 왔던 곳인데 그동안 코로나로 오지 못했다. 지난 7월 1일에 공공장소를 열게 해서 이곳도 열었는데 지나가다가 한번 와야지 했는데 오늘 오길 참 잘했다.


손주들이 아직 어리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집에만 있는 게 심심했을 텐데 와서 아이들 노는 것도 보고 물장난도 치니 기분이 좋은 것 같다. 한참을 놀고 나서 준비해 간 간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예쁘다. 집에서는 놀기 바빠서 이리저리 도망 다니며 쫓아다니며 밥을 먹여야 하는데 밖에 나와 놀다 보니 배가 고팠는지 주는 대로 잘 먹는다. 아직은 시시한 것을 모르는 나이라 다행이다. 조금 더 자라면 더 좋은 것들을 바랄 텐데 지금은 아직 어려서 작은 것에 행복해한다. 배가 부르고 조금 쉬며 아이들 노는 것을 구경하더니 다시 놀이터로 가자고 한다. 그곳에 갔더니 손주들을 데리고 온 노인들이 여럿 보인다. 자식들이 재택근무하는 동안 더운 날씨에 집안에 있기 힘들어 손주들을 데리고 나온 것 같다. 다 코로나 덕분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야외 캠프가 캔슬되어 갈 데가 마땅치 않아 아이들 보는 일이 할머니 할아버지 몫이 되었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이 다칠까 봐 정신 바짝 차리고 있는데 손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한다. 어른들은 겁이 많은데 아이들은 용감하다. 모래사장에서 놀고 놀이터에 다시 와서 이것저것 하는데 갑자기 바람이 시원하게 불러오고 구름이 몰려온다. 먹구름이 아니고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피어나 예쁜 하늘을 만들더니 멀쩡한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굵어지며 우박이 되어 떨어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주차장으로 달려간다. 남편과 나는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빗속을 달린다. 머리에도 얼굴에도 비가 떨어지고 우박은 튕겨나가 땅에 떨어진다. 비를 맞으며 웃으며 달린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앞이 보이지 않게 비가 내린다. 지나가는 소나기인지 아니면 하루 종일 내릴 비인지 무섭게 내린다. 목마른 대지가 비를 만나 신난다.


길거리에 물이 흐른다. 땅덩어리가 큰 이곳은 비가 와도 옆동네는 맑은 날씨일 때가 많다. 그렇게 심하게 오던 비가 조금씩 내리고 해가 비춘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이슬비가 오더니 다시 맑아져 언제 비가 왔나 한다. 길 하나 사이로 비가 전혀 오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놓고 나와서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우리 동네는 맑은 하늘에 찜통더위로 하늘에는 구름도 한점 없고 바람도 없다. 옆동네처럼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가면 시원할 텐데 그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기다리는 것이나 원하는 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안 되는 것을 하려 들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더 쉽다. 햇볕이 날 때는 그늘에 앉아서 쉬거나 빨래를 해서 빨랫줄에 빨래를 널어 말리는 것도 좋다. 햇볕도 좋고 비가 올 것 같지 않은데 마침 빨래 거리가 있어 빨래를 해서 널으니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감촉도 좋고 전기도 절약하여 일거양득이다.


바쁘게 사느라고 세탁기와 건조기를 쓰는 것이 생활이 되었는데 지난번 한번 말려보니 그것도 재밌다. 삶 이란 재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옛날에는 기계가 없어 자연을 이용했고 지금은 재미로 한다. 옛날에 등산 다니는 젊은이들을 보고 할 일 없으니 별짓 다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 걷고 등산을 한다. 옛날에 하던 것들을 하며 새로운 재미를 찾는다. 어느새 하루는 그렇게 지나간다. 손주들과 먹고 놀고 장난하며 또 하루가 간다. 오늘이 어떤 날이 될지 몰랐던 것처럼 내일도 모른다. 내일 만날 새날을 위해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하루가 고맙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위험한 놀이를 하는 손주들이 다치지 않고 하루하루 즐겁게 있다가 가길 원한다. 보이지 않는 손길로 우리는 살아간다. 맑은 날도 좋고 비가 와도 좋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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