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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왔다... 그가 또 왔다
by
Chong Sook Lee
Sep 4. 2021
(이미지 출처:인터넷)
그가 왔다
온다는 말도 없이
아무 때
나 와서 나를 깨운다
왔다 간
지 며칠밖에
안되었는데 또 왔다
다녀갈 때마
다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라는데
오늘도
또 나를 찾았다
비와 눈
이 올 때는
기상청에서 알려주는데
그가
올 때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왔다가 바로 가지도 않는다
가라고 해도
안 가고 버틴다
멀쩡하게 자는 나를 깨워놓고
어쩌라는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세상은 모두 잠들었는데
나를 깨워놓고
이 생
각 저 생각하게 하는 그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데
기다리지 않는 그는
시도 때
도 없이 찾아온다
빚쟁이도 온다는 말을
미리 하는데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다고
한밤중에 나를 괴롭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와서 조용히 있다 가면 좋은데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온갖 기억을 꺼내 놓는다
좋은 기억만이 아니고
슬프고 아픈 기억들도
다 생각나서 가슴까지 뛰게 한다
그는 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내가 이토록 힘들어하는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온다는 연락도 없이 오고
간다는 말도 없이 가는 그를
미워할 수 없다
원망을 해도
모른 체하고
잊고 있으면 또 와서 나를 괴롭힌다
이제는 오거나 말거나
올 테
면 와라 하지만
막상 오면
보낼 수 없어 맥없이 당한다
그가 오면
세상의 소리가 들린다
잊혔던
소리도
잊고 싶
은 소리도 다 들린다
어쩌다가 찾아와서
들려주는 소리는
오직 그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어제의 일도 생각하고
오늘을 계획하게 한다
오지 않은 내일을 꿈꾸고 희망하게 한다
이제 그가 가려나 보다
조금씩 눈이 감긴다
그는 다시 나를 재워놓고 가려나보다
다시는 오지 말기를 바라는
불청객이 나를 떠난다
불면의 밤은 수면의 시간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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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불면증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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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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