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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대신에 도전
by
Chong Sook Lee
Sep 26. 2021
(사진:이종숙)
걱정이 없는 사람이 없고 걱정 없는 세상도 없다.
걱정을
안 하고 살 수도 없고 누구나 걱정과 함께 산다.
남보다 뒤처질까 걱정하고 직업을 잃을까 걱정하고
밥을 굶을까 봐 걱정한다.
작은집이라도 내 집을 장만하기 위해 걱정하고
더 큰집을 사기 위해 또 걱정한다.
대출을 갚고 기뻐하다가 더 많은 대출을 받아 갚기 위해 걱정하고, 승진을 하고 더 높은 자리를 향해 더 큰 걱정을 안고 산다.
두 살짜리 아기는 넘어지고 자빠져도 울면서 일어나 다시 걷는다. 넘어질까 봐 자빠질까 봐 그들도 걱정을 하지만 도전한다.
열심히 무언가를 모으는 개미들도 누군가의 발에 밟히고 죽을까 봐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걱정은 걱정을 낳는다.
한번 시작된 걱정은 또 다른 걱정에게 자리를 내주고
새로운 걱정거리에 매달려 안달하며 산다.
'걱정조차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걱정이 싫으면 안 하면 되는데 걱정을 쫓아다니며 산다.
싫어하는 사람은 안 만나면 그만이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면 되는데 걱정은 싫어도 좋아도 한다.
세상이 좋아지고 걱정도 달라졌다.
의식주에 대한 걱정은 당연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져서 모르는 게 많아 걱정이 생긴다.
디지털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아 사회적인 문제까지 생겨나는 시대다.
갑자기 달라진 세상에 고립되어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모든 게 너무 빠르게 변하여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채 고독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한다.
기계화가 되어 손가락으로 해결하는 세상이다.
설명을 해도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두세 살 짜리도 혼자서 이것저것 눌러 가며 보고 싶은 프로를 보는 세상인데 어른들은 모른다.
머리가 안 따라가고 잘못 눌렀다간 큰 코 다치는 시대가 되다 보니 가만히 있는다.
배우려 해도 무엇부터 배워야 할지 몰라 전화를 아예 꺼놓고 산다. 자식들이 전화를 해도 연락이 안 되면 자식들이 걱정을 하는 것을 알지만 전화가 무서워서 전화를 끄고 사는 노인들이 많다.
문명은 문맹을 만든다.
세상이 발전하여 좋은데 모르기에 두렵다.
아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고 별것도 아닌데 모르기에 겁난다.
눈으로 보고 말로 주문하던 시대는 가고 문자로 소통하다 보니 거리감이 생긴다.
큐알코드로 민원이 해결되어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세상이 달라지고 사람들은 적응하며 산다.
고령의 노인들을 위한 로봇이 나와 고립되지 않도록 도움을 준단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어중간 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디지털 시대를 잘 받아들여 실생활에는 별 불편이 없지만 우리 윗 세대들은 아예 딴 세상에서 살아간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걱정 때문에 자신감도 떨어진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인회에서는 강사들을 모셔와서 노인들을 위한 강의도 한다.
돌아서면 잊히더라도 자꾸 하다 보면 할 수 있다.
이것저것 만져보다 보면 모르던 것도 배우게 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못한다 걱정하지 말고 하나하나 배우다 보면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코로나로 인해 거의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일상이 되어간다. 어쩌다 사람들을 만나도 세상살이가 점점 힘들어간다는 걱정만 한다.
걱정을 앞세우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찬란하게 변해가는 가을이다.
눈이 부시다 못해 어지럽다.
오직 가을만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좋으면서도 걱정을 한다.
이파리가 다 떨어지면 추운 겨울이 오겠지 하며
미리 걱정을 한다.
그냥 가을을 만끽하며 기쁘게 살면 되는데 걱정도 팔자다.
오늘은 내 인생의 최고 젊은 날인데 몇 년 뒤에 오는 세월을 걱정을 한다.
사람 사는 것 거기서 거기다.
잘해도 못해도 큰 지장 없다. 모르면 물어보고 배우면 된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가지만 아직은 인간이 기계를 만든다. 기죽지 말고 하나 둘 배우면 된다.
지도를 보고 찾아다니던 시대가 내비게이션 시대로 바뀌었다.
지도 없이 말로만 듣고 여기저기 여행하던 때는 지났다.
이제는 지도를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라는 대로 가고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새로운 것들이 세상에 나와 편하게 만들어 주는데 여전히 인간은 걱정 속에 산다.
옛것을 고집하지 않아도 세상이 데리도 다닌다.
노인들이 아는 것을 젊은 사람은 모른다.
노인의 지혜와 안목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깊이가 있다. 유식한 말은 잘 몰라도 사람 냄새가 나기에 좋다.
모르는 것은 흉이 아니다.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게 흉이다.
사람들이 걱정을 하지 않고 살기 어렵지만 걱정 대신에 도전을 하면 좋을 텐데 쉽지 않은 이야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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