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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사는 게 대수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친구들과 오랜만에 점심을 먹었다. 코로나가 시작하기 전에 만나고 처음이다.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살고는 있지만 얼굴을 본 지는 1년 반이 넘었는데 매일 만난 것 같이 편하다. 많은 세월이 흘러 노인의 모습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들처럼 떠들고 웃는다. 아이들이 젖 먹일 때부터 만나던 친구들이라서 만나면 그냥 좋다.


4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걸어온 친구들이다. 만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늘 함께하는 좋은 친구들을 가진 나는 행운아다. 생각날 때 만나고 아무 때나 이유 없이 만나던 친구들인데 코로나가 방해해서 못 만나고 있지만 언제나 서로를 응원하며 산다.


친구 중 하나가 지난달에 암 선고를 받았는데 다행히 초기라서 수술 없이 항암치료만 하면 된다고 한다. 다음 달에 항암이 시작되는데 치료를 시작하면 아무래도 힘들을 것 같아 이렇게 갑자기 얼굴을 보니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


식당에서 만나서 마스크 쓰고 이야기하다가 밥이 나와서 열심히 맛있게 먹고 다시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를 하며 주위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 암 선고를 받은 사람도 있고 넘어져서 돌아가신 분도 있고 암에 걸렸는데 오래 기다릴 수 없어 한국에 가서 수술을 받고 온 사람 이야기도 한다. 알고 보니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다. 건강하게 사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당뇨나 혈압은 거의 다 있고 콜레스테롤 도 많다. 어디 아프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친구 중 하나는 통풍으로 고생이 심하다. 식이요법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여러 번 고통스러워 고생한다. 열심히 일하고 살 때는 아프지 않았는데 이제 편하게 노는데도 여기저기 아프다는 사람이 많다.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데 가고,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았지만 아프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겉으로는 소화도 잘 시키고 아픈데도 없이 평생 살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데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통풍이 난리를 친다고 못 먹는 것을 보니 안 됐다. 영양제나 챙겨 먹고 특별히 아픈데 없어서 약 안 먹고사는 나를 부러워한다. 몸의 말을 들으면서 살아서 그런지 다행히 특별한 병이 없다. 배가 아프거나 이유 없이 기침을 하면 나는 약 대신에 단식을 한다.


나는 평소에도 소식을 하지만 기름기 없는 기본적인 음식을 먹으면 자연히 치료가 된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 어디라도 아프면 큰일이다. 이번에 온 코로나 4차 유행으로 병원은 코로나 환자로 넘치고 수술은 무조건 무제한 연기되었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황당하다. 기다리다 죽을지도 모를 일인데 다른 방도가 없다.


며칠 전 지인이 아프다는 문자가 와서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심한 두통에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이 아픈데 의사는 코로나는 아니라고 집에 가서 진통제 먹고 쉬라고 한단다. 진통제조차 일을 안 한다며 괴로워 죽겠다고 한다. 온몸에 발진까지 생겨 견디다 못해서 다음날 응급실에 들어갔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사람들이 별로 없어 오만가지 검사를 다 받았는데 아무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사람이 얼마나 아프면 속에서 피부를 뚫고 발진까지 나왔을까? 사람의 몸이 면역력이 약해지면 그렇게 발진 증상까지 온다는데 불행 중 다행이다. 발진이 나오지 않았으면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동안 아프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요즘같이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아프면 정말 곤란하다. 다행히 병원에 다녀오고 조금 나아지고 있어서 오랜만에 밥을 먹었다는데 하루빨리 낫기를 바란다.


아픈 사람 당사자도 힘들고 괴롭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도 괴롭다. 대신 아플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래전 남편이 아파서 괴로워하며 계속해서 응급실을 가던 때가 있었다. 어떤 해는 봄가을로 가고 봄이나 가을이 되면 보이지 않는 뱃속이 이유 없이 아파서 데굴데굴 구를 때는 정말 너무나 무서웠다. 응급실을 가면 바로 의사를 바로 볼 수 없어 기다리며 고통스러워할 때는 병원이 정말 너무나 원망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피를 흘리는 환자는 곧바로 치료를 받는데 뱃속에 이상이 있어 아픈 사람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 결국 심해져서 급하게 수술하고 낳았지만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세상 모든 게 때가 있다고 하는데 의사를 잘 만나는 것도 운이다. 죽어가던 사람이 의사를 잘 만나서 살 수도 있고 별것 아닌 작은 병이라도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학이 발달된 세상이라도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아프면 어쩔 수 없다. 증상이 없어도 정기검사가 중요하다. 없던 병이 생기거나 모르던 병을 찾아낼 수 있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정기검사로 암을 발견한 경우는 너무나 많이 있다. 발견이 되었어도 의사를 못 만나 치료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모르고 오래오래 살다 죽으면 관계없지만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겉으로 건강해 보여도 사람 속을 알 수가 없다. 골골 백 년이라는 말이 있다. 자주 아픈 사람은 병원에 자주 가다 보면 모르는 병도 찾아내어 고치지만, 평소에 안 아프던 사람은 모르고 넘어가다 나중에 늦게 알게 되어 치료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도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한다. 누구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챙기지 않으면 모르는 게 사람 몸이다.


너무 늦지 않게 몸이 하는 말을 귀여겨듣자. 나이가 들어가고 몸도 늙어가는 것도 억울한데 아프면 안 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늘 즐겁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자고 주먹 인사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 오는 길에 노란 단풍이 차창에 떨어지며 아름다운 가을을 건네준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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