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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면 내가 사는 곳도 멋지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오늘 아침 하늘이다. 오로라가 지나간듯한 아름다운 하늘에서 구름이 해를 만나 춤을 추고 해는 구름에게 예쁜 옷을 입혔다. 어디 먼 곳에 여행 온 것처럼 기분이 설렌다. 따져보면 인간은 지구로 여행을 와서 무궁무진한 것을 보며 살아간다. 사는 곳이 여행지인데 굳이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 여행이란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서 살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의 음식을 먹으며 멋진 곳을 구경하며 견문을 넓히고 삶의 경험을 쌓는 것이다. 여행을 멀리 가야만 여행을 하며 경험을 쌓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도, 집 밖에서도 충분히 여행하며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장소가 같고 풍습이 같다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생각도 모두 다르다. 같은 집에 산다고 해서 똑같은 일상을 살지 않는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재봉질을 하고 밭을 갈고 정원을 가꾸며 산다. 집안을 청소하고 살림을 정리 정돈하고 나무를 잘라주고 꽃을 가꾸며 산다.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며 맡은 일을 하며 산다.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고 좋아도 못하는 일이 많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여행을 하고 싶어도, 어딘가 멀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퇴직하면 여행이나 하고 살고 싶었는데 세상은 코로나로 길이 막혔다. 여행을 가면 좋겠지만 갈 수 없게 되었는데 생각은 바꿀 수 있다. 생각만 바꾸면 된다. 내가 사는 곳이 여행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되어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매일 아침 나는 새로운 하루를 만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을 만나고 햇볕이 나는 맑은 날도 만난다. 구름 낀 날도 만나고 흐린 날도 만난다. 변화무쌍한 매일이 내게 같이 놀자고 나를 찾아온다.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산과 바다를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여기저기 다닌다. 신기한 곳도 있고 멋진 곳도 있지만 가난하고 비참한 곳도 보인다. 이곳과 마찬가지다. 어디를 가도 좋은 곳이 있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멀리 여행을 가야만 볼 수 있는 것 같아도 좋고 아름다운 것은 가까이에도 있다. 이곳에서 오래도록 살았지만 가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식당을 다니며 먹어 보았지만 안 먹어본 음식도 많다. 멀리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가서 여행하는 것은 견문을 넓히고 배워 좋지만 여행을 가지 못한다고 징징대며 살 수는 없다. 이곳에 여행 왔다 생각하고 먹고 싶은 곳에 가서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구경하고 싶은 것은 보러 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으면 기회를 만들면 된다. 아침에 장을 보러 갔다. 그곳에도 구경할 것이 많다. 보고 싶은 것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주고받고 일상을 이야기하면 된다. 멀리 비싼 돈 들여 여행 가서 알지도 못하는 언어 때문에 스트레스받느니 여기 내가 사는 곳이 최고의 여행지다.


어차피 우리는 여행이 끝나면 집으로 가는데 내가 사는 이곳이 최고의 여행지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여행 가봤자 산이 있고 바다 있고 사람 사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편안하게 집에서 잠자고 밥 먹으며 동네 한 바퀴 돌며 세상 구경하면 된다. 최고급으로 여행을 가면 더 이상 좋을 수 없겠지만 저렴한 가격에 여러 군데를 여행하려면 고생을 해야 한다. 어차피 먹고 자고 구경하는 것인데 고생하면서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바람 쐬고 싶으면 가까운데 드라이브하면 기분 전환도 되고 산과 강이 보고 싶으면 가까운 숲으로 산책하면 된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 다 있는데 멀리 못 간다고 속상해할 필요가 없다. 자유롭던 여행길이 막혀 갑갑하지만 우리가 언제 그리 많은 여행을 하고 살았다고 안달을 하는가 말이다.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곳에 가면 좋겠지만 안 가도 되는데 그냥 간다.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간다. 가보면 별것도 아닌데 가려 든다. 견문도 경험도 좋지만 그들과 함께 살기 전에는 아무것도 배우는 게 없다. 보통 여행은 패키지로 가서 호텔에 묵고 며칠 호텔 음식 먹으며 골프 치고 수영하며 바닷가 걷는 게 전부다. 호화로운 방에서 자고 레스토랑에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먹으며 호강하고 온다.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 한번 못하고 돌아와서 그 나라 전부를 아는 듯이 이야기한다. 가난한 나라에 여행을 간 적이 몇 번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준다고 생필품을 준비하고 헌 옷을 챙기며 큰 봉사를 하는 듯이 마음이 부풀었다. 막상 가보니 호텔밖에는 나갈 수 없고 골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룸 서비스하는 직원들에게 가지고 간 물건들을 나누어주었다. 그들은 고맙다고 말은 하지만 그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허술한 정보를 믿고 준비한 사람들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옷도, 살림도 있어야 하지만 돈이 필요하다.


여행을 가서 고생하며 견문을 넓힌 사람들도 많지만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하는 맛에 가는 사람도 많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니 국내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행사에서 특가로 내놓은 싼 비행기를 타고 가까운 곳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비행기 값은 싸지만 경비는 더 비싼 요즘이다. 비싼 돈 들이고 가서 여행을 하고 난 후에 카드빚을 갚을 때는 힘들 것이다. 코로나가 없어지고 여행도 자유로워지고 세계 경제가 안정될 때 여행을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다니면서 멀리 여행 왔다고 생각만 바꾸면 내가 사는 곳도 유명한 여행지가 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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