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없으면 꼼짝 못 하는 세상이다.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모든 것들이 생활에 편리하도록 가까이 있어도 멀리 가야 할 때가 생긴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한국은 좋은데 이곳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아직 멀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나가려고 자동차 시동을 거는데 안 걸린다. 배터리 갈은지는 2년도 안되었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주말이라 아들도 며느리도 전화를 안 받아 앞집으로 달려가서 도움을 청해서 간신히 약속 장소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불안해서 배터리 충전도 시킬 겸 여기저기 다니고 집에 왔다.
괜찮겠지 생각하고 다음날 운동을 나가려고 시동을 거는데 안 걸린다. 무슨 일일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배터리에 이상이 있으면 바꾸면 되지만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배터리가 방전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행히 며느리가 와서 부스트를 해서 운동을 하고 왔지만 불안하다.
옆집에 사는 사람이 자동차 검사기로 체크를 했는데 특별한 이상이 없고 배터리가 약하다고 나온다. 며칠 전에 블랙박스를 새로 달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코드를 빼놓고 잤는데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시동이 안 걸린다.
아무래도 로드 서비스에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아 전화를 했다. 자동응답기로 이어진다. 발음이 달라도 못 알아듣는 기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물어보고 한참을 실랑이를 한 다음에 간신히 소통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의 소통은 기계가 도맡아 하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어디든 전화를 하면 사람과 직접 통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발음이 다르면 알아듣지 못하는 기계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민자로 살면서 처음에는 영어를 못해서 소통이 안되어 고생했는데 영어를 배우고 별문제 없이 살아왔는데 지금은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기계와 대화가 되어야 하는데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 조차 소통이 안 되는 로봇으로 고생한다. 문제가 있어서 전화를 하면 속이 터질 지경으로 화가 나는 경우가 생긴다.
벽에 대고 얘기해도 그보다는 더 나을 것 같다.
수십 번 이야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기계에 대고 성질을 부릴 수 없는 게 더 화가 난다. 소리 질러도 화를 내도 같은 말만 계속하는 기계와의 전쟁이 싫어 웬만하면 직접 서비스센터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며칠 전에 트랜스미션에 이상이 있다고 불이 들어와 정비소에 갔는데 이상을 체크하는데만 160불이 든다고 한다.
돈이 들어도 고쳐야 할 것은 고치기 위해 다음날에 약속을 해놓았다. 아침에 시동을 걸으니 아무런 이상 표시가 뜨지 않아 가서 이야기했더니 다행히 불이 안 들어오면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집으로 왔는데 다시 배터리 문제가 생긴 것이다.
8살밖에 되지 않은 차가 속을 썩인다. 여기저기 불편 없이 다녔는데 갑자기 차에 이상이 생기니 답답하고 불안하다. 특별히 큰 문제가 아닌데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걸어 다니는 다리가 아프면 약을 먹기도 하고 수술도 하듯이 차도 점검을 하면 되는데 여차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니 억울하다. 예전에는 정비공장에 서비스를 맡기면 오고 가는 차량을 대여해 주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각자 알아서 오고 가야 하는 불편한 규칙으로 바뀌었다.
서비스는 없어지고 가격은 비싸지고 사람이 아닌 기계와 사는 세상이 되었다. 모든 것이 컴퓨터화가 되어 컴퓨터를 할 줄 아는 사람만이 살 수 있는 세상이라 앞으로 어떤 세상이 될지 겁난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는 것도 어느 날 생각을 읽고 컴퓨터가 옮겨 글을 쓰는 세상이 올 것 같다.
혼자 노는 세상이 왔는데 나는 아직도 사람을 그리워한다. 시장을 오고가며 보았던 정겨운 삶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 인지 기기와의 삶이 적응이 어렵다. 어린아이들도 컴퓨터로 여러 가지를 하며 즐겁게 노는 것을 보면 부럽다.
시대가 달라서 겪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때는 괜히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 해도 한 번씩 겪어야 하는 문명 결핍장애를 느낀다.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별일 아닌 것 가지고 너무 깊이 생각이 들어갔다. 시대에 맞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모르면 물어보고 길을 찾아가면 된다.
시간이 걸리면 좀 어떤가? 다행히 오늘 아침에 로드 서비스 차가 와서 시동을 걸어놓고 갔는데 배터리가 축적이 되면 다행이고 안 그러면 교체해야 한단다.
무엇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겠다. 아무 이상이 없다면 다행이고 큰 결함이 있다면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자. 그동안 8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타고 다녔는데 특별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사람도 몸이 아프면 쉬면 되고 안되면 약을 먹고 고치면 되듯이 차도 이상이 있으면 고치면 되고 못 고치면 새 차를 사면 되는데 걱정도 팔자다. 하늘이 별걱정을 다한다며 파란 얼굴로 내려다본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괜찮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