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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만남을 위한 이별
by
Chong Sook Lee
Oct 6. 2021
(사진:이종숙)
가을을 나눕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같이 보고 싶습니다.
황금색 나뭇잎으로 물든 가을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아직 마음의 나이는 청춘인가 봅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 춤을 추며 땅으로 떨어집니다.
황금색 이파리가
우수수 떨어져
오솔길을 노랗게 덮습니다.
오솔길이 보이지 않아도 걸어갑니다.
말하지 않아도
가야 할 길을 알려주기에
길 따라 걸어갑니다.
자작나무와 백양나무가 함께 살아가는 숲을 걸어봅니다.
추운 겨울을 함께 견딘 나무들이 봄을 맞고
이파리를 달기 시작하면
어느새 숲은 꽉 차고 녹음이 집니다.
함께 피어난 이파리들이 햇볕을 나누고 비바람을 나누며
새들과 다람쥐들과 노는 사이 가을이 찾아옵니다.
토끼와 사슴과 늑대가 숨바꼭질하는 숲이
색색으로 갈아입은 옷들을 자랑하며
가을이 잘난 체하는 가을입니다.
이대로 영원히 머물고 싶은 마음이지만
겨울을 맞고 보내야만 봄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비우는 시간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이기를 버리고 위선의 옷을 벗으며
흙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사이좋게 하나 둘 떨어져 차곡차곡 오솔길을 덮습니다.
흘러가는 계곡에 앉아서 하늘을 보며 잠시 쉬어갑니다.
새로 나오던 새롭던 날들은 이제 추억 속에 묻힙니다.
아주 멀리 가기 전에 가을을 나누고 싶습니다.
다시 봄이 되어 만나는 날을 위해 희망의 악수를 합니다.
푸른 하늘과 녹음 지던 날들을 기억하고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가는 오늘을 사랑하며
멋진 내일을 향해 걸어갑니다.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한 시간입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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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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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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