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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은 나이

by Chong Sook Lee
(이미지 출처:인터넷)


다른 사람만 먹는 나이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나도 먹었습니다

싫어도 물릴 수 없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나이는

나를 건너뛰고 가버리면 좋을 텐데

나에게도 왔습니다.

신나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남들이 먹는다고 나도 먹었습니다.

안 먹어도 좋은데 왜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짜라고 덥석 받아보니 돌려줄 수 없습니다.

내가 먹은 나이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먹어도 배도 안 부른 나이를

왜 이리 많이 먹었는지 모릅니다.

먹으라고 한 사람도 없는데 혼자 먹었습니다.

좋아서 먹고 나니 너무 먹었습니다.


좋은 것도 아닌데

세월이 준다고 넙죽 먹었더니 별것 아닙니다.

멋도 모르고 받은 것은 흰머리와 주름입니다.

훔칠 수도 없고 가져올 수도 없는데

먹다 보니 내 것이 되었답니다.


좋아도 싫어도 내가 가져야 하고

남들 먹는다고 철없이 먹어버린

나이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물릴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냥 손잡고 같이 가야 합니다.


나만 먹는 나이가 아니라서 좋습니다.

남들도 먹는 나이라서 괜찮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먹어야 하나이는

더 이상 먹지 못할 때까지

열심히 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남에게 주지도 못하는 나만의 나이

이제는 너무 많아 거꾸로 세어야겠습니.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지만

숫자만큼은 옛날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맛있게 먹은 나이와 함께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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