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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은 나이
by
Chong Sook Lee
Oct 7. 2021
(이미지 출처:인터넷)
다른 사람만 먹는 나이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나도 먹었습니다
싫어도
물릴 수 없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나이는
나를 건너뛰고 가버리면
좋을 텐데
나에게도 왔습니다.
신나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남들이 먹는다고 나도 먹었습니
다.
안 먹어
도 좋은데 왜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공짜라고 덥석 받아보니 돌려줄 수
없습니다
.
내가 먹은 나이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먹어도 배도 안 부른 나이를
왜 이리 많이 먹었는지
모릅니다.
먹으라고 한 사람도 없는데 혼자
먹었습니다
.
좋아서
먹고 나니 너무 먹었습니
다.
좋은 것도 아닌데
세월이 준다고
넙죽 먹었더니 별것 아닙니다.
멋도 모르고
받은 것은 흰머리와 주름입니다.
훔칠 수
도 없고 가져올 수도 없는데
먹다 보니
내 것이
되었답니다.
좋아도 싫어도 내가 가져야
하고
남들 먹는다고 철없이 먹어버린
나이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물릴 수
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냥 손잡고 같이
가야 합니다.
나만 먹는 나이가 아니라서
좋습니다.
남들도 먹는 나이라서
괜찮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먹어야 하
는
나이는
더 이상 먹지 못할 때까지
열심히 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남에게 주지도 못하는 나만의 나이
이제는 너무 많아 거꾸로
세어야겠습니
다
.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지만
숫자만큼은 옛날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맛있게 먹은 나이와 함께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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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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