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누운 하늘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하늘이 파란색이면

바람은 무슨 색일까요

색을 알 수 없는 바람이

계절을 데려다 놓습니다


해와 바람이

세상에 옷을 입히고

비와 구름이 자연의 옷을 벗깁니다


바람을 따라가는 낙엽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합니다

나무 아래에 쌓여있던 낙엽은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색이 없는 바람이 불어주는 대로

어딘가 가야 합니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은데

심술궂은 바람은

언제 다시 올지 모릅니다


바람이 와서 사랑하는 친구를

순식간에 멀리 날려 버립니다

잘 가라는 말도 못 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지난날 함께 한 추억만 남기고 가야 합니다


강물이 흐르는 곳으로 갑니다

헤어졌던 친구들이 모여서

강물을 따라갑니다


강물이 불러주는 노랫소리에

피곤한 몸을 쉬어가며 잠을 잡니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면

새 봄이 올 때까지 잠을 자야 합니다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에서 가을비가 떨어집니다

강물이 가는 길을 따라

낙엽은 강물의 품에 안겨

지난여름을 추억합니다


색을 알 수 없는 요란한 바람이

잠을 자고 세상은 고요합니다

뒹구는 낙엽은 가던 길을 멈추고

춤추는 나무들은 하늘을 보며

파란 하늘은

강물에 누워 떠나온 날들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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