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강물에 누운 하늘
by
Chong Sook Lee
Oct 27. 2021
(사진:이종숙)
하늘이 파란색이면
바람은 무슨
색일까요
색을 알 수 없는 바람이
계절을 데려다 놓습니다
해와 바람이
세상에
옷을 입히고
비와 구름이
자연의
옷을 벗깁니다
바람을 따라가는
낙엽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합니다
나무 아래에 쌓여있던 낙엽은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색이 없는 바람이 불어주는 대로
어딘가 가야 합니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은데
심술궂은 바람은
언제
다시
올지 모릅니다
바람이 와서 사랑하는 친구를
순식간에
멀리
날려 버립니다
잘 가라는 말도 못 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지난날 함께 한 추억만 남기고 가야 합니다
강물이 흐르는 곳으로 갑니다
헤어졌던 친구들이 모여서
강물을 따라갑니다
강물이 불러주는 노랫소리에
피곤한 몸을 쉬어가며 잠을 잡니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면
새 봄이 올 때까지 잠을 자야 합니다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에서
가을비가 떨어집니다
강물이 가는 길을 따라
낙엽은
강물의 품에 안겨
지난여름을 추억합니다
색을 알 수 없는 요란한 바람이
잠을 자고 세상은 고요합니다
뒹구는 낙엽은 가던 길을 멈추고
춤추는 나무들은 하늘을 보며
파란 하늘은
강물에 누워 떠나온 날들을
기억합니다
keyword
바람
하늘
자작시
89
댓글
9
댓글
9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Chong Sook Lee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팔로워
2,878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알 수 없는... 끝을 향해 간다
들꽃처럼... 들꽃이 되어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