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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해결되면 다행인 세상사

by Chong Sook Lee
(이미지 출처:인터넷)

아침 6시 반인데 세상은 깜깜하다.

초저녁에 그토록 찬란하던 다운타운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해가 뜨지 않은 도시는 아직도 어둠에 잠겨있다. 일출 시간이 8시 5분이라고는 하지만 어둠에 쌓여 있는 도시의 모습은 우울하다.


며칠 전 아이스크림을 먹던 남편이 갑자기 치통을 호소해서 보니 어금니에 구멍이 보인다. 찬 음식이 들어가서 자극을 준 것이다. 치아에 정성을 들이는 사람인데 정성 가지고는 나이 들어가는 노쇠현상을 막을 수 없는지 치과를 자주 찾게 된다. 치아만큼은 정말 튼튼하다고 장담했던 사람이 몸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을 몇 번 들랑거리더니 몸이 약해졌는지 치아도 약해졌다. 오복 중 하나라는 치아는 한번 속을 썩이기 시작하며 여기저기 반란을 일으킨다.


남편은 지나치다 할 정도로 치아 청결이 남다른데 나이가 들면서 치아로 인하여 고생을 많이 한다. 몇 년 전에도 갑자기 어금니가 아파서 급하게 치과를 가보니 충치치료 한 곳이 신경과 너무 가까워서 신경치료를 해야 했다. 그 후 크라운을 씌우고 아무 문제없이 2년 정도의 세월이 갔는데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멀쩡하던 이가 껌을 씹던 중 반이 뚝 떨어져 나오는 게 아닌가. 손바닥에 뱉어보니 크라운 반쪽 안에 새까맣게 썩은 어금니 반쪽이 있어 거울로 어금니를 보니 뿌리 채 새까맣게 썩어 있는 것이 보였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충치를 치료하고 신경치료를 하고 크라운까지 씌운 이가 2년도 안되어 이토록 썩어서 부러졌다니 말이 안 나온다.


할 수 없이 치과로 가서 뿌리까지 썩은 어금니를 발치하고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니 옆에 있는 어금니도 충치가 심하고 옆에도 부러졌단다. 할 수없이 충치를 치료하고 크라운을 씌우고 왔다. 치과는 보험이 있어도 전액 적용이 안 되는 곳인데 우리는 보험이 없으니 의사와 상담을 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신경치료를 하고 살인적인 고가의 치료비를 지불하였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힘은 힘대로 들고, 돈은 돈대로 들여야 하는 상황인데 그래도 그만 하길 다행이라 생각하며 위로했다. 요즘처럼 무서운 병이 많은 세상에 살면서 더 큰 병 안 걸리고 신경치료로 끝이 났으니 다행이었다.




오늘은 어떤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모르지만 치료하고 아프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 멀쩡해 보여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몸이다. 아프기 전에는 병원을 찾지 않고 병을 키우고 나중에는 고생을 한다. 보험이 없다 보니 한번 갈 때마다 몇백 불이라는 돈이 나가기 때문에 주저하게 된다.


남편과 손을 잡고 캐나다로 이민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꿈같은 4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는데 앞으로 남은 세월도 후회 없이 살고 싶다.

희망사항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기쁘게 살아가는 것..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


오랜만에 온 다운타운의 거리는 약간 낯설기까지 하다. 이민 온 뒤에 세 아이들을 키우며 6년이란 시간을 집에 있다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34 몇 년 전에 영어학교를 다닐 때는 참 젊었었는데 어느새 퇴직한 노인이 되었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가면 영어도 더 잘할 줄 알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실력은 더 좋아지지 않고 뒷걸음질만 하고 있다.


그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신문도 여러 사람들이 돌려보던 시절이었고 인터넷도 유튜브도 없던 때라 어떻게 해서라도 사전을 찾아가며 영어를 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시대가 180도 달라진 세상에 살다 보니 영어를 못해도 번역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통역해 준다.


사전을 찾을 필요도 없고 글을 쓸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에 대고 이야기하면 다 해주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우리가 외국에 살아도 또는 외국여행을 해도 영어로 인한 불편함은 전혀 없다. 스마트폰이 만능박사고 백과사전이니 전화하나 만 챙기면 된다. 그처럼 영어를 모르면 바보 취급받던 시절은 옛날이야기가 됐다.


오랜만에 다운타운을 가며 생각은 먼 옛날의 나로 돌아가 있다. 살기 위해 기를 쓰며 열심히 살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었다.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면 기적이 따로 없다. 넘어질 듯 쓰러질 듯하면서도 버티며 살았던 세월이다. 어떻게 보낸 세월인지 지금은 그저 희미한 기억이 남아 있을 뿐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도 추억거리가 되었다.



젊었기에 견딜 수 있었던 삶의 무게는 편안한 오늘을 나에게 주었다. 몸은 옛날 같지 않아도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다. 몸의 말을 잘 듣고 즐겁게 살아가면 건강한 삶을 살 것이다. 이가 아프면 치과로 가고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고쳐 쓰다 보면 웬만한 병마는 이길 것이다.


오늘도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가면 큰돈이 들어갈 것은 뻔하지만 돈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괜찮다.
고생이 되겠지만 그저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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