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비와 바람과 구름의 조화
by
Chong Sook Lee
Oct 25. 2021
비오는 날 (사진:이종숙)
바람이 심하게
붑
니다.
세상은 바람 따라 춤을 추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눈을 가립니다
바람을 안고
가는
여자 둘이
길 건너편에서 동네로 들어갑니다.
바람이 어찌나 불어대는지
허리를 구부리고 얼굴을 감싸고 걸어갑니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이 바람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얌전히 있다 가면 좋은데
온 세상을 뒤집으며 헤집어서
동네에 굴러다니는 낙엽들이
골목길로 우르르 몰려다닙니다.
어디선가 구름이 몰려오고
예쁘던 하늘은 사라지고
구름이 하늘을 차지했습니다.
심술궂은 구름은
한동안 해를 가리고 비를 초대하며
바람은 더 심하게 불기 시작합니다.
어둠은 세상에 내려앉고
비는 세상을 적십니다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없기에
나무는
조용히 침묵합니다
굴러다니며 춤을 추던 낙엽들이
숨죽이며
누워있습니
다
목마른 자연은 물을 마시고
피곤한 자연은
휴식합니다.
기다림의 순간이 그리움을 삼키며
오는 비로 목을 축이고
지난 시간을 기억합니다
통곡의 시간도
희열의 시간도
차가운
비가 되어
내립니다
삶은
지나가는 바람이고
하늘을 덮는
구름입니다
때를 알고 내리는 비가 되고
대지를 덮는 눈이 됩니다
끝없이 내리는 비는
오염된 지구를 씻어내고
목마른땅은 생명수를 마십니다
태양은 구름을 열고
맑은 얼굴과 화사한 미소로
젖은 세상을 말리며
삼라만상의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희열과 환희와 고통과 아픔이 교차하며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사진:이종숙)
keyword
구름
비
바람
87
댓글
7
댓글
7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Chong Sook Lee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팔로워
2,878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허공에 맴도는... 쓸쓸한 독백
알 수 없는... 끝을 향해 간다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