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어 산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떠나야 하네

예정된 시간표대로 떠나야 하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성... 열차에 몸을 실었다'


가수 송대관의 '차표 한 장'이라는 노래가 서글프면서도 구수하게 흘러나온다. 노래 가사처럼 사람은 차표 한 장 손에 쥐고 각자 선택한 길을 간다.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갈길이 다르고 인연이 안되면 만나지 못한 채 서로의 길을 간다. 후회를 하고 미련이 남아도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 길을 따라서 자신의 의견이 소중하고 옳다고 믿고 간다. 나중에 잘못된 길을 알고 다시 돌아오더라도 간다. 늦게라도 잘못을 알고 돌아온다면 다행이고 끝까지 잘못된 길을 가도 할 수 없다. 처음부터 잘못을 안다 해도 핑계 없는 사람 없고 사연 없는 사람도 없다. 다 이유가 있고 생각이 있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며 산다. 남들이 보기에는 바보 같아도 가다 보면 인정을 받기도 하고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


세상사 답이 없다. 뜻을 굽히지 않고 가다 보면 힘들고 고독해도 앞으로 간다.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간다. 사람들이 간 길은 넓고 편하겠지만 좁고 험한 길을 아무도 가지 않으면 세상의 길은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만들고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생기고 계획하고 결정짓고 살아가게 된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고 뜻밖의 횡재를 만나 일이 잘 플리기도 한다. 안 되는 일로 고심하고 병을 얻고 괴로워하고 좌절하고 불어오는 바람으로 웃고 울고 살아간다.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의 신은 인간을 데리고 이리저리 세상 구경을 시켜준다. 싫다고 뿌리칠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어 생각지 못한 인생을 살아간다. 운명은 나를 이곳까지 데리고 와서 지금의 나로 살게 했다. 앞으로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게 될지 모른다. 지나간 것들은 희미해지고 앞날은 모른다.


오늘 아침에 잠에서 깨기 전에 꿈속에서 여기저기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하다가 잠이 깼다. 영혼이 길을 잃지 않고 다른 길로 가지 않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만약 영혼이 내게 돌아오지 않고 다른 데로 가서 나를 찾아오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잠든 채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나를 찾아온 영혼이 너무 고맙다. 아직 할 일이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고 나를 기다리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깨어나지 못하면 딴 세상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승과 저승이 서울에서 인천 가는 것과 다르지만 돌아오지 않으면 다를 것도 없다. 지하철에 연결된 노선처럼 각자는 가야 할 목적지가 있다. 갔다가 돌아와야 하지만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영혼이 나를 떠나면 돌아올 수 없는 것처럼 시작이 있었듯이 끝이 있다. 가는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한 치 앞을 모른다는 말처럼 무엇이 기다리고 어떤 모습을 하고 다가올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인데 지지고 볶으면서 잘났다고 싸우기만 한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하고 뜻을 밝히려고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싸우고 낭비하고 지체할 시간이 없는데도 우왕좌왕한다. 하룻밤 사이에 삶은 바뀌고 순간의 생각으로 인생이 달라진다. 오늘 비록 힘들어도 내일 꽃길을 걸을지 모른다. 오늘 웃으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도 내일은 알 수 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울고 웃다 가는 게 인생이다. 작은 일에 슬퍼하고 걱정하며 좌절하고 산다.


별것 아닌데 큰 일처럼 생각하며 산다. 살기 아니면 죽기라 생각하며 살던 때가 있었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순간순간들이 다 지나갔다. 삶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고 피었다 떨어지는 꽃이 아니던가. 무섭게 추운 겨울을 차가운 땅속에서 참고 견디며 기다리고 얼은 땅을 뚫고 나와서 피어나는 꽃은 길어야 열흘을 피었다 떨어진다. 백 년을 살아도 갈 때는 뒤돌아보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정성을 다해 최고의 모습으로 피었다 간다. 너무 심각하게 살 필요 없다. 바람 뒤에는 고요가 있고 거친 파도가 지나가면 평화가 있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고 비 오면 젖고 해가 뜨면 꽃을 피우는 자연처럼 살면 된다.


옛날을 그리워하며 사는 게 사람이지만 아무도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오늘 이 시간도 옛날이 되어 그리워질 것이기에 오늘을 살면 된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지금도 가고 앞으로 오는 날들도 왔다가 갈 것이다. 없던 것들이 생겨나고 있던 것들은 없어지고 잊히는 만물의 진리 안에 세월이 가고 세상이 바뀐다. 무엇도 그대로 있지 않는다. 하늘에 떠 다니는 구름도 쉬지 않고 흐르고 사람의 마음도, 생각도 끊임없이 바뀐다.


오늘은 바람이 되고 내일은 구름이 되어 산다. 마음을 따라 선택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파도를 만나기도 하고 평야를 걷기도 한다. 앞일을 모르고 살아가는 인간은 차표 장 들고 세상에 나와서 갈길이 다른 사람들끼리 스치고 오고 가며 갈길을 찾아간다. 어제는 이곳에서 오늘은 저곳에서 알 수 없는 내일을 향해 걸어간다. 종착역이 어디인지 모르고 걸어간다.


(사진:이종숙)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까짓 갈비가 뭐라고 아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