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스테이크를 먹으며 추억도 먹는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바람이 심하게 분다. 나무들이 춤을 추고 낙엽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며칠 전 남편이 눈 오기 전에 겨울 준비한다고 뜰에 떨어진 낙엽청소를 깨끗이 했는데 다시 낙엽이 쌓였다. 바람이 한 번씩 불 때마다 이웃집에 있는 낙엽들이 우리 집 뜰에 쌓인다.

'바람아 제발 멈추어 다오!!!'

바람은 들은 체도 않고 여전히 심하게 분다. 눈이 오면 덮어질 낙엽인데 신경 쓸 것 없는데도 눈이 자꾸만 창밖으로 간다.


소나무 아래에도 잔뜩 쌓였고 텃밭에도, 꽃밭에도 낙엽이 잔뜩 쌓여있지만 신경 쓴다고 바람이 다른 쪽으로 불지 않을 것이다. 오는 바람을 피하던지 잠시 멈추고 있으면 다른 데로 갈 것이다. 아침 내내 떠들어 대던 새들도 출장을 가서 조용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며 오랜만에 점심으로 맛있는 함박스테이크와 으깬 감자가 먹고 싶다. 서양에 살면서도 국물을 좋아하여 매일 한식을 해 먹는데 오늘은 맛있는 양식을 먹고 싶다. 고기 덩어리를 오븐에 넣어 로스트를 해 먹을까 아니면 스테이크를 구워 먹을까 생각하다 입에서 살살 녹는 함박스테이크를 만들기로 마음을 먹으니 몇 년 전 식당 할 때 생각이 난다.



금요일은 언제나 식당이 만원이다. 한 주간 열심히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금요일만큼은 외식을 하고 싶어 한다. 매일매일 다른 메뉴로 식단을 짜는데 매주 금요일은 만둣국과 함박스테이크 그리고 으깬 감자로 정해져 있다. 사람들은 일주일 동안 금요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22년 동안 한 식당을 운영하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밥을 해줬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오는 사람들은 천차만별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왔다가 행복해서 돌아갔다. 우리 식당에 온다 는 생각을 하면 설렌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우리 식당에 와서 먹기 위해 참는다는 사람도 있었다. 일주일에 오는 날짜를 정해놓은 사람도 있었고 주말에 빠짐없이 오는 사람도 있었다. 4대가 와서 각자 돈을 내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부담 없이 자주 만난다고 하며 오는 사람도 있었다.


오랫동안 식당을 했더니 손님이 아니라 가족이 되었다. 좋은 일에는 같이 기뻐하고 아픔도 슬픔도 나누며 음식을 만들어주면 너무나도 고마워하며 행복해했다. 사람들에게 우리 식당은 살다가 힘들 때 생각나는 식당이고 외로울 때 달래주는 따뜻한 식당이었다. 그러기에 4년 전에 그만둔 식당이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식당이 1955년생이라 사람 나이로 치면 66세가 되는 식당이다. 오랫동안 옛 모습을 보존하고 맛이 변하지 않아서 오랜만에 오는 사람은 식사를 하며 추억을 되살리며 행복해한다. 어릴 적 부모형제와 함께 오던 식당인데 맛도 모습도 너무나 똑같다고 신기해한다.


옛날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요즘 시대에 옛날 식당 그대로를 보여주는 우리 식당은 영화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보물 같은 장소이다. 드라마를 찍어 3년을 계속해서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었고 영화도 몇 편을 찍었다. 식당을 배경으로 한 짧은 영화 대회에서는 1등을 하고 손님들은 나보다도 더 기뻐했다. 기쁘면 기뻐서 오고 슬프면 슬퍼서 왔다. 와서 웃고 울다 보면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찾아왔다. 부모 형제를 잃은 사람들에게 공짜로 밥을 주면 고마워서 자꾸 왔다. 결혼을 하면 축하선물로 밥을 주고 아기를 낳으면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다. 실업자가 되어 힘들어하면 돈이 없어 배가 고플까 봐 더 많이 주고, 노동하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양을 많이 주고 함께 힘겨움을 나누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오래오래 식당을 하기를 원했지만 영원히 할 수 없어 젊은 사람에게 넘기고 더 이상 밥을 해주지 못했다. 맛있는 만둣국에 함박스테이크 먹는 재미로 금요일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많이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고 싶을 때 꺼내 먹으려고 여유로 사가는 사람이 있었다. 함박스테이크를 한입 먹으며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최고라고 해주던 사람들이다. 오랜만에 그때로 돌아가 사람들이 맛있게 먹던 함박스테이크를 만든다.


으깬 감자를 만들기 위해 감자를 삶는다.

감자를 삶는 동안 간 쇠고기에 양파와 마늘을 넣는다.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고 잡내를 잡기 위해 고춧가루도 조금 넣고 참기름과 밀가루 한 숟갈을 넣고 계란 하나를 넣고 섞는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적당한 크기로 익힌다.

자주 뒤집지 말고 스테이크를 굽듯이 한쪽에 3분 정도

익혀주고 뒤집어 주면 된다.

함박스테이크를 굽는 동안 감자가 익으면 물을 빼고

으깨준다.

감자에 버터를 넣고 으깬 다음 우유를 넣고 섞으면 된다.

그레비 소스를 만들어 준비한다.

함박스테이크와 으깬 감자에 맛있는 그래비 소스를 올려놓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먹던 함박스테이크를 오랜만에 해 먹으니 너무나 맛있다. 함박스테이크를 먹으며 나의 기억은 4년 전 그만둔 식당으로 간다. 어쩌다 길이나 쇼핑센터에서 만나는 옛날 손님들이 내가 만들어주던 맛있는 음식을 비롯하여 만둣국과 함박스테이크를 먹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지면 더없이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하던 그들이 있어 행복했던 날들은 이제 추억이 되었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만들어 먹으니 새삼 더 맛있다. 함박스테이크를 먹으며 추억도 먹어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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