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난다. 슬퍼서도 기뻐서도 아닌데 자꾸 눈물이 난다. 한쪽 눈에서만 눈물이 나는 것을 보면 정녕 눈에 이상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바람이 불거나 날씨가 추우면 영락없이 눈물이 난다. 너무 웃어도 눈물이 나긴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서 이유를 알고 싶어 안과에 갔다. 이런저런 검사를 하더니 노쇠현상이란다. 눈이 건조해서 그렇다는데 약은 없고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주라고 한다. 안약을 사 가지고 돌아오는 발길이 무겁다. 반질반질하던 얼굴에 주름이 생기듯이 까만 머리가 희듯이 눈도 탄력성을 잃었나 보다.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던 날들은 어디로 가고 울어야 할 자리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무 때나 눈물이 나서 곤란하다. 한참 걷다 보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껴 휴지로 닦아내며 걸어야 한다.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이 생겼다. 인공눈물을 넣고 남은 평생을 산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겨울이고 집안이 건조하다 보니 생겨난 일이라고 자위하고 싶은데 따지고 보면 고장 나고 낡은 게 한두 군데가 아니다. 걷다 보면 갑자기 무릎이 아파서 절뚝거리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파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해야 한다. 몇 살 더 많은 사람들이 노인 행세하면 이해를 못 했는데 내가 그런다. 알게 모르게 몸이 말을 한다. 무슨 일이던 한번 하면 끝을 봐야 했는데 몸이 쉬라고 하면 쉬엄쉬엄 해야 한다. 오래 앉는 것도 오래 서있는 것도 쉽지 않다. 구부리고 하는 일도 어렵고 힘쓰는 일도 못한다.
옛날에는 몸이 힘들다고 해도 무시하며 내 고집대로 몸을 끌고 다녔는데 이젠 아니다. 몸이 피곤하면 자고 힘들면 쉬며 몸의 비위를 잘 맞춰야지 안 그러면 반란을 일으켜 괴롭힌다. 얼굴에 주름이 생기면 보기 싫다고 로션과 크림을 발라주고 흰머리에는 염색을 하며 가린다. 코로나가 길어져서 사람도 만나지 않다 보니 굳이 염색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냥 놔두었더니 보기 흉하다. 연말에 아이들이 올 텐데 염색을 하긴 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미룬다. 나이 들어 흰머리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아직은 자식들에게 늙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부모님이 늙어 가시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는 이해가 된다. 멋 보다도 편한 게 좋고 꽉 끼는 것보다 헐렁한 게 좋다. 빳빳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게 좋고 높은 것보다는 얕은 게 더 좋다.
남들이 보기 좋은 것보다 내가 편하고 좋은 것을 찾으며 산다. 남을 위해 살았는데 나를 위해 살게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들을 초대하여 대접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무엇을 해도 급하게 보다는 천천히 하게 되고 안 해도 되면 하지 않는다. 무리를 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하며 몸의 말을 무시하고 살았는데 몸을 존중하며 산다. 며칠 전에 오래된 앨범을 정리하다 보니 그 옛날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매일매일 세월을 맞고 보내기만 한 줄 알았더니 세월은 주름살을 남겨놓고 갔다. 젊은이는 없어지고 노인만 보이는데 언제 적 젊은 날이 있었나 한다.
세월의 강물을 따라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살다 보면 홍수도 만나고 쓰나미도 만난다. 폭설도 만나고 산사태도 만난다. 지구 안에서 별별일이 다 생겨난다.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도 무언가에 괴로워하고 온난화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생활이 좋아졌지만 현대병이 생겨나 인간을 괴롭힌다. 모든 것이 풍부해져 부족한 게 없는데도 사람들은 힘들다고 한다.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었던 시대가 가고 너무 오래 살까 봐 걱정하는 시대다. 늙음을 방지하고 늦추는 약이 나온다는데 그야말로 백세시대가 아니고 200세 시대가 되는가 보다. 사람이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한다면 좋겠지만 내 생각은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고민도 된다.
바람이 차다. 영하 20도가 넘는 무서운 추위에 벽난로에 나무을 때며 불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불쏘시게로 시작된 불이 나무에 붙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보며 멍하니 앉아있다. 어제 일은 까맣게 잊었는데 옛날 일이 하나둘 떠오른다. 불을 보고 있노라니 몸은 따뜻해지니 불꽃이 피어나듯 추억도 하나둘 고개를 든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온 해 겨울에 벽난로에 불을 펴놓고 온 식구가 밖으로 나가서 굴뚝으로 나오는 연기를 구경하며 신기해서 웃던 생각이 난다. 아이들은 자라서 그들의 삶으로 바쁘고 나와 남편은 한가하게 추억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사람들의 모습이 다 다르듯 각자가 만드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부러워할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이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