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정리하고 조금씩 배우며 산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집안에서만 생활한 지 며칠째가 된다.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로 눈이 녹아서 빙판길이 되어 나가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폭설이 오고 한파가 계속되어 꼼짝을 못 한다. 빙판길이 마르면 나가려고 했는데 녹기도 전에 눈이 무릎까지 쌓이고 춥기까지 하니 하늘만 쳐다본다. 하늘은 눈을 잔뜩 물고 있는지 회색 구름으로 덮여있다. 연말은 다가오는데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변이종으로 세계가 술렁이고 마음은 우울하기만 하다. 집에 가만히 있으니 만사가 귀찮아 가만히 있다 보니 소화도 안된다. 며칠 있으면 아이들이 집에 오는데 청소도 해야 하고 무엇을 해먹을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크리스마스에는 당연히 칠면조를 굽고 감자를 삶아 으깨고 여러 가지 삶은 채소와 피클과 함께 그레비 소스를 얹어서 먹는다. 하루 한 끼만 먹고 가는 게 아니고 한 열흘은 같이 생활해야 하기에 먹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냉동고에 있는 고기와 채소를 녹여서 하나둘 준비하면 되는데 옛날 같지 않고 걱정만 앞선다. 나이 탓으로 돌려보며 한꺼번에 후다닥 할 수 있었던 때가 그리워진다. 그래도 식구들이 모두 모여 하하호호 웃고 떠들며 사람 사는 것 같은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진다.


사람들 만나기 좋아하는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종일 일을 하고 피곤한 줄도 모르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먹고 놀았다. 음식을 빨리 만들기도 하지만 무엇이나 맛이 있다고 하니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했다. 그런 날들이 지나고 나니 속도도 맛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뭐라도 하려고 이것저것 늘어놓고 하다 보면 음식이 나오기 전에 몸이 먼저 힘들어한다. 미리미리 조금씩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양념을 준비하고 얼은 것은 녹이고 재료를 씻고 다듬으며 오늘 못하면 내일 하자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욕심을 버리게 되었다.


할 수 없는 것을 하려 들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한도 끝도 없는 게 인간의 욕심이라 버린다 해도 야금야금 자라는 심을 막을 수 없다. 한 가지 두 가지 바라고 원하고 사고 쌓다 보면 어느 날 산더미가 된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도 만일을 위해 준비하다 보면 쓰지도 않고 버려지는 것이 많다. 옷장에도 신발장에도 그릇장에도 한두 번 쓰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앞으로는 더더욱 쓰지 않을 물건들이다. 밖으로 놀러 다니고 텃밭을 가꿀 때는 집안일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살았는데 겨울이라 꼼짝을 못 하니 이것저것 눈에 보인다. 읽지도 않는 책들이 쌓여있고 사다 놓은 물건도 채 쓰지 않고 구식이 된 것 또한 욕심이 준 선물이다. '버리자, 비우자' 하면서도 실천하기는커녕 여전히 사다 놓고 산다.


옛날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다. 좋은 것 예쁜 것 보면 사고 싶고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 만지작거린다. 집에 있어 뒤떨어지는 것 같아 세상 구경한다고 쇼핑센터에 가면 못 보던 것들이 눈이 띄지만 자신에게 '사면 안돼'라고 속삭이며 구경만 하고 지나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은데 괜히 사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로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편한 옷 입고 편한 신발 신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되었다. 아무도 쓰지 않고 원하지 않는 물건으로 집안이 차 있는 것을 본다. 틈틈이 치운다고 정리를 해도 여전히 복잡한데 조금씩이라도 정리하면 안 하는 것보다 낫기에 오늘도 움직여 본다.


살림을 보면 심란한데 그마저도 없으면 빈집 같을 것 같기도 하다. 방이 4개 있는데 방마다 침대와 서랍장 한 개와 책상이 있다. 아이들이 오면 하나씩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각자 여행용 가방에 있던 물건들을 서랍에 넣고 며칠이라도 편하게 지내다 간다. 이런저런 필요 없는 물건들은 지하실에 각자의 이름을 쓴 상자에 보관되어 나중에 라도 필요하면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리면 된다. 내 물건은 내 마음대로 버리고 싶으면 버리고 주고 싶으면 주면 되는데 아이들 물건은 나도 잘 모르겠다.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다가 아이들 물건 몇 개씩 사진을 찍어 물어보며 정리를 했는데 당분간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10년을 계획하며 10년 후에는 몸만 빠져나갈 수 있게 정리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될지 모르겠다. 사고 버리며 또 사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코로나로 소비심리가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멀었다. 특별한 세일을 한다고 하면 아직도 혈안이 되는 것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한쪽에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한쪽에서는 여전히 쓰레기를 만드는 생활을 하니 나 자신부터 각성하며 살아야 한다. 비교적 일찍부터 쓰레기 분류가 시작된 한국과는 달리 이곳은 지난봄부터 시작되었다. 하기 전에는 귀찮을 것 같고 복잡할 것 같았는데 막상 하고 나니 너무 좋다.


음식물 찌꺼기와 일반 쓰레기가 합하여 아무것도 재생할 수 없었는데 음식물 찌꺼기로 동물 사료를 만든다 하니 더욱 조심해서 버리게 된다. 동물이 먹고 결국 사람이 먹는 동물이기에 너무나 중요하다. 엊그제 유튜브를 보는데 고추장과 된장은 너무 짜고 맵기 때문에 음식찌꺼기로 버리지 말고 비닐봉지에 넣어서 일반 쓰레기에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관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 우리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며 살지만 다시는 소를 잃지 않기 위해 튼튼하게 고치듯이 이미 오염된 지구를 깨끗하게 만들 수는 없어도 더 이상 오염되지 않게 해야 한다.


한 방울의 기름도 바다로 유출되면 바다가 오염되어 수많은 물고기들이 죽는 것을 보면 정말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모르고 하는 행동도 죄가 되지만 알면서도 하는 행동은 언젠가 무서운 병마로 우리에게 돌아옴을 기억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구가 깨끗해지기 전에는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약으로, 백신으로 해결하는 것은 일시적인 방법일 뿐 없어지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알 수 없는 무서운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내며 세계를 겁박한다.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합심하여 지구를 살려내야 한다. 집안을 정리하면 할수록 그동안 내가 지구에게 얼마나 못된 일을 하며 살아온 것이 보여 자꾸만 미안하다. 날마다 정리하며 조금씩 배우며 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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