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유혹이 되고 삶이 된다

by Chong Sook Lee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영하 27도에 체감온도 영하 37도란다.

이런 날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

그저 벽난로 앞에서 나무 타는 모습과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낭만에 빠져야겠다. 일부러 찾아보면 할 일은 많지만 오늘은 모른 체하고 싶다. 매일 해야 할 일을 쫓아다니며 살았는데 오늘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아무 걱정 없이 불을 쳐다보며 편하게 앉아 있어야겠다. 오늘 내가 할 일을 안 했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야단을 맞는 것도 아니다.


초저녁 잠이 많아 식구들 앉아서 웃고 놀 때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자야 하는 나는 다들 아침잠을 즐기는 동안 새벽부터 일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게 습관이 된 지 오래다. 아침 일찍 일어났으니 낮잠이라도 자면 좋을 텐데 여간 피곤하지 않고는 낮잠도 안 잔다. 습관이란 게 참 알 수 없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려고 해도 영락없이 6시면 눈이 떠지고 침대에 누워 있지 못하는 나는 바로 일어나 나온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지만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릴 적부터 늦잠을 자지 않고 살아서 이젠 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다가 결혼해서 아기들 낳고 식구들 위주로 생활하다 보니 늦잠이나 낮잠을 잘 기회가 없었다. 공교롭게도 늦게 일어나도 되는 날은 더 일찍 일어나게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몇 가지의 습관들을 가지고 있다. 좋은 습관이면 다행이지만 나쁜 습관을 습관들이기가 쉬워서 한번 잘못 들여진 습관을 고치기가 힘이 든다. 아이가 셋인데 다들 다른 것을 보면 신기하다. 첫째와 셋째는 아침잠이 많아 아침에 깨우면 안 일어나는데 비해 둘째는 아침잠이 없어 꼭두새벽에 깨워도 잘 일어난다. 지금 이야 결혼해서 각자 짝들과 잘 맞추어 살아가니 걱정 안 하지만 사춘기 때 어질러 놓고 문 닫고 밤새도록 친구들과 얘기하며 잠을 안 자고 있다가 아침에 안 일어나려고 하던 것이 생각난다. 하루 이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자연이 습관이 붙는데 늦게 일어나니 늦게 자게 된다.


잠뿐만이 아니다. 삶이란 습관이고 버릇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 읽는 게 재미있어서 자꾸 읽게 되고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재미가 들려 영화를 계속 보고 싶다. 요즘엔 영화를 통해 보는 세상이 재미있어 시간이 있으면 이것저것 재미있는 것을 찾아서 본다. 오늘같이 추워서 꼼짝 못 하는 날은 벽난로 옆에서 팝콘 먹으며 영화 보는 재미도 좋다. 나이 들어가도 할 일 없다고 멍청히 밖을 내다보는 것도 그렇고 나름대로의 낭만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 어릴 적에 영화를 보러 극장을 함께 다닌 이후로는 극장에 다니지 않고 살았는데 요즘엔 넷플릭스가 수많은 영화를 편하게 보여준다. 하루에 하나씩만 봐도 일 년이면 300개 이상의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엄청난 숫자다.


(사진:이종숙)

자신이 만들어낸 크고 작은 습관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것이다. 습관은 어쩌면 유혹이라고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유혹을 참지 못하고 감정에 치우쳐서 하는 나쁜 습관들이 많다. 한 번 두 번 하다 보니 재미있고 편한 것에 맛이 들면 나쁜 습관이 몸에 배었을 때는 버리기 힘이 든다. 퇴근 후에 친구들을 만나는데 습관이 들어 이유 없이 만나던 때가 생각난다. 아무 약속이 없어도 매일 가는 곳에 가서 앉아 있으면 하나둘 모이게 된다. 만나도 별 할 얘기도 없는데 만나지 않으면 무언가 잊어버린 것 같고 허전해서 그 습관을 끊지 못했다. 좋은 습관은 상으로 돌아오는데 나쁜 습관은 손해를 준다. 한잔 술이 마시다 보면 말술이 되고 작은 거짓말이 결국 사기를 치게 된다.


생각 없이 만들어진 작은 습관 하나가 큰 습관이 되어 고질병이 될 수도 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어릴 적 아버지는 우리 육 남매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거의 매일 사 오셨다. 저녁 먹고 허전할 때 아버지의 간식은 꿀보다 더 달아서 저녁마다 아버지보다 간식을 더 기다렸다. 어쩌다 못 사 오시는 날은 아버지는 미안해하시고 우리들은 서운해했다. 아버지는 우리가 맛있게 먹는 게 보기 좋아 사 오시는 게 습관이 되셨고 우리는 먹는 게 습관이 되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아버지가 사 오시던 간식의 추억은 잊을 수가 없다.


세 살짜리 손녀는 어디서 배웠는지 앙증맞은 손으로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가지런히 얹어 놓는다. 음식을 먹을 때도 똑바로 앉아서 흘리지도 않고 암팡지게 그릇에 있는 음식을 싹싹 긁어먹는다. 그림을 그릴 때도 책상에 앉아서 그림 한 장을 꽉 차게 그려서 보여주는 것을 보면 참 예쁘고 귀엽다. 누가 하라고 하지 않는데도 매번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좋은 습관이다. 사람이 언제나 완벽하게 살 수는 없어도 기본적인 생활습관은 필요하다. 아무리 바빠도 습관이 배어있는 일은 몸이 알아서 한다. 평소에 안 하던 것을 하려면 어색하고 피곤한데 어릴 적부터 해온 버릇이나 습관은 자연스럽다.


인사성 밝고 싹싹한 사람은 어디를 가도 환영을 받는다. 그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습관이 아니고 어릴 적부터 해왔기 때문에 몸에 밴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욕을 해도 웃는 것 같은 얼굴이 있는가 하면 좋은 일에도 인상을 쓰며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습관에서 나온다. 힘들면 웃음이 안 나오지만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처럼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오해를 받는다. 아무리 멋쟁이라도 신발을 엉터리로 벗어 놓으면 다시 보이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공중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쓰는 것을 보면 다시 보인다. 길거리를 가다 보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도 아무렇지 않게 가는 사람을 본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 말처럼 사람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아 사람들의 눈에 띈다. 거만한 태도가 습관이 되면 이유 없이 오해를 받고 따스한 언행은 복을 불러온다. 습관은 감출 수도 없고 숨길 수도 없다. 하루 한 가지씩 하고자 하는 좋은 일을 습관화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배고 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자꾸 하면 습관이 된다. 싸우고 따지는 것도 습관이 되고 비꼬는 것도 창찬하는 것도 습관이 된다. 되도록이면 좋은 습관을 하나라도 더 늘려야 하는데 영화에 맛 들이다가 영화 보는 게 습관이 되어 영화만 보고 싶으면 어쩌나 걱정이다. 습관이 유혹이고 삶이 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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