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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경보
by
Chong Sook Lee
Dec 15. 2021
(사진:이종숙)
하늘이 품고 있던 눈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폭설경보로 눈이 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 외로 많이 왔습니다.
길은 보이지 않고 차와 지붕 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이 티 하나 없이 참으로 곱습니다.
보기는 예쁘고 아름다운데
청소를 하려면 힘깨나 써야겠습니다.
(사진:이종숙)
20센티미터가 넘게 와서 쌓였으니
기계도 힘들 것 같습니다.
넓은 면적은 기계로 하지만
구석이나 구부러진 곳은 수작업을 해야 합니다.
남편이 다 알아서 하는 일이지만
괜히 안절부절못합니다.
남편이 지나가고 내가 뒤따라가며
뒷 마무리를 하고 청소를 끝냈습니다.
(사진:이종숙)
눈이 이렇게 한바탕 쏟아지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지만
어차피 겨울인데 눈이 안 와도 문제입니다.
올여름에 비도 안 오고 가물어서
아주 매서운 겨울이 올 거라고 했는데
의외로 따뜻하게 지나간다 했더니
이번이 두 번째 폭설입니다.
오늘 아침 체감온도는 영하 24도였지만
바람이 없어 그런대로 견딜만합니다.
온도가 내려가고 바람까지 불면
얼굴을 들 수조차 없는데
오늘은 살만합니다.
(사진:이종숙)
뜰에 서있는 소나무도 사과나무 도
눈을 담요 삼아 덮고 서있습니다.
헐벗은 나무들이 추울까 봐
겨울에 눈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자연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가지에서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벌 나비들을 부르고 번식하고
적을 알아 자신을 보호합니다.
널찍한 전나무에 앉아 쉬는 눈이
작은 거북이들이 누워 있는 것 같이 귀엽습니다.
(사진:이종숙)
평평한 곳에 앉은 눈은 평평하고
둥근 곳에 앉은 눈은 둥급니다.
눈은 앉을자리를 가리지 않고
앉고 싶은 곳에 살며시 앉습니다.
뾰족한 곳에도 앉고 찌그러진 곳에도 앉고
구덩이에도 앉고 언덕에도 앉습니다.
들판에 앉은 눈은 들판을 덮어주고
나무에 앉은 눈은 가지를 따뜻하게 덮어줍니다.
눈 내린 텃밭을 지키고 서있는 해바라기는
하얀 모자를 쓰고 서 있습니다
눈을 맞고 텃밭을 지키는 해바라기(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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