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하더라도 새로운 꿈을 꾼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춥다는 핑계로 나가지 않고 집안에 있다. 그동안 못했던 밀린 청소를 하다 보니 구석에 숨어 있던 유통기한이 넘은 것들이 하나 둘 얼굴을 내민다. 세일할 때 여유로 사다 놓은 것, 의외로 가격이 저렴한 것 같아 사다 놓은 것들이 뚜껑도 열지 않은 채 얌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유통기한은 지난 지 한참 됐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것을 버리는 게 아까워서 돈 생각이 나지만 버려야 한다. 돈을 아끼기 위해 한 행동이 오히려 손해를 가져다준 것이다. 아껴 보려고 했는데 쓰레기가 되어 종량제로 가고 음식물 쓰레기로 가게 된다. 쇼핑센터와 슈퍼에서 세일을 하는 이유는 재고를 조금이라도 줄여서 손해를 막기 위한 것인데 버리고 사고 쓰지 않아 유통기한을 넘긴 것은 쓰레기가 되고 지구는 오염된다.


오염된 지구는 온난화로 기후 변화가 생겨 자연재해를 불러오고 뜻하지 않은 사망과 절망 속에 사람들은 울부짖는다. 지진과 화산 그리고 쓰나미와 허리케인으로 지구는 정말 중병에 걸려서 열이 나고 오한에 떨고 여기저기 아파서 고쳐달라고 하는데 약이 없다. 지구의 병이 너무 깊어서 어디부터 치료를 해야 할지 모르고 무슨 약을 써야 할지 모른다. 사람도 어디가 아프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병을 알아내고 치료를 하는데 지구는 지금 어디부터 손을 쓸 수 없게 오염이 되었다. 뉴스를 보면 세상 모습이 지옥불을 연상케 하여 우리가 사는 여기가 지옥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불이 나고 물난리가 나고 사람들이 죽고 병에 걸리고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산모가 진통이 왔는데 코로나 확진자라고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서 열여섯 군데의 병원에서 퇴짜를 맞고 결국 응급차에서 출산을 했다는 뉴스를 보고 경악했다. 코로나 급증으로 아픈 사람이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고 산모가 출산할 병원이 없는 세상에 인구감소가 되는 이유를 알겠다. 어느 누구도 미래가 없는 세상에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을 것 같다. 먹을 게 없어 쓰레기를 뒤지고 물이 오염되어 선천적 결함을 갖고 기형아로 태어나는 곳이 많아졌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되어 살기 좋아진 세상이지만 그것은 단지 소수 사람들만이 누리는 특권일 뿐이다. 인간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아플 때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이 무서워진다. 연말은 다가오는데 외출과 만남을 자제하라고 한다. 잠잠해지면 만나면 되지만 오랜 기다림으로 사람들은 지쳐가고 정부를 불신하기 시작한다.


정책을 말하기는 쉬워도 연말연시를 대목으로 기다려온 소상공인들은 살길이 막연하여 이제 손을 놓고 싶다고 한다. 꿈을 꾸고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하지만 막연한 현실에 화가 나고 절망하며 체념하고 주저앉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에 희망할 수 없고 쌓여가는 빚더미에 숨이 막힌다. 농산물 시장에 불이 나서 다 타버린 물건을 보고 울부짖는 상인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생활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울고불고 하지만 한쪽에서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금을 하고 도움을 준다. 자선단체에서 따뜻한 밥을 전달하고 장난감 없이 크리스마스를 맞는 아이들에게 장난감과 따뜻한 겨울옷을 건네주는 따스한 모습이 보기 좋다.


내일 지구가 끝나도 여전히 이어지는 삶이다. 사과나무를 심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없는 사람들과 나누며 견뎌 나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며 산다. 아무리 지구가 오염이 되고 재생할 희망이 없다 해도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끊임없이 교육하며 노력한다면 지구에도 파란 새싹이 돋아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여기저기에 쓰레기산이 만들어지고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 모르는 쓰레기가 바다에 쓰레기섬을 만든다. 쓰레기는 썩고 부패되어 알 수 없는 바이러스를 만들어 사람을 공격한다. 아무리 백신을 연구해도 부패된 지구를 살리기는 시간이 걸린다. 로봇의 세상이 돼서 사람같이 살게 되는 세상이 되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는 영화를 보니 겁난다.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만드는 세상은 인간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의문이 간다. 사람을 닮은 로봇과 사람의 일을 다 맡아서 하는 로봇이 있는 세상에 사람들은 로봇의 조정을 받고 꼼짝 못 한다. 온갖 곳에 카메라가 있어 감시하고 그들의 생각으로 인간을 판단한다면 인간들이 갈 곳이 어디인가? 인간의 권리를 다 빼앗고 소수의 집단의 주장으로 세상을 이끌어 간다면 인간의 꿈은 그야말로 사라져 버린다. 유통기한이 끝난 물건이 버려지듯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삶을 빼앗기면 버려지는 쓰레기와 다름이 없다. 피도 눈물도 없이 기계처럼 살아야 한다면 로봇이다. 전기차에 필요한 리튬 광산 개발 산업을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반대를 하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간다고 한다. 이미 환경의 질이 최악인 곳에 다시 산을 파고 리튬을 채굴해서 돈을 버는 것만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죽어간다.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자연을 훼손하면 그로 인한 문제점은 고스란히 사람들이 안고 살아야 한다. 미래가 없는 삶은 죽은 삶이나 다름이 없다. 사람들은 사회적 동물이라 적응하게 된다는 약점을 잡아 야금야금 권리를 빼앗아 간다. 처음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권리를 빼앗기며 손을 들고 따라가게 된다. 의무만을 강요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줄 모르고 하라는 대로 하면 하루아침에 노예가 된다. 꿈도 희망도 없이 어느 누군가의 조정으로 웃고 울며 사는 기계로 살아가야 한다. 생각 없이 사다 놓고 유통기간 지난 물건을 보며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지구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다. 그래도 내일은 좀 더 좋은 세상이 되겠지 하는 꿈은 버릴 수 없다. 지금 실망하더라도 꿈은 언제나 새로운 꿈을 낳는다. 꿈에는 유통기한이 없기에 또 다른 꿈을 꾸며 앞으로 걸어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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