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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28. 2020

행복은... 우리에게 점점 다가온다

희망을 향하여 사랑을 향하여 마주 봅니다..(사진:이종숙)



아직은 겨울의 모습이 보이지만 눈이 조금씩 녹아가는 양지쪽에는 원추리와 튤립이 반갑다며 파란 손을 내밀고, 눈 속에 파묻혀 있던 부추와 파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해마다 겨울에 묻혀 오는 봄을 환영하지 못한 채 텃밭에 이미 와 있는 봄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남들은 봄을 일찍  맞기 위해서 일찍부터 산뜻한 봄옷으로 치장을 하고 다니는데 추위를 타는 나는 겨울옷에 대한 미련 때문에 봄맞이가 늦다. 겨울을 벗은 뜰은 엉망진창이다. 가을을 끌어안은 겨울이 떠나면서 가을을 뜰에 놓고 가서 가을의 흔적이 뒤뜰에 남아있다.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낙엽 들과 어디선가 건너온 종이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뒹굴어 다닌다.


작년 한 해 사이에 부쩍 자란 사과나무와 앵두나무 그리고 체리나무를 남편이 전지도 해야 한다. 해마다 2하순쯤에  해 주어야 하는 전지를 올해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지금까지도 못하고 있다. 나무에 쌓여가는 세월의 흔적을 보며 우리가 늙듯이 나무도 세월 따라 나이를 먹고 해마다 여러 개의 가지들이 죽는다. 우리 집이 46살이니 나무도 그처럼 나이가 들었을 것이다. 몇 년 전 앞뜰에 있는 커다란 전나무가 병이 들어 잘라버렸는데 다른 쪽에 있는 또 한그루의 전나무가 병이 들은 것이 조금씩 보여 나름대로 걱정이 된다. 나무 도 세월이 가면 늙고, 때가 되면 죽는 것처럼 자연은 계절의 순환을 알고 있다. 겨울은 떠나야 함을 알고 봄은 와야 함을 안다.  땅도 싹이 나고 자라고 열매를 맺으며 끝을 맺음을 알거늘 어리석은 사람들의 욕심은 어디가 끝일까? 더 갖기 위하여, 너 높은 곳을 향하여 한없는 죄를 짓는다.


소중한 하루를 지겨워하며 시시하게 그냥 보낸다.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을 휴지조각처럼 보내며 세월이 빨리 가기를 소망한다. 유행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죽는뉴스를 매시간 접하며 산다. 그 무섭다는 병에  걸리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살얼음 위를 걷듯이  언제 병에 걸릴지 누구도 모른다. 어제 멀쩡했던 사람이 확진자가 되고 위중했던 사람들이 사망하는 현실에 건강하게 하루하루 넘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사람들은 빼앗긴 일상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막연한 현실 속에서 지금의 삶이 어쩌면 우리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외식과 여행과 파티라는 일상을 집밥과 외출 자제와 식구들만의 일상으로 바꾸는 것이 어렵지만 바꿔보는 수밖에 다른 수가 없다.


막상 해보니까 그리 나쁘지 않다. 단순하게 조용하게 사는 것이다. 반찬도 많을 필요 없다. 간단하게 해서 먹으면 되고 친구들도 메시지로 만남을 대신하면 된다. 나가서 하던 것을 집안에서 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바뀐 것이 없다. 끝날 줄 모르는 전염병의 확산으로 사람들은 집안에 갇힌 채 생활한다. 싫든 좋든 정부의 시책을 따라야 한다. 사람들이 규칙을 위반하는 경우에 내려지는 죗값도 자꾸만 커진다.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안 하면 된다. 전염성이 빠르기 때문에 안 만나고 가까이하지 말고 청결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의 잘못된 생활습성을 바로 잡으면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규칙을 무시하고 전염시키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 수 없다. 혼자 죽는 것이 아니고 무고한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것이다.


새들이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나 보다. 짹짹 거리는 참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무언가를 찍어 먹는다. 눈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찍어대는 걸 보면 먹을거리가 있나 보다. 거리는 조용하다. 어쩌다 지나가는 차를 제외하고는 이상하리 만치 조용하다.  이 시간에는 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가 끝나는 시간이라서 많은 차들이 오고 가고 아이들도 삼삼오오 걸어갔는데 사람을 구경할 수가 없다. 그나마 뜰이 있어 나무도 보고 땅 도보며 날씨가 풀리면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나무 밑에 놓여있는 의자는 사람이 앉아주기를 바라고 농구 꼴 대도 손주들이 와서 놀아 주기를 기다린다.


까치가 집 밖의 전봇대에서 친구를 부르며 깍깍대는 소리가  조용한 동네에 메아리쳐 온다. 올해는 3월에 눈이 많이 오기도 했지만 전염병으로 어떤 봄이 올지 모르겠다. 예년 같으면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연습을 하며 들판에 나갈  희망에 부풀어 있을 시기인데  봄이 봄이 아닌 이 상황에 어찌 될는지 아무도 모른다. 세계정세가 좋아지는 모습보다 악화되는 모습이라 우울하다. 어느 나라도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오늘날의 모습이 황당하기만 하다. 그나마  벌써 소나무가 파랗게 봄옷으로 갈아입고 서있어서 나름대로 위로받으며  시간이 가면 어떻게 되겠지 하며 희망해본다.


전염병으로  우리의 삶이 뒤죽박죽 되었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속이 상한다. 어차피 생긴 일이니 그로 인하여 우리에게 좋은 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일생일대의 기회일 수 있는 것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의 중요성이다. 코로나 19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여전히 바쁘게 살며 이렇게 한가한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여기저기 다니며 무언가를 배울 것이고 부모들도 밖으로 돌 것이다. 서로의 얼굴도 볼 사이없이 살던 일상이 과연 올바른 삶이 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늘 원했던 휴가 같은 삶을 지금 우리는 살고 있음에 감사해보면 어떨까?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라는데 죽지 못해 산다는 마음을 버리고 우리가 원했던 삶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해보자.


해마다 봄은 어김없이 오고 가고 우리도 언젠가는 온 곳으로 돌아가리라. 새 생명이 태어나고 끝나고를 반복하며 흙으로 돌아갈 우리들... 이제 또다시 우리를 찾아온 봄은 우리가 겨울 동안 우울했던 마음에 다시 희망을 가져다주고 있다. 지난겨울 내가 하지 못했던 것과 지키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 본다. 보내야 했던 이들을 생각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날 때를 생각해 본다. 없던 것이 생기고 있던 것이 없어지는 인생사 속에 자연의 순리를 닮아 순응하며 사는 것을 봄에게 배워보자. 부드럽게 불어오는 봄의 향기에 취해 있는 봄날에 그리운 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멀리 가까이, 그리고 크고 작게...

행복은 우리에게 점점 다가온다.


저나름대로의 할일을 합니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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