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 바람 따라... 만나는 행복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정성 들인 선물을 주고받고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는 연말이다. 고마웠던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따스한 말로 위로하며 새해를 기약한다. 하루가 열흘이 되고 한 달 두 달 지나 1년이 간다. 지나간 세월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무섭게 가서 어렴풋이 생각 나는 어젯밤에 꾼 꿈처럼 희미해져 간다.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어떤 꿈을 꾸었는지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는데 바쁘게 지난 것은 뚜렷하다. 숨 쉴 새도 없이 바쁘게 살아온 날은 가버리고 하릴없이 뒹굴 거리며 산다. 시간 있으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았는데 시간이 남아도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 먹고 자고 놀며 산다.


나중에 더 기운 없어지면 못할지도 모르는 일들이 많은데도 매일매일 나중으로 미루면서 산다. 그래도 귀찮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데 조금씩 심심풀이로 하자고 시작하면서 재미로 한다. 일이 아니고 놀이라 생각하면 힘도 안 들고 내일이 기다려지는데 왜 일찌감치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후회도 된다. 집안에 필요 없는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옛날에 찍은 사진들이 보여 앉아서 본다. 젊고 예쁘던 사람들이 늙고 더 이상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많다. 세월 따라 사진도 변한다. 옛날에 흑백사진으로 찍었던 사진들은 작고 변색이 되어 형태가 잘 보이지 않아 대충 짐작으로 알아본다. 몇십 년이 지난 사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버리지 않았는데 너무나 볼품없이 초라하다. 그저 그리운 사람들의 옛 모습일 뿐이다.


세월 따라 부자들만 사용하던 카메라가 핸드폰에 있어 아무나 아무 때나 어디서나 사진을 찍는다. 이제는 특별한 게 없는 세상이다. 앉아서 세상을 구경하고 물건을 구입하고 팔며 돈을 버는 세상이다. 어디까지 세상이 발전할지 모르겠다. 문명이 발달되어서 하고 싶은 것을 쉽게 하는데 전염병은 아직도 활개를 치며 세상을 강타한다. 사람들이 오고 가며 웃고 즐겨야 하는 연말에 새로운 변이종 감염이 무서워 집안에 있고 카톡으로 성탄과 새해 메시지가 계속 온다. 노래와 멋진 그림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새해를 축하하는 멋진 카드들이다. 카드나 동영상이 나날이 발전하여 아무나 만들어 보내기도 하는 세상이다.


몇 년 전까지도 카드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는데 카톡이 생긴 뒤로 는 카드가 필요 없게 되었다. 간단하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우체통도 추억이 된 지 오래됐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옛말이 되어 지금은 1년이면 강산이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세상이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보이스피싱 사기는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고 피해자는 나날이 늘어나는데 잡을 수도 잡히지도 않게 교묘한 수법으로 돈을 빼앗는다. 좋은 세상, 편안한 세상, 믿을 수 있는 세상은 어쩌면 애초부터 없었는지 모른다. 남을 속이고 남의 돈을 빼앗고 남을 갈취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한심하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여행을 함께 가고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도 버젓이 살아간다. 그래도 좋다고, 그런 것은 별것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생각하면 골치 아픈 세상이니 눈 내린 창밖이나 바라보는 게 속 편하다. 밤새 토끼가 소나무 아래에서 자고 갔는지 발자국이 보인다. 추워서 정말 난리 났다. 오늘은 영하 27도인데 체감온도는 영하 37도라 한다. 앞으로 며칠 동안 무척 춥다고 하는데 영하 35도 40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체감온도 도 내려갈 텐데 밖에 서있으면 순식간에 동상이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무슨 날이 이리도 추운지 모르겠다. 이렇게 추워서 연말에 오고 가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은데 길거리는 차들이 줄을 잇는다.


장을 보러 갔는데 사람들이 물건을 사느라 정신이 없다. 만남을 절제하라 하지만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 코로나로 규제가 많아졌다. 하지 말라는 것도 많고 하라는 것도 많다. '마음대로'가 없어져 간다. 아이들이 어릴 적 고집을 피우면 "니 맘대로 해" 하면 말을 잘 들었는데 하라는 게 너무 많으니까 하기 싫다. 규제를 만들고 규제안에 사람들을 가두어 꼼짝 못 하게 하니 규제 없는 산속 생활이 좋을 것 같다. 자연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본다. 산속에서 살면 여러 가지로 불편할 텐데 다들 행복하게 살아간 다. 아프던 사람도 건강을 되찾고 지상천국이라고 하며 불행하게 살던 사람이 행복을 찾아 사는 것을 보면 참 좋다.


굳이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지금의 내 삶이 자연인이나 다름없다. 가까운 곳에 대형 숲이 여러 군데 있어서 아무 때나 가면 된다. 커다란 나무들이 빼곡하고 거대한 강물이 흐르고 예쁜 계곡이 보이고 새와 다람쥐가 뛰어논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는 체육관을 다니며 수영과 운동기구로 운동을 하며 살았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숲으로 간다. 숲이 있어 행복하다. 코로나에 감염될 이유도 없고 마스크를 쓰고 다닐 필요도 없고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나무가 주는 산소를 들이마시고 나무들 사이로 걸으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일부러 세상을 등질 필요도 없고 세상 속에 살면서 숲 속에 산다. 바쁘게 일할 때는 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돈 버는 것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퇴직하고 만난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다.


세상은 자꾸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는데 숲 속은 나를 그냥 놔둔다. 걷고 보고 듣고 하며 내 맘대로 놀게 하기에 더 자꾸 가고 싶다. 숲 속에서 만나는 자연은 내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려주고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가만있으면 만나지 못할 행복을 만나러 숲으로 가서 세월 따라 바람 따라 찾아오는 행복을 만난다.

그림: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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