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세상... 돌고 도는 인심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영하 33도 체감온도 영하 42도다. 상상하기 힘든 추위다. 연말에 코로나로 외출과 만남을 자제하라지만 날씨까지 추워 꼼짝할 수 없다. 모든 게 몇 분 안에 얼어붙는다. 뜨거운 물을 공중에 뿌리면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하고 이중 유리창에 하얀 성에가 꽃처럼 피어 있다. 입을 가리지 않으면 찬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와 폐가 시릴 정도로 춥다. 사람이야 집안으로 들어가면 추위를 막을 수 있지만 산짐승 들은 어디로 가서 이 무서운 추위를 견디는지 궁금하다. 물론 그들만의 피신처가 당연히 있겠지만 너무 추워서 갈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다. 너무 추우니까 뜰에 날아와 놀던 새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지나가는 차들은 하얀 연기를 펑펑 뿜어내어 뒤쫓아가는 차들의 시야를 가린다.


연말에 아이들이 온다고 해서 여유로 먹을 것을 사다 놓아 다행이지만 먹을 것을 사러 나가야 하는 사람은 큰일이다. 추워도 하루 이틀 이러고 말겠지 하며 참는 수밖에 별 수가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야 집에서 할 일을 찾아서 무언가를 하다 보면 하루 이틀 넘기는데 요즘 사람들은 애나 어른이나 집에 있으면 갑갑해한다. 하루 한 차례라도 밖에 나가 바람을 쐬지 않으면 심심해서 짜증을 내고 피곤해진다. 날씨가 추우니까 쇼핑센터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면 신제품이 눈에 보이고 호기심에 필요하지 않아도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좋을 것 같아 생각 없이 사다 놓고 몇 번 쓰다가 버려지거나 쓰지도 않고 구석에 쌓아놓게 된다.


물건이 흔하다 보면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풍부하지 않을 때는 모든 게 소중해서 귀하게 생각하며 사용하는데 안 보이면 사고 필요하면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또 사게 된다. 재활용을 한다고 하지만 사다 놓고 쓰지 않으며 버려지는 것들 투성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방으로 하나인데 사실 좋아하는 것은 몇 가지 안된다. 덩치만 크고 색과 사진만 요란해서 한눈에 띄지만 실속은 없다. 물건을 사는 맛으로 사고 주고받는 체면을 생각해서 이것저것 사지만 아무리 좋은 장난감도 길어야 10분 정도 놀고 싫증을 낸다. 물론 틈틈이 바꿔가며 놀기도 하지만 없어도 되는 장난감이다. 주위 사람들이 선물로 주고 아이들이 손주들을 위해 사준 장난감이 여기저기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커다란 상자에 둥글어 다니는 장난감을 담아 놓았지만 손도 대지 않고 새 장난감만 가지고 논다. 살 때는 비싼 돈을 들여서 산 물건들이 한두 번 쓰면 쓰레기로 변하고 재생 불가능하다. 지구는 쓰레기로 꽉 차 있고 공장에서는 하나라도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돈을 벌려고 하는데 쓰레기는 갈 곳이 없다. 사람들은 열심히 돈을 벌어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사는 게 행복이라 생각한다. 나날이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사람들은 뒤질세라 앞을 다투며 산다. 코로나로 경기가 침체되었다고 소비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 보조금으로 먹고살기도 하겠지만 사치품을 사고 유흥비로 쓰며 목돈은 푼돈이 된다.


없어도 되고 안 써도 되는 곳에 피 같은 국민의 세금으로 인심 쓰고 사람들은 받아쓰며 나랏돈은 바닥이 난다. 돈이 없고 국채가 많으니 세금이 오른다. 세금 가지고 나라를 운영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사람들은 직업이 없고 살길이 막연하다. 세상은 돌고 돌아서 하나가 넘어지면 다 같이 넘어지게 되어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면 나중에 쓰나미가 되고 산사태가 되어 인간을 고통으로 내몬다. 사람들이 몇십 년, 몇백 년 쌓아온 발전이 순식간에 찾아오는 자연재해로 싹 쓰러져 간다. 집도 빌딩도 나무도 사람도 할 것 없이 토네이도가 할퀴고 간 삶터는 몇백 년 전으로 돌아가 폐허만 남긴 채 사라진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고 울부짖고 땅을 치며 통곡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놓은 참사의 결과이다. 있는 것 가지고 조촐하게 살면 좋으련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좋은 것을 다 갖기 위해 살다가 잘 안되면 남의 돈까지 끌어들여 빚으로 산다. 신용카드가 생기기 전에는 현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했는데 카드가 생긴 뒤로는 빚으로 집을 사고 여행을 다니고 빚으로 결혼을 하고 빚을 내어 투자를 한다. 빚을 내지 않고 빚이 없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빚을 내어 빚을 갚으며 할 것 다하고 사는 세상에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은 융통성 없고 무식한 사람이 되었다. 세상이 어찌 되어가는지 모르겠다. 남의 돈을 무서워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게 아니고 어떻게 해서든지 보조금을 받아내고 될 수 있으면 일 하지 않고 사는 방법을 찾는다.


사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생기고 돈 버는 방법도 많이 변해서 머리로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난을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한다. 물가는 나날이 오르고 사람들은 점점 약아지는데 따라가지 못하면 헤어나지 못한다. 코로나가 길어지고 사람들의 삶이 바뀌고 있다. 부자들만 하던 골프가 많이 걸으면 건강에 좋다 하여 서민 골프가 되었다. 너도 나도 치다 보니 골프장이 사람들로 넘쳐나고 골프비는 오르고 회원권을 싸게 사기 위해 여기저기로 몰려다니며 골프도 치고 사교도 하고 인생을 즐기며 산다. 골프장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약점을 잡아 턱없는 골프요금을 요구하기까지 되었고 골프를 치던 사람들은 그나마도 가지 않을 수 없어 회원권을 산다.


골프나 체육관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건강보험에 덜 타격을 받는다고 하는데 골프장의 행패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 봄부터 가을까지 눈이 와서 더 이상 치지 못할 때까지 칠 수 있었는데 9월 중순까지 밖에 칠 수 없단다. 그 뒤로는 매번 칠 때마다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회원권을 산 사람들은 손해가 많다. 유지비로 경비가 많이 드는 골프장 쪽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세상이 점점 살벌해져 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괜히 씁쓸해진다. 세상은 돌고 돌고 인심도 돌고 돌아 언젠가 우리가 마음 편하게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사진:이종숙)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행복은... 지금 내가 있는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