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품은 겨울을 끌어안는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하루는 말이 없이 다녀가는 것 같은데 하루라는 시간 안에 세계 곳곳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생긴다. 뉴스 시간에 작년 일 년 동안 일어난 일을 보여 주는데 정말 별별 일이 다 있었던 한 해였다. 오래도록 이어지는 코로나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이 세계로 통하고 세계는 하나가 되어 살아간다. 나라마다 나름대로 살기 위해 역경을 이겨가고 있는 모습은 눈물겹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힘든 일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해를 넘긴다. 혹한을 견디며 거리에서 살아가는 노숙자들의 삶이 보이고 전쟁의 피해자로 순간순간을 숨 막히는 공포 속에 살아가는 서민들의 처절한 하루들이 지나간다. 어쩌다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사람이 있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은 말로 할 수 없이 처참하다. 남의 일인데도 가슴이 아픈데 당사자들은 순간순간 숨죽이며 살아간다.


해마다 수많은 재해가 여기저기를 강타하여 폐허가 되었던 지난해였다. 지난여름 영상 40도의 폭염에 더워서 못 살겠다고 불평하며 힘들어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산불로 가진 것을 다 놓고 집을 떠나 타들어 가는 집을 바라보아야 했다. 평생 쌓아놓은 모든 것들이 화염에 타버리는 것을 보며 통곡조차 하지 못하던 그들이다. 가진 자들은 더 갖기 위해 끌어 모으는데 순식간에 모든 것을 다 잃은 사람들은 망연자실하고 있을 뿐이다. 토네이도가 쓸어간 곳은 폐허만 남기고 가고 태풍이 불어닥친 곳에는 수많은 인명피해로 생명을 앗아간다. 산불은 나무는 물론 산짐승들을 남기지 않고 그들의 삶을 몽땅 빼앗았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산사태를 만들고 사람들의 터전은 물바다가 되었다.


집과 밭들은 물에 잠기고 가축들은 어디로 갈지 방황한다. 세상은 뒤범벅이 되고 사람들은 어찌할 줄 모른다. 코로나는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세상을 겁박한다. 한눈으로 보이는 세계의 한 해는 그야말로 지옥의 한 장면이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혹한의 추위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수천 명의 하루 확진자는 좀처럼 줄어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람들로 북적대던 세상이 썰렁하다. 사람들을 위한 세상이 아니고 빌딩과 거리는 텅텅 비어 간다. 장사를 하지 못하고 길거리는 조용하고 가족은 만나지 못한 삶이 이어진다.


요양원에서 하루하루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은 자식의 존재조차 잊어버리는 세월이 간다. 마스크를 쓴 자식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자꾸만 가는데 보지 못하고 찾아가지 못하고 보내야 한다. 영상통화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진을 보며 그리워한다.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이야기는 더구나 할 수 없다. 삶이 무엇일까? 잘살기 위해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코로나는 그것마저 막는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사랑하는 부모형제를 갈라놓는다. 하늘길도 뱃길도 육지길도 모두 막히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온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모두 떠나고 남이 된다.


사람이 만나서 웃고 울며 살아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할 수 없다면 아무런 삶의 의미가 없다. 문명이 발달되지 않았던 때는 살기 바빠 만날 수 없었고 지금은 전염병이 가로막는다. 기다리고 기다린 세월인데 이렇게 또 세월이 간다. 생사를 헤매는 사람들에게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순간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지속된다.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며 길에서 쓰러져 죽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나라마다 노숙자들 문제가 커지고 부정부패로 서민들은 하나둘 스러져간다. 물가는 폭등하고 삶은 팍팍해지고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희망이 없어도 새해가 오고 또다시 희망을 갖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아픔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한 해 동안 벌어진 일들을 뉴스를 통해 보며 다시 깨닫는다. 무엇이 삶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보기만 해도 처절한데 선택도 없이 겪어야 하는 사람들은 갈 곳을 모른다. 몇 푼 안 되는 보조금으로 현실을 살기에는 너무나 냉혹하고 갈길을 찾지 못하고 체념하고 절망하며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지도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서민의 고충은 서민들만이 안다. 비현실적인 정책을 내 세우고 정권 잡기에 혈안이 되어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만나면 싸우고 앞으로 가지 못하고 진창 속에서 헤맨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데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 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유토피아는 바라지도 않는다. 먹고살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며 살기만을 바란다. 국경을 봉쇄하고 오고 가지 못하게 하고 백신 패스를 만들며 나날이 자유를 옥죄는 삶이 싫다. 기본권조차도 빼앗기는 현실이 무서워진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까 봐 걱정이다. 더러워진 지구는 화가 나서 불이나고 홍수가 나고 회오리바람을 불어댄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로봇이 점령하고 인간은 무엇을 할지 모른다. 직업이 없고 할 일이 없고 뜬구름도 잡기 힘들어가도 삶은 이어진다. 겨울은 봄을 데려다 놓고 떠난다. 봄을 품은 겨울을 끌어안으면 언젠가 우리들 삶에도 봄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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