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살살 녹는 비빔국수

by Chong Sook Lee


비빔국수(사진:이종숙)


시간이 잘도 간다. 연말에 아이들이 온다고 집안 정리를 했는데 성탄도 새해도 다 지나고 벌써 1월 5일이다.

바쁘게 지났는데 무엇을 했는지 생각도 안 난다.

날씨가 춥고 눈이 계속 와서 집에 있다 보니 밖의 세상이 어떤지 궁금하다.

그래도 오미크론 극성으로 나가는 것보다 벽난로 때며 영화 보고 연속극 보는 재미로 산다.

삼시 세 끼는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밥해먹기 바쁘다.

연말연시에 거의 매일 기름진 음식을 먹었더니 오늘은 상큼한 무언가가 먹고 싶다.

마땅히 해 먹을 게 있나 하고 냉장고를 뒤져보니 익은 김치가 보인다.

특별한 재료 없이도 먹을 때마다 맛있게 먹는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

김치가 약간 신 것 같아 김치찌개를 끓여 먹으려고 아껴두었는데 비빔국수를 해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손도 별로 가지 않고 언제 먹어도 맛있는 비빔국수는 몇십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좋아한다.

엄마가 해주시고 내가 해 먹고 나는 또 아이들에게 그 맛을 전해준다.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먹고 나면 언제나 기분 좋아지는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으며 추억을 만난다.

찬 밥이나 찬 국수를 드셔도 땀을 흘리며 맛있게 드시던 아버지가 그리워진다.

유난히 국수를 좋아하셔서 칼국수도 손수 밀어서 해주시던 아버지라서 국수를 보면 늘 생각이 난다.

아버지의 손 칼국수는 한마디로 예술이다.

어디 하나 비뚤어 지거나 두껍지 않고 기계로 자른 듯이 반듯하게 만드시던 모습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눈에 선하다.

그런 국수를 먹으며 자란 나는 이민을 온 뒤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종종 손 칼국수를 해 먹는다.

아이들이 오면 언제나 해주었는데 이번 연말에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못해 먹여서 서운한데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칼국수도 먹고 싶기는 하지만 오늘은 그냥 간단하게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냄비에 물과 계란을 넣어 끓인다.

물이 끓으면 국수를 넣어

한소끔 끓으면 찬물을 넣어 젓어 준 다음

넘지 않게 중불로 내려놓는다.

계란과 국수가 익어가는 동안

김치를 잘게 썰어 놓고

파를 송송 썰어놓는다.

다 익은 국수를 한번 뒤집어서

찬물에 씻어서 건져놓는다.

그릇에 국수를 놓고

김치와 고추장

그리고 삶은 계란을 까서 반으로 잘라놓고

고추장 한 숟갈과 깨소금을 솔솔 뿌린다.

참기름 한 방울 넣고 파를 위에 올려서

섞으면 비빔 국수가 완성된다.


간단하고도 맛있는 비빔국수다.

김치 고추장에 참기름만 넣어도 맛있지만 계란과 파를 넣으니 보기에도 예쁘고 침샘을 자극하며 입에서 살살 녹는다. 아! 맛있다.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빔국수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한국 고유의 음식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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