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이 없다. 며칠 코로나와 씨름을 해서 온몸에 힘이 다 빠졌다. 기운을 차리려면 무언가를 먹어야 하는데 음식 담당인 내가 누워 있다. 전염병이라는 코로나 환자이기 때문에 격리를 하며 살아야 한다. 누구 하나 가까이해서도 안되고 와서 밥을 해줄 수 도 없다. 너무 아프니까 기운도 없고 식욕도 없고 의욕도 없지만 굶고 누워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숨을 못 쉬고 호흡장애가 있으면 병원에 갈 텐데 숨 쉬는 데는 문제가 없다. 며칠을 앓으면서 제대로 먹지 못해서 인지 어지럽고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프지만 무언가를 먹고 기운을 차려야기에 냉장고를 열어본다.
냉장고에는 김치와 몇 가지의 장아찌가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 쓰디쓴 입맛에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막연하다. 남편이 먼저 아프기 시작하더니 바로 나도 아프기 시작해서 아무것도 미리 만들어놓지도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앉아만 있을 수 없으니 냉동고를 열어보니 닭 한 마리가 얌전히 누워있다. 찬물에 담가 놓았더니 쉽게 녹아서 큰 솥에다 무조건 삶기 시작했다. 삼계탕은 재료가 없어 못해먹지만 닭백숙을 해 먹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삶아지면 소금 후춧가루로 간 해서 먹으면 되니까 끓기를 기다리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닭이라는 것이 얕은 맛이 있어서 애 어른 할 것 없이 여러 사람이 좋아하고 부담 없이 잘 먹는 음식이다. 가격도 서민적이고 여러 가지 요리를 할 수 있어 감초같이 아무 데나 잘 어울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기운이 떨어지거나 밥맛이 없으면 생각나는 닭요리 중에 닭백숙은 옛날부터 환자들에게 기운 돋구는 음식이다. 닭 속에 황기와 인삼 대추를 넣고 찹쌀과 함께 삼계탕을 끓여 먹으면 보약이 되어 영양 보충이 되어 오랫동안 병을 않고 자리 보존하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차리게 한다.
둘이 사는데 둘 다 아프니 병간호를 서로 해주며 서로의 건강을 챙기고 산다. 열이 있는지 증상이 호전되는지 악화되는지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상대를 염두에 두고 살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살 때는 이렇게 한꺼번에 둘 다 아픈 적도 없었지만 간단한 심부름이라도 시킬 수 있었는데 둘이 사니 그것도 함께 해야 한다. 수시로 물을 마셔야 하고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 잘 때도 열은 없는지 땀이 얼마나 흐르는지 틈틈이 살피며 앓다 보니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힘이 없도록 심신이 지쳐있다.
기운 없을 때 생각나는 음식은 역시 닭백숙이다. 손도 별로 안 가고 맛있고 기운까지 나게 해 주니 더 이상 좋은 음식이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닭이 냄비를 들썩이며 끓는다. 마늘을 한주먹 넣고 양파를 하나 넣어 끓이는 동안 파를 썰고 마늘을 다져 놓는다. 국물이 어느새 뽀얗게 우러나고 닭다리는 건드리기가 무섭게 빠질 정도로 푹 익었다. 큰 대접에 잘 익은 닭다리 하나 놓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국물을 담고 썰어놓은 파와 다진 마늘을 잔뜩 넣고 고춧가루를 넣으니 그럴싸하다.
누군가가 옆에서 해주면 편하게 먹겠지만 공기로 옮기는 코로나이기 때문에 아무도 얼씬하지 못한다. 서로 만나지 않고 멀리 떨어져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후각을 잃어서 냄새는 맡을 수 없지만 간이 맞으니 맛있다. 땀을 흘리며 국물을 마신다. 온몸의 세포로 국물이 스며들어 기운이 나게 했으면 좋겠다. 닭국물에 있는 영양으로 눈이 떠지고 어지럽던 세상이 잘 보인다.
그러고 보니 닭백숙은 참으로 우리와 친하다. 환절기에 기운이 떨어질 때도 여름에 땀을 많이 흘려서 허할 때도 만들어 먹는다.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을 때나 앓고 난 뒤에 식욕을 돋기 위해도 만들어 먹는다. 언제 어느 때 먹어도 맛있는 닭백숙에서 조상님들의 지혜와 슬기를 본다. 뜨거운 국물과 쫄깃한 고기를 먹고 나면 언제 아팠나 할 정도로 기운이 나는 것은 어릴 적부터 먹었던 엄마의 맛이기에 그럴 것이다. 아플 때 허할 때 끓여주시던 엄마의 닭백숙은 이렇게 나에게 전해지고 아이들에게 전해져 우리를 살게 한다.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 만물의 영장이지만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르는 코로나로 2년을 헤맨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물리칠 수 있는지 아직도 갈팡질팡이다. 백신을 맞으면 만사가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생긴 오미크론은 특이하다. 전파력이 엄청 빠르고 백신 3차를 맞아도 걸릴 확률이 높단다. 2번 맞은 것으로는 아무 도움이 안 되고 3번을 맞아야 37퍼센트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인데 그나마 이 정도 아프고 나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떠도는 뉴스에 의하면 4차를 맞은 사람도 확진자가 되었다니 점점 더 모르겠다.
세상이 코로나를 잡지 못해 안절부절못하지만 닭 한 마리로 잃었던 식욕을 찾아 기운을 차리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닭백숙을 맛있게 먹으며 흘린 땀으로 내 몸속에 있는 나쁜 기운이 다 나가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 때문에 병균과 싸우느라 기운이 없어 축 늘어진 나를 살린 닭백숙이 한없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