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냄새가 난다. 후각이 돌아왔다

by Chong Sook Lee
(이미지출처:인터넷)

냄새 없는 세상은 맛없는 세상이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코는 있으나 마나다.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으니 냄새가 어떤 건지도 잊을 것 같다. 후각을 잃기 전에는 냄새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냄새 하면 이민 온 뒤 8년 만에 찾은 서울의 냄새가 생각난다. 지금은 많은 것이 발달되어 국제적인 도시가 된 서울이지만 그때만 해도 모든 게 미숙했던 한국이었다.


내가 떠나오던 1980년도 봄만 해도 가난하고 초라하던 한국이었는데 8년이 지난 1988년도 여름에 가보니 올림픽을 한다고 겉모습은 번쩍번쩍한데 상하수도 시설은 옛날식이라서 하수도 옆을 걸으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래도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고국이기에 참고 며칠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적응이 되어 한 달을 채우고 왔다. 아마도 여름이고 습한 장마철이어서 더 심했나 보다.


그 뒤로 갈 때마다 처음 며칠 동안 괴롭히는 냄새가 있었지만 시간이 가면 없어지곤 했다. 아무래도 날씨가 건조한 이곳과는 달리 한국은 습하기 때문에 오는 냄새일 것이라 생각한다. 여름에 가서 날씨가 너무 덥고 비가 많이 와서 고생을 한 뒤로는 보통 4월에 간 뒤로는 냄새도 나지 않고 온갖 꽃들이 만발해서 꽃냄새를 맡으며 행복하였다. 어디를 가도 보이는 벚꽃과 목련과 개나리 진달래꽃을 보며 꽃냄새에 취해서 다시 한국으로 가서 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몇 번을 다녀오며 한국 냄새에 적응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여름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봄에는 꽃 향기에 파묻혔던 냄새가 바람이 불 때마다 어디선가 날아와 코를 자극해서 처음 며칠 힘들게 보냈다. 조카딸이 수영장을 데리고 간 적이 있다. 안팎으로 어느 외국 수영장 이상 가게 멋지게 만들어 놓아 수많은 사람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여러 가지 온탕을 들락거리며 사람들이 재미있게 노는데 바람 타고 오는 이상한 냄새는 견딜 수 없었다. 숲이 우거져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데 인분 냄새가 심하게 나서 물어보니 가까운 곳에 있는 말 농장에서 오는 것 같다는 말을 해서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번 냄새로 고생을 하며 적응이 된 내 코는 이제 그 냄새마저도 좋아할 정도가 되어 간다.


냄새를 맡지 못하니까 정말 답답하다. 사람 사는 곳에 이런저런 냄새가 나서 식욕도 생기고 인상도 찌푸리며 살아야 하는데 코는 있는데 전혀 냄새가 없으니 무언가 빠진 세상이 되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해도 맛을 볼뿐 아무런 동요가 없다. 좋은 냄새가 나면 코를 벌름거리며 한 번이라도 더 맡으려고 하는데 전혀 그런 것도 없고 아무리 악취가 나도 상관없다. 어쨌든 코로 들어오는 냄새로 인하여 사람들은 무척 예민한 반응을 일으킨다. 아무리 고약한 냄새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좋은 냄새도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으니 참 후각의 기능을 알고도 모르겠다.


한국 사람 집에는 김치 된장국 냄새가 배고 인도 사람들 집에는 카레 냄새가 밴다. 서양 사람들 집에는 치즈 냄새가 나고 중국사람 집에는 차 냄새와 기름 냄새가 난다. 우리 아이들이 집에 오면 냄새가 난다고 해서 아이들이 온다고 하면 냄새 제거하는 약을 뿌리기도 한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지만 이상한 냄새가 나면 기분이 안 좋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집을 팔려고 내놓고 사람들이 집을 보러 오면 커피를 내리고 케이크이나 쿠키를 구워 집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게 한다. 아무래도 맛있는 냄새가 나면 일단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성사가 잘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마다 냄새 제거를 위한 산업이 발달한다. 며칠을 입은 옷도 무언가를 한번 뿌리면 모든 땀냄새나 악취를 제거하고 새로 세탁한 것처럼 신선한 냄새가 난다고 하며 선전하는 것을 본다.


온갖 냄새가 나는 세상에 살다 보면 냄새에 불감증도 생기기 마련이라서 어느 정도의 냄새는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살게 된다. 냄새라는 것이 중요한데 코로나 때문에 냄새를 못 맡으며 며칠을 살았는데 오늘 아침에 잃었던 후각이 돌아왔다. 어제까지 꽉 막혔던 코가 문을 열며 온갖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맛을 모르는 것도 고역이지만 냄새를 못 맡는 것도 문제이다. 후각을 잃었다가 다시 찾아서 다행인데 찾지 못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한국에서 나던 냄새도 후각이 정상이기 때문에 맡을 수 있었던 것을 감사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후각을 상실한 뒤에 다시 한번 우리 몸 하나하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건강할 때는 모르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중하지 않은 게 없음을 알게 되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하며 걷고 앉는 모든 것들 중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안 된다. 나이가 들어가고 노쇠해져서 기운이 자꾸 떨어지지만 늙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요즘엔 '노춘 하세요'라는 말이 생겼다. 건강한 노인의 삶이라는 말이리라. 귀찮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움직이면 노년의 삶에서 봄도 맞게 될 것이다. 냄새를 맡지 못해 갑갑한 며칠 사이에 철들어간다. 나쁜 냄새나 좋은 냄새나 냄새를 맡게 되어 기쁘다. 지금부터는 아무리 역겨운 냄새도 코가 기능을 충실히 한다고 생각하며 맡고 살기로 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온갖 맛있는 냄새를 맡으며 삶의 냄새도 맡고 살자. 냄새 없는 세상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맛있는 닭백숙이 나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