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시끌시끌하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전쟁의 위협과 자연재해로 정신없고 지속되는 코로나는 끝나지 않고 있다. 바람이 윙 윙 거리며 운다. 눈이 온 밖은 해가 뜨지 않았는데 불을 켜 놓은 것처럼 훤하고 눈보라를 동반하는 한파가 시작되어 바람이 엄청 분다. 바람 때문에벽난로의 뚜껑이 열려 바람소리가 심하게 들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무언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세상이 시끄럽다. 따뜻했던 어제는 어디로 가고 어디서 이런 날씨가 왔는지 나무들이 흔들리고 약한 가지들은 곤두박질치며 땅에 떨어진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언젠가 떨어지겠지만 그나마 붙어있지 못하고 맥없이 떨어진다.
삶이란 무엇일까. 간신히 붙어 있던 나뭇가지가 세찬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듯 우리네 삶도 그럴 것이다. 모르던 병이 찾아오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견디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날만 있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욕심이다. 어제의 맑은 하늘은 하룻밤 사이에 먹구름으로 덮이고 눈을 뿌리며 바람으로 세상을 바꾸어 놓는다. 기대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삶은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 바람으로 뒤바뀌고 비틀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지붕에 있던 눈은 바람에 날려 세상을 방황하여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몸부림이 봄이 맞기 위한 것이다. 추위로 얼어붙은 거리에 바람이 불어대고 나무들은 휘청거린다. 거리로 나온 바람은 더 멀리 가기 위해 들판을 향한다. 엎어지고 뒤집어져도 다시 일어나 한없이 어디론가 가는 바람은 어디로 가는 걸까. 시작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는 바람이다. 공기의 기류로 생겨나는 것이기에 하늘로 가서 구름을 만들고 비와 눈을 뿌리며 잠잠해질 것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라고 어제저녁만 해도 고요하고 평화로웠는데 어디서 온 바람 때문에 정신이 없다. 어딘가를 지나서 온 바람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잠깐 들려서 재미있게 놀다 가야 하는데 바람은 흔적을 남기고 간다.
길 건너집 창문에서 무언가 미친 듯이 흔들려서 자세히 보니 창문에 달려있는 모기장 한쪽이 바람 때문에 떨어져 흔들린다. 바람이 불기 전에는 어떤 바람이 불지 모른다. 따스한 바람이 불어 봄을 데려다주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곡식을 익히고 식물을 자라게 한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 성장을 멈추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냉한 바람으로 겨울을 데려다 놓는다. 자연의 신비는 끝이 없다. 그 무서운 혹한 속에서도 봄을 키우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봄을 만든다. 바람이 헤쳐놓은 세상을 보기 위해 해가 구름을 벗기고 나온다. 새벽부터 극성맞게 불어대던 바람이 잠깐 동안 얌전하더니 아직은 갈 때가 아니라고 다시 불어댄다. 북풍 설한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멈추지 않고 불어대어 눈을 뜨지 못하겠다.
언젠가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실수를 하고 낭패를 보았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는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던 시절인데 토요일 매상을 은행에 입금하지 못한 채 일요일이 되었다.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다가 갑자기 필요한 물건을 사러 돈이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쇼핑몰에 갔는데 찾는 물건이 없어서 가려다가 문간에 서서 가방에 있는 종이를 하나 꺼내는데 종이와 겹쳐있던 돈이 뭉텅이로 따라 나와 바닥에 떨어지는 찰나에 어떤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 사이로 불던 바람이 바닥에 떨어진 돈뭉치를 날려버려 돈이 사방천지로 날아다니며 뱅글뱅글 돌아 손으로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문을 연 사람은 안으로 휙 들어가 버리고 나는 문간에 서서 날아다니는 돈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행히 돈을 다 잡을 때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잃어버린 돈은 없었지만 그때 그 당황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황당하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현금을 소지하지 않고 카드 하나만 있으면 만사가 해결되는 세상이 되었다. 경제 회복을 위해 생겨난 카드로 세상은 많이 변했다. 돈이 없어도 물건을 사서 쓰며 나중에 내는 제도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카드에 빚이 쌓이는 것을 모르고 열심히 쓰는데 어떤 세상이 될지 모르겠다. 현금이 많아야 부자였던 시절에는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살 수 없었는데 돈이 없어도 외상으로 물건을 사는 지금이다. 돈이 필요함을 알고 돈을 만들더니 이젠 돈이 필요 없이 온라인 세상이 되었다. 보지 않고 만져보지 않아도 물건을 사고팔고 싫으면 바꾸고 돌려보낸다.
이 모든 것들이 한 시대의 유행 바람을 타고 일어나는 일이다. 바람이 불어대면 나무들이 춤을 추듯이 바람을 타고 세상이 들썩인다. 세상에 코로나의 바람이 불고 어딘가에서는 전운의 바람이 분다. 어서 따스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서 세상을 보듬어주어 평화가 오기를 바라본다. 바람은 여전히 미친 듯이 분다. 멈추지 않는 저 바람은 무엇을 원하기에 저리도 부는지 알 수 없다. 저 바람이 끈질기게 달라붙는 코로나를 날려버렸으면 좋겠다.